취준생들의 미래란...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공무원이라더니, 도서관에서 신문 보는 공무원도 있냐는 비난으로 시작된 대화는 S걸이라더니 도서관에서 졸고 있는 S걸도 있냐는 질타로 끝났다.
대화가 단절된 고요함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팽팽하게 맞서 긴강감만 고조됐다.
두 사람의 시선에는 “왜 속였냐”의 질문이 포함돼 있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 내뱉진 못했다. 같은 처지였던 둘은 그 질문을 해봐야 답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질문도 답도 하지 않았다. 동시에 취준생들의 미래가 어떤지도 잘 알기에 ‘이별’ 이 두 음절의 단어만 떠올렸다. 불확실한 미래, 보장되지 않은 삶, 희망이 없는 내일, 대가 없는 노력,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같은 삶이 바로 취준생들의 삶이다.
S걸이 아니라서 이별을 떠올린 게 아니다.
구청 공무원이 아니라서 이별을 떠올린 게 아니다.
희노애락 자체를 박탈당한 그들의 삶에서 과연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이기에 ‘이별’ 이 단어를 떠올린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짐을 챙겨 나가는 두 사람이다. 각자의 길을 가듯 서로 다른 길을 택한다. 눈물도, 웃음도, 분노도,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낼 수 없어 그렇게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칼자루는 생각한다. 만우절에 거짓말로 시작된 신데렐라 놀이가 어느덧 마법이 풀려 허탈한 현실로 돌아와 버렸을 때의 그 외롭고 쓸쓸함이란...


제목 : 취업 준비생의 미래 = 이별?

지난날의 우리 사랑은 세상에 둘도 없는 로맨틱 드라마
하루하루 바쁘게 일하던 너는 드라마 속 실장님
매일매일 바쁘게 일하던 나는 드라마 속 대리님
이 모든 게 우리가 만든 거짓말 속 드라마

현실속의 우리 사랑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잔인한 드라마
하루하루 취업에 목메는 너는 현실 속 취업준비생
매일매일 사랑을 헤매던 나는 현실 속 취업준비생
이 모든 게 우리가 외면한 현실 속 인생

드라마 속 직장인 놀이가 끝나고 나니
허무하게 밀려오는 공허한 이별
모든 것이 그대로인 허탈한 이별

드라마 속 직장인 놀이가 끝나고 나니
자연스레 다가오는 우울한 이별
모든 것이 그대로인 잔인한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