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을의 한복판 추석을 맞아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

그 두번째 이야깁니다!!

첫번째 이야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연재물은 아닙니다.^^

그냥 같은 제목의 또 하나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심 될 듯...

위 제목의 verse도 노래 가사 '절'을 뜻한다는군요...

즉, 한 노래의 2절 가사를 보신다는 느낌으로 즐겨 주시길~

갠적으로 저는 2절이 더 맘에 드네요..

'같은 상황이라면 나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더위와 삶에 지친 한 필부의 짜증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짜증내러 가보실까요? 흐흐

이 글을 읽고나선 언능 시원한 지금 날씨를 즐기면서

배부르고 풍요로운 추석 연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해피 추석 되세엽!!!'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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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None. Nobody.Yep}



-젠장...또 고장이군. 빌어먹을.. 고쳐도 이 지랄이니..차를 갈 때가 된건가..-


40대의 보험사원인 남자는 방금 조그만 구멍가게와 보험계약에 실패하고 회사로 돌아가는 중이다. 보험 실적 없이 그 작은 구멍가게 한곳만 붙잡고 왔다 갔다 거리길 2주째였다. 오늘 결국 계약을 하기엔 너무 적자라는 주인의 말에 결국 돌아서야만 했다. 남자가 지난 2주일동안 그 가게에서 사간 음료수 박스가 10박스가 다되어갔다.


오늘은 주방용 칼 세트도 사면서 그들의 마음을 끌어보려 했지만 늙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는 화재보험과 여러 보험금을 충당하기에는 힘든게 사실이었다. 그의 9년된 애마는 남자의 실패를 축하하기라도 하는 듯이 고장난 에어콘으로 반겨주었다. 찜통과 같은 무거운 쇳덩어리를 몰고, 그는 서비스 센터로 향했다.


-빌어먹을...빌어먹을...이게 뭔 꼴이람.....짤리게 생겼군..무능해 져버린건가..정말..-


평일 오후 4시의 도로는 생각보다 꽉 막혀있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수많은 차들은 속력을 내지 못하고 거리에 정체되어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지만 남자와 상황이 다른 것은 그들은 이 더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에어콘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는 윈도우를 내려봤자 달리지 않으면 바깥 기온과 별 다를바가 없는 상황에 무려 십여 분 동안이나 똑같은 도로에 지체해 있었다. 점심도 먹지 못한 남자는 속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이런 상황에도 차는 조금씩 신호 앞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남자에게 행운은 따라오지 못했다. 그의 차가 막 신호가 노란색에서 깜빡일 때 통과 불가능할 타이밍에 신호를 받은 것이다.

남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지겨운 에어콘을 고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이상 신호에 대한 생각을 잊게 했다. 그의 오래된 차는 마지막 스퍼트를 내며 신호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으나, 옆에서 신호를 받고 급 출발하는 차를 비켜가진 못했다. 옆에서 튀어나온 외제차는 방금 급출발을 했음에도 다시 순간적으로 급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그 어떤 차량이라도 짧은 거리에서의 물리학적인 법칙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남자의 오래된 차의 옆구리에 충돌했을 것이다.

빡빡하게 막힌 도로 위에 두 운전자가 내렸다. 남자는 차문을 확 열고 내려왔다. 자신의 차 오른쪽 옆구리가 형편없이 우그라진 모습을 본 그는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했다.


- 이런 씨발!!! 이 개새끼야! 눈깔은 호구로 박아뒀냐!!-


그와 충돌한 외제차 안에서는 에어백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차안 운전석에서 나온 사람은 20대 초반의 여자였다. 그녀는 머리가 헝클어진 체 선글라스가 비틀어진체 걸쳐있었다. 아직 충돌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그녀는 차에서 나오며 휘청거렸다. 남자는 차 안에서 젊은 여자가 나온 것을 확인하자 순간적으로 기세가 올라가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같이 동행한 이도 없어 보이는 여자는 공격하기 딱 알맞은 대상이라 주위 친구들에게 들은 교훈 아닌 교훈이 떠올랐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본네트에 몸을 의지하는 여자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 염병할. 씨발 내가 가는 거 안 보여? 니미 운전을 못하면 조용히 버스타고 학교에나 다닐 것이지. -


여자는 계속 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린 듯했다. 진한 화장으로 무장한 그녀의 얼굴은 에어백에 눌린 덕분에 살짝 흘러내렸다. 충돌의 쇼크가 어지간히 컸는지 여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살짝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흐릿한 정신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바로 코 앞에서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는 중년의 남자. 운전하는 여성들이 가장 기피하는 두려움. 하지만 여자는 평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왔다. 분명 자신의 차는 녹색불이 바뀜과 동시에 출발했고, 거기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남자의 잘못이 분명했다.


- 아..씨발..머리 아퍼..이 아저씨가 뭐라고 하는거에요! 아저씨가 빨간 불이 될 때 출발했잖아!-


남자는 지지 않고 대드는 여자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다. 젊은 여자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욕설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요즘 젊은 애들이 무섭다는 사실은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수 백가지의 사건 속에서 익히 잘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자신이 당하게 될거라곤 생각못했다. 남자는 조금 움찔하고 뒤로 물러섰다. 여자는 이때를 놓치지 않을 거라는 듯이 소리쳤다.


- 아..진짜.. 짜증나게.. 그 나이 처먹었으면 신호나 똑바로 지켜요 아저씨. 보험회사에 전화할 테니까 누가 잘못했는지 법대로 하자고. 나 목 부러진거 같아..정말..-


드디어 양쪽 차들 뒤에서 끊임없는 클락션 소리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충돌하는 자동차들의 뒤에 있던 운전자들은 사고가 얼마나 컸는지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에서 내렸고, 뒤에서 따라가던 운전자들 역시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신호에 통과하지 못하고 멈춰서야 했다. 성질이 급한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 아!! 좀 차 좀 가게. 좀 비키쇼!!-


여자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아 범퍼가 나갔는데 어떻게 빼요!! 좀 기다려봐요!! 누구 스프레이 있는 사람 없어요?!!-


다행히도 그녀 뒤의 차량 운전자인 중년의 여인이 스프레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차에서 나와 스프레이로 사고 차량의 각 구석에 마커 칠을 했다. 그리고선 부들부들 화내고 서있는 남자를 향해 한마디 했다.


- 아니. 도대체 운전을 왜 그리 급하게 해서 꽉 막힌 도로에 사고나게 해요. 좀 양보 좀 하고 천천히 가시지. 죽으면 어쩌려고..-


남자는 또 한 명 끼어든 여인네가 몹시도 불만스러웠다. 내 갈 길이 급한데 양보라니. 이 불같은 아스팔트 위에서 에어콘도 없이 버티고 그런 말이 나올건지 남자는 혼자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이해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런 개같은 소리를 지껄여대는 여편네와 아무리 푸른 불이 됬다기로 서니 급출발한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듯한 여자애에게 한 소리씩 듣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여편네들이 왜 사람을 갈구고 그래.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이런 씨발! 차를 운전하려면 주위를 확보부터 하고 출발을 하던가 해야지, 운전의 기본도 모르는 것들이 씨발 나와서 차를 몰고 그래!-

-운전의 기본은 신호잖아. 이 아저씨야. 어디서 욕을 하고 그래요! 자기가 잘못해놓고! 아 염병. 짜증나. 경찰 안오나?-


라커칠을 하던 여자가 고개를 잠깐 들고 경찰은 자기가 불렀다고 이야기 했다. 초등학교 다니는 딸의 하교 길에 마중 나갔던 그녀로써는 꽤나 귀찮은 일에 말려든 셈이었다. 그녀는 라커 칠만 해주고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잘못해놓고 여자에게 막 되먹게 욕을 하는 남자를 대면하자 참고 넘어갈 공산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여자는 경찰이 오기 전까지 이 아가씨 편에 서서 있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는 뜻밖의 적수를 만난 셈이었다. 그들은 도로 사거리 한복판에 차를 세워둔 체 서로 언성을 높였다. 그것은 곧 누가 잘못했는가를 떠나서 남자 한 명과 여자 둘의 지독한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나갔다.


-씨발 놈의 여편네들이 밖으로 기어나와서 사람 일거리를 뺐고, 어린 것들이 어른한테 대들기나 하고 콱 법이고 뭐고 진짜.. -


남자는 자신의 부서에서 톱을 달리는 사원들이 모두 주부 사원인 것이 마음 속 깊이 박혀 있었다. 남편은 따로 일하고, 맞벌이로 연봉 1억씩 받아 챙기며 텅텅거리는 여인들. 한 가정을 살려야 하는 가장으로써 일을 하지 않는 마누라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마누라의 월급에 대한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싸움의 원인은 모두 이런 막되먹은 여자들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남자는 무의식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버릇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이 여자애도 문제다. 자신의 딸이 앞으로 커가면 이렇게 자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기 잘못이라고 해도 도저히 이렇게 막 되먹은 애에게서 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오른손을 높이 올리고 자신에게 윽박지르는 젊은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


-꺅!-


도로는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빵빵거리는 클락숀 소리도 사라지고, 서로가 양보해주지 않는 도로위에서 오직 저 두 차량이 길 가로 빠져 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바라보던 구경꾼들도 입을 다물었다.


-아니, 이 아저씨가 지금 뭐하는거야!!! 미쳤네!! 경찰 안와!! 경찰!?!?-


중년의 여자는 뺨을 맞고 멍하니 서있는 여자를 감싸안고 남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남자는 자신의 얼얼한 손을 바라보았다. 어린 여자애였지만 참지 못하고 뻗은 손을 너무 세게 휘둘렀고, 너무 제대로 맞아버렸다. 외제 차의 여자는 자동차 충돌로 받은 충격보다 땀내나는 중년의 남자에게 맞은 뺨에 더 많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남자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소리를 쳤다.


-내가 때리고 싶어서 때린 건 아니야! 하지만 어른한테 말은 공손하게 해야지! 어디서 싸가지 없이 대들고 그래!-


남자의 억지에 두 여자는 기가 막혔다. 잘못을 누가 한 것인지는 당사자도 알고 있고, 그 두 여자도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식의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수 있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순간 저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찰차도 도로를 점거한 차들 사이에 껴서 쉽사리 사고 현장까지 오지 못한체 사이렌 소리만 높이고 있었다.


차안의 두 명의 경찰은 이런 날 터진 접촉 사고가 얼마나 해결하기 까다로운지 잘 알고 있었다. 서로 불쾌지수가 극에 다다른 운전자들은 때론 경찰에게도 막말과 욕을 하며 사고 현장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그들은 결국 도로위에 살짝 차를 올려 놓고 사고 현장으로 다가갔다. 그들이 예상한대로 사고 현장은 차가 충돌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젊은 여자는 울고 있고, 중년의 여자와 남자가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 절은 경찰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자. 그만 하고 일단 차 도로 쪽으로 빼세요. 차 움직일수 있죠? 라커는 뿌렸네.-


뺨을 맞은 여자는 경찰을 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경찰 아저씨! 아저씨! 아 아저씨가 날 쳤어요. 내 뺨을 쳤다구요!-


-...쳤다구요?..웃긴 아저씨네...왜 여자를 쳐요? 치기는? 일단 차들 좀 빼세요. 뒤에 차들 소통좀 하게. 차 밀린거 안보여요?-


-젠장 차 옆구리를 받았는데 차를 어떻게 옮겨!-


- 두분 다 차에서 나와서 말짱하게 말다툼하는 걸 보면 크게 다친 데도 없겠다. 차도 보니까 그렇게 부서지진 않았네. 좀 옮겨요-


남자는 화가 나기 시작햇다. 자신의 차는 작은 충격에도 요즘 종종 시동을 꺼트린다. 차에서 내리기 직전에도 시동은 꺼져 있었다. 경찰의 말을 듣고 계속 시동 걸기를 시도 했으나, 차는 엔진 헛 돌아가는 소리만 낼뿐 시동이 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폐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분이 바쳤다. 젊은 경찰관은 남자의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렉카 지원을 요청했다. 그 동안 중년의 도로 경찰은 두 여자를 인도 쪽으로 데려가서 상황 설명을 들었다. 젊은 여자가 울먹이며 설명하고, 중년의 여자가 맞장구 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뒤에서는 남자의 욕설이 들려왔다.


-씨발! 염병할 년들이! 내가 잘못하기는 뭘 잘못해! 원래 주황색 불에는 지나가게 되있다고!-


-아 아저씨가 나올 때는 붉은 불이었잖아!-


-좀 조용히 해요! 아저씨! 아저씨 말은 이따 들을테니까 좀 조용히 해요!-


-경찰까지 여자 편 드는거야?! 엉!? 이런 불공평한 경우가 어디있어!?-


-아저씨 말 안 듣는다는거 아니니까 조용히 해요. 좀.-


인도 위를 걷는 사람들은 그들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지나갔고, 사고 차량 뒤에 서 있던 차들은 원망의 눈길을 보내며 사고 차량을 비켜가며 출발했다. 개중에는 중년의 남자에게 소리를 치기도 했다. -여자를 그렇게 때리는게 어딨소?- 라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한참 젊은 여자를 변호해주던 중년의 여자는 남자에게 콩밥 먹게 해주라는 말을 경찰들에게 신신당부를 해놓고 딸을 데리러 출발했다. 경찰들은 몇 분의 조사 끝에 쉽게 결론을 얻어낼 수 있었다. 남자의 잘못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차가 에어콘이 작동되지 않고, 기분이 매우 급해서 그런 상황이 되었다는 것에서 경찰들이 이해해주길 바랬다. 그러나 경찰들은 그런 것을 이해할 직업이 아니라는 걸 그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지나가던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었던 상황은 두명의 경찰의 등장으로 금새 수그러들었다. 사건 조사가 끝날 무렵 여자는 결정적으로 한마디를 꼭 해야 했다.


-저 아저씨가 내 뺨 때렸는데 지금 입안이 터진 거 같아요. 이건 어떻게 고소가 안되요?-


-어디 입 안 좀 봅시다.-


터진 상처는 여자가 왼쪽 볼을 잡아 살짝 뒤집을 필요도 없이 그저 살짝 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입안에는 피로 흥건해져서 이빨에 붉은 피들이 맺혀있었다. 젊은 경찰은 여자의 상처와 남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화가 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아저씨. 아저씨가 잘못하셨는데 여자를 때린 건 죄가 어느 정도 더 부가되는지 아시기나 합니까? 이건 정말 의심의 여지가 없는 폭행죄입니다.-


남자는 순간 경찰들에 의해 억눌러져 있던 분노가 다시 꿈틀거리는 걸 억제하지 못했다.


-아니 그럼 새파랗게 젊은 년이 어른한테 바락바락 대드는데 그걸 듣고 있으라고! 이 짜증나는 날씨에 내가 성인 군자도 아니고 때릴수도 있는거지!-


-때릴 수도 있는 거지로 끝나는게 아니죠! 아저씨. 사람을 때리는 건 폭력인데 정말.. 나이도 웬만큼 드신 분이 그렇게 해결하려 드시면 안되죠.-


-나이? 지금 내가 나이를 무시당했는데 내 나이를 생각하라고? 거 진짜..고소하라고 그래! 염병! 나도 남은거 없어! 나한테 뜯어갈꺼 있으면 뜯어가라 그래!-


-내가 아저씨한테 합의 볼 꺼 같아요? 그냥 고소할꺼야. 정말. 저리 재수 없이 세상 꽉 막힌 아저씨가...가만히 보니 돈 낼 사정이나 될려나 몰라-


남자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경찰이고 뭐고 모든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상황의 앞뒤를 생각해본다면 자신이 그렇게 불리하게 돌아게 만들었다는 걸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몇 달 동안이나 아무 실적 없이 회사에 박혀 있고, 겨우 얻어냈다고 생각한 계약은 성사 직전에 포기해야 했다. 에어콘은 고장이 났고, 9년간 함께한 자신의 차는 이제 페차장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 틀어 박혀 있는데도 공권력은 아무런 인정머리 없이 세상 열심히 살아온 자신이 단 한번 화를 낸 것으로 감옥에 보내버린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싸가지 없는 여자애의 뺨을 쳤을 뿐이다. 항상 월급이 없다고 틈만 나면 이혼을 운운하는 마누라에게서 이번엔 정말 이혼 당하게 될 것이다. 저 멀리서 그의 차를 견인해가기 위한 렉 카가 보였다.


남자는 침착하게 경찰에게 차에서 업무에 필요한 서류를 빼오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그리고 보조석 밑에 떨어져 있는 주방용 칼 세트에서 적당한 크기의 칼을 꺼내서 자신의 허리 뒤에 꽂았다. 그리고 그는 경찰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 빌어먹을 년에게 다가가서 모가지부터 그어버려야지..빌어먹을..부모 잘 만나서 외제차나 끌고 다니는 버릇없는 년..망할....버릇없는 년..-


그는 조금씩 발걸음에 속력을 붙이다가 여자와의 거리가 2미터 안으로 좁아지자 등뒤에 넣어두었던 칼을 꺼내들었다. 젊은 경찰은 미처 보지 못한 체 쭈그려 앉아서 자신의 신발끈을 묶고 있었다.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남자는 곧 그녀의 몸위에 올라타고는 한마디 했다.


-이 빌어먹을 년아....니가 내 사정을 알어? 응?-


그리고 칼을 위에서 한번 내리쳤다. 칼은 그녀의 어깨에 박혔다. 곱게 날이 선 식칼은 그녀의 어깨위로 뜨겁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뭐가 들어온건가 하고 자신의 왼쪽 어깨를 쳐다보았다. 남자의 칼이 거의 손잡이 부근까지 박혀있었다. 여자는 그제서야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도 그다지 큰 편은 되지 못했다. 남자가 바로 칼을 뽑아 들고 여자의 벌린 입에 박아버렸기 때문이다. 칼은 목구멍을 관통해 아스팔트
를 긋고 있었다. 남자는 말했다.


-입 안이 터졌다고? 입 안이 터졌다고?-


칼을 입안에서 뽑아 다시 한번 공중에 드는 순간. 그의 어깨와 등에 총알이 관통되었다. 남자는 갑자기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나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 총에 맞은건가? 경찰이 나에게 총을 쏜 건가?...생각보다 아프진 않군..- 남자는 오른손에 쥐어진 칼을 떨어뜨리고 여자의 얼굴 위로 쓰러졌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젠장..에어콘이 잘 나오는 차를 사야할텐데..적금을 깨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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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저는 보험이나 도로 교통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른다는 사실!~

↑ 요거이 작가님 멘트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