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낡은 상처.

우리가 살아가는

황혼 속 여울결을 거니는 찰나

어깨춤, 나지막한 목소리

그림자

숨결의 눈길을 핥는다.

흐릿한 안개 사이 조목히 내려다보는 너의 눈

그 눈동자에

나는 또 다시 입을 열고 마음을 닫는다.

벙어리같이

말을 못해 우는 게 아니다

건내는 웃음이 새삼 눈물겨웠다.

외로이 노을에 침식해가는

울렁이는 얼굴에는 대체 무엇이

우리는 돌아온

추억의 아이들.

사랑이란 말투 그 너절함에서

도망쳐온 이방인은 더욱 아니다.

너와 내가 손 맞잡은 달빛 아래 가로수

밤하늘엔 어둠만이 서성였는데

어느새

잿빛 하늘 가까이 돋아가는 메추리를

잔이슬 새벽빛에 목 매는 메아리를

우리는 잃어버린걸까

하더니

곧

누군가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