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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

" 학교 가니..? "

덜컥 -

오늘도 아무말없이 집을 나서는 딸이었다.

" 후우... "

언제부터였을까. 딸은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려 하고 있었다.
15살이니 사춘기라서 그러리라, 생각하여도 그 갈등의 틈은 너무 넓었다.

남자는 아내의 말대로 딸에게 행복을 주려 하였다.
아내의 죽음 이후 IMF 위기가 끝나고, 남자는 악착같이 뛰었다.
악착같이 공부했고, 악착같이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국내 유명한 대기업인 L모 기업에 입사하였다.

" 다민아! 이제 우리 행복하게 살수있어! "

" 와! 아빠 최고! "

2살의 딸을 안고 그는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3년만에 엄청난 실적으로 그는 과장까지 승진을 하였다.
그러나 그럴수록 딸과의 교류는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 아빠! 요번 주말에는 놀이동ㅅ.. "

" 아빠 바빠. 잠깐만. 아! 여보세요! 네네.. "

" ... "

남자가 성공에 성공을 거듭할수록 딸은 점점 갈등의 골로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남자와 딸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행복.

아내의 마지막 말을 내가 지금 이루고는 있는걸까.
남자의 눈앞에 펼쳐진 넓은 집과 좋은 가전제품들.
그리고 딸이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사준 몇십벌의 옷들.

이것이 행복일까.

물질적으로 풍요하면 행복인걸까. 아니면..

남자는 급작스레 밀려오는 회의감과 절망감에 몸을 비틀었다.

" 으음.. "

그러나 어느새 남자의 몸에는 양복이 걸쳐져 있었고
그는 다시 물질적 풍요를 위해 일해야 하는 개미로 돌아가 있었다.

" 다민아! 나 오늘 끝나고 핫도그 사주면 안돼? "

" 으..응.. "

딸은 학교에서 이미 부잣집 외동딸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녀의 재물을 보고 접근하는 친구들.

다민에게는 그들이 모두 역겹고 구질구질했지만, 그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결국 남는건 혼자였다.
그녀의 인성이 아니라 재물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
그들을 원망하기보단 자신을 원망했고 그 원인이 되는 아빠를 원망했다.

' 역겨워.. '

그녀는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에 지겨움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 다민이 왔니.. ? "

" ... "

그녀는 평소와 같이 고개만 까딱이고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날은 아빠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할 수 없었다.

" 잠깐 얘기 좀 해. "

그렇게 말하는 아빠의 입에선 술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 할 얘기 없어요. "

" 아빤 있어. "

" .... "

평소와 다른 아빠의 강압적인 태도에 일단 다민은 소파에 걸터 앉았다.
일단은 듣고 대충 무마한다음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 다민아.. "

" 네, 아빠. "

" 너에게 행복이란.. 무엇이니. "

다민은 엉뚱하고도 급작스러운 질문에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평소의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 저한테 없는거요. "

' 아.. '

남자는 그말을 듣자 가슴이 무너지는 듯 하였다.
아내의 약속을 못 지켰을 뿐더러 그동안 지었던 자신의 생각이 모조리 부정되는 순간이었다.

" 미안하구나.. "

" 알면 됐어요. "

" 미안해.. 미안해.. 다민아.. "

" ... "

" 아빠는.. "

" 그만하세요. "

단호한 다민의 답에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본 사내는 적잖이 당황하였다.
다민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지만 입가엔 차디찬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아빠가 언제 저랑 이런 얘기 한적 한번이라도 있어요? 갑자기 그러면 어색하니까 하지마요. "

" ... "

" 저 잘게요. 피곤해요. "

쾅-

신경질적인 문닫는 소음이 지난후, 거실에는 언제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를
정적과 사내의 한숨만이 가득 차 있었다.

" 휴.. "

' 여보.. 어찌해야 좋단 말이오.. '

사내는 얼굴을 싸안고 흐느꼈다.


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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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스토리 전개 팍팍 나가려 했는데
그러면 뒷감당이 힘들어 질 거 같아 일단은 여기까지.
다민이가 등장했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