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나 회사 관둘까?”

“자기야, 나 너무 힘든데 회사 관둘까?”
고심 끝에 생각해 낸 아이템, 바로 퇴.사.
소개팅남은 매일 피곤해 하는 칼자루에게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며 그녀의 건강을 염려해 주곤 했었다. 그랬던 소개팅남의 마음을 역으로 이용해 차라리 퇴.사. 하겠다고 하면 이실직고는 아니어도 이실직고 근처까지는 가게 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대사 처리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사건 하나를 만들어 힘들다며 질질 짜고, 울고불고 해대며 사직서를 슬쩍 내비칠까. 아니면 정말 대수롭지 않게 소개팅남의 걱정 어린 대사 끝에 맞받아쳐볼까. 전자는 찌질해 보일 수 있어 이미지 실추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실패의 요소가 적고 후자는 이미지 실추는 없으나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일장일단이 있다. 고민 끝에 일단 후자로 시작해 이야기가 진행되면 전자를 적극 활용해 실패의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그녀.
퇴근길 지하철 안, 소개팅남은 오늘도 여지없이 칼자루에게 피곤해 보인다며 어깨를 내어주곤 한 숨 자라고 권한다. 이에 칼자루는 그의 어깨에 기대 눈을 감는 척 하며 준비해둔 나름의 명대사를 날린다.
“나 회사 관둘까?”
깜놀한 소개팅남. 그때부터 구구절절 옳고 옳으신 연설이 시작된다. 남들은 못 들어 가 안달인 곳을 관두겠다니,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라고 못을 박고, 그건 바늘이 낙타구멍 통과해 놓고 그 구멍을 막아버리는 격이라며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이 고비만 넘기며 괜찮아질 테니 견뎌야 한다는 말로 설득한다. 이내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디 가서 직장생활 못한다는 등, 요즘 같은 세상에 남자 혼자 벌어서 생활을 꾸려갈 수 없다는 등의 현실적인 비난을 흘리더니 만의 하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일이 없으면 하루가 얼마나 무료한지 아냐는 둥, 그녀가 백수임도 모른 채 백수생활의 고통을 느껴보지 못해 그런 안이한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사실 일이 있어 피곤한 게, 일이 없어 무료한 것 보다 낫다는 등의 조언을 해댄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칼자루는 괜스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소개팅남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S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좋아한 거라는 확신이 드는 칼자루, 부아가 치밀어 오르다 이내 설움이 복받친 그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런 칼자루의 모습에 당황한 소개팅남.
과연 두 사람의 엇갈린 감정은 회복될 수 있을까.


제목 : 마지막 거짓말

네게 한 마지막 거짓말
모든 것이 끝이라고
더 이상 사랑은 없다고
날 잊어 달라고

네게 한 마지막 인사말
이제 볼 일 없다고
다시 보지 말자고 이제는

애쓰던 시절도 다시 올 수 없겠지
말 못하고 참은 시간도 언젠가 그립겠지
언젠가 생각나 눈시울을 붉힐 때
다시금 나를 속이려 머금은 거짓말
마지막 거짓말로 안녕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