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F학점 보다 참담한 F등급의 비애

아무 말도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칼자루는 소개팅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곤하다며 집으로 향한다. 소개팅남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얘길 해달라고 애원해 보지만 칼자루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심난하기만 하다. 이쯤에서 이실직고를 하고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에선 그가 없던 외롭고 무료한 생활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 차마 이실직고 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탄스럽다.
이 때문인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쉴 새 없이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싱크로율 100%를 달린다.
새벽녘, 밤새 울어 퉁퉁 부은 눈으로 결혼정보회사 사이트에 접속하는 그녀. 자신의 처지를 확인하려는 듯 ‘러브 테스트’라는 가식적인 문구를 노려보며 자신의 신상정보를 입력한다.
직업란에 무직을 넣을 때 그녀의 등급은 F등급.
직업란에 S그룹을 넣을 때 그녀의 등급은 B등급.
직업 하나 바꿨을 뿐인데,.. 등급의 차이가 이토록 천차만별이라니...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그 사실이 현실이라는 것이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직업이 변변치 못한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인가?
직업이 변변치 못한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안 되는 것인가?
직업이 변변치 못한 사람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답은 상실감뿐이다.


제목 : 사랑의 자격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하지만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될까?
그치만 그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무능력한 내모습 싫은데
바보같은 내모습 싫은데
하지만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될까?
그치만 그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어리고 예쁘고 직장도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의 자격 100%
사랑할 자격이 있지

늙고 못생기고 직장도 없다면
그 사람은 사랑의 자격 0%
사랑할 자격이 없지

사랑의 자격이 없으면 사랑하면 안 되나요?
사랑의 자격이 없어도 사랑하면 안 되나요?
사랑의 자격이 없어도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의 자격이 없어도 사랑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