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Song 12회-“원수는 외나무 다리, 취중생은 도서관 휴게실”

도서관의 의자와 혼혈일체가 된 칼자루, 하루하루 치열하게 공부하지만 성적은 배신이나 배반, 반전 없이 요지부동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그녀가 갈았던 복수의 칼날이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했고 이리저리 눈도 돌아갔으며 야심차게 짰던 계획표 일정은 차츰 차질이 빚어졌다. 책에 고정돼야 할 시선은 사람들 구경, 소설책 구경, 도서관 시설 구경 등으로 한 눈을 팔기에 이른다. 그날도 여지없이 영어 모의고사 점수에 좌절을 맞보고 머리를 쥐어뜯다 바람을 쏘이려 나오는 찰나, 신문 스크랩이 배치된 휴게실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남자의 뒤태를 발견하게 됐다. 분명 저 뒤태는 오늘 아침, 소개팅남과 헤어질 때 봤던 그 뒤탠데... 고개글 갸웃하며 ‘설마’하는 마음에 다가가는 그녀. 저기 혹시... 하며 그를 돌려보는데...

아뿔사!!!

설마가 사람 잡고,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며, 어머나가 세상에나가 된다더니, 지금이 딱 그 순간이다. 그녀가 돌린 그 뒤태의 주인공은 강남구청 직원으로 나랏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그녀의 현재 남친이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도서관으로 외근을 나왔나（?） 구립도서관이 구청거니까 구청직원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하다가 그런데 왜（?） 신문을 보고 있지, 다른 업무를 봐야 하는 게 아닌가를 되묻게 되는 그녀 칼자루다.
아리까리한 상황을 명확하게 해주는 그의 당황스런 표정에 칼자루는 직감한다.
그도 자신과 같은 처지임을...
어리둥절한 칼자루와 당황한 소개팅남, 동시에 당황한 칼자루와 어리둥절한 소개팅남.
서로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를 묻는 두 사람의 대화가 마치 돌림노래처럼 맴돈다.


제목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난 너를 정말 믿었어
너의 마음, 너의 말, 너의 직업까지도
자상한 태도, 따뜻한 말투, 든든한 직업까지
모두다 진짜로 믿었어
넌 나를 진짜 속였어

너의 마음, 너의 말, 너의 직업까지도
자상한 태도, 따뜻한 말투, 든든한 직업까지
모두다 통째로 속였어

왜 날 속여 왔니 （너도 속였잖아）
난 널 못 믿겠어 （나도 못믿겠어）
이젠 우리 어쩌니 （나도 모르겠어）

회사에서 일 안해? （취업 준비중이야）
대기업 다닌다며? （너처럼 뻥친거야）
이젠 우리 어쩌니 （나도 모르겠어）

우리가 나눈 대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대화
그저 눈빛으로 주고받은 대화
사랑의 대화 아닌 이별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