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직딩 코스프레”

칼자루의 본격적인 연애 사업이 시작됐다. 부도를 막기 위한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이 주위 사람을 안타깝게 할 정도다. 커리어우먼은커녕 직딩도 아닌 백조가 그들의 삶을 기반으로 한 연애 사업을 하려니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시련을 감내해야 한다. 갈 곳이 없는 그녀는 아침 6시 반에 기상 해 한껏 차려입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출근길을 동행할 소개팅남을 만난다. 늦지도 않았는데 늦었다며 시계를 간간이 봐주는 리액션과 그토록 끔찍해 했던 출근길 지옥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 혹여 운이 좋아 둘이 나란히 앉게 되면 밤을 새 일을 했다며 피곤한 듯 그의 어깨에 기대 잠자는 척을 해야 한다. 또는 지난밤 못 다 한 업무라며 서류를 검토하는 시늉을 해야 한다. 그녀의 이 같은 직딩의 일상은 하나같이 과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직장을 한 번도 다녀보지 못한 칼자루는 경험이 아닌 글로 커리어우먼의 일상을 배웠기에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출근길 동행을 마치고 S그룹 앞에서 그와 안녕을 고한다. 이때 경비직원의 눈에 잘 띄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잡상인 취급을 받을 수 있으니,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눈에 띄지 않은 선에서 그와 헤어져야 한다. 그렇게 출근길 프로세스를 마친 뒤에 그녀는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집에 갈 수도 없다. 점심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그가 찾아와 맛있는 점심을 먹자고 하니 집에 갔다가 다시 온다는 것도 사실상 시간 낭비, 차비 낭비다. 그렇다면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괜찮을까. 출근을 같이 했듯 퇴근도 같이 하자는 그의 과한 친절과 배려, 그리고 애정에 칼자루는 점심 이후에도 S그룹 근처를 배회해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그녀는 방황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내일 모레면 계란 한판인 그녀의 방황의 끝이 과연 있기는 하는 걸까?






제목 : 직장인 코스프레

오늘도 좋은 아침 인사 하고
흔들리는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어요
그대 어깨 기대 살짝 졸기도 했다가
손목시계 보며 지각 드립도 해줘요

오늘도 맛난 점심 먹고
손 흔들며 각자의 직장으로 몸을 돌려요
그대 어깨에 기대 커피 한 모금 했다가
허겁지겁 서두르며 돌아가자 말해요

오늘도 수고 했다 격려 하고
손 꼭 잡고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어요
그대 어깨에 기대 앙탈 부리다가
내일 또 만나 인사 하며 뽀뽀 해줘요

매일매일 내가 그대와 하는 일
직장인 흉내 내기 코스프레 스케줄
매일매일 내가 그대와 하는 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알아줬으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