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시점]




아직도 온 몸이 욱씬거린다. 그 남자의 매질의 아픔이 몸에서 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나는 내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어떤 남자로부터 무자비한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

아니, 당해야 했다.

왜 그래야만 했었는지 묻고 싶거든 조금만 참아주었으면 한다. 너무나 부끄러우니까.

내가 천대하던 남자로부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지옥 같은 경험...

남편이 아닌 남자 앞에서 신음 소리를 낸 것도 모자라 끝내....끝내..

오줌까지 싸고 말았다.

죽고 싶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남자의 발길이 내 엉덩이에 닿는 순간 다리 사이에서 야릇한 경련이 일어나더니

그대로 다리의 힘이 풀려버리는 것이 아닌가. 내 의지가 아니였다. 참으려고 해도 안되었다. 오줌은

내 속옷을 다 적시더니 방바닥까지 더럽히고 말았다. 그 남자, 나의 이런 더러운 꼴을 보더니 묘하게 흥분

하는 것 같았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잠시 얼이 나

가 눈앞이 새하얘졌기 때문일까.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져 골프채를 들고 서 있던 그 남자의 실루엣만이 내

기억의 파편으로 조각조각 흐트러져 있다. 내 알몸을 보여준 두 번째 남자. 그 남자의 이름은 뭐였을까.





그러나 이런 아련한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남자는 우리 집에서 나가기전, 분명 다시 오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다시 오다니? 그럴 수는 없다. 무엇보다 오늘은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대참사가 날 수도 있었다. 남편은 나와 그 남자의 관계를 아직 모르고 있다. 그러니까.....


이때, 문앞에서 자물쇠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이내 철커덕 문이 열렸다.


"엄마, 다녀왔어요."


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초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그래...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되지...응...


"그래. 어서 와. 별일 없었지?"

막상 아이들을 대하면 별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네!"

이건 아들의 대답. 항상 씩씩하게 자라주는 녀석이 그저 기특하기만 하다.

"응. 엄마. 그런데 있잖아. 밖에 보니까 이상한 아저씨가 돌아다니고 있던데? 우리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무언가 수상하다는 느낌으로 조근조근 말하는 딸의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다리가 오무라졌다.

"엄마? 왜 그래? 왜 다리를 꼬아?"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의 천연덕스러운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다리가 좀 아파서...어서 들어가자. 간식 차려줄께."

힘없는 내 말을 듣더니 녀석도 그저 엄마가 조금 피곤했으려니하고 이내 수긍한다.

"알았어. 근데 엄마, 오늘 학교에서..."

수다쟁이 아들 녀석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학교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이렇게 쉬지 않고 입을

오물오물하며 웅얼대는지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이대로 이 순수함을 잃지 말고 자라주었으면 한다.




[순수하다고? 네가? 이 걸레년이.]




순간 내 머리속을 강하게 뚫고 지나가는 그 말이 오싹하게 전율을 일으켰다.

그..그래...그 때는 내가...잠시....괜찮을거야...이제는...그 때는 내가 잘못....아니야...그런..

또 다시 귓가에 들려오는 말. 이번에는 그 남자의 목소리다.


[아들?...이....씨.....발....]


솔직히...

그 남자에게 미안한 감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간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은 분명하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남자가 오늘 나에게 저지른 범죄는 용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기회를 봐서 남편에게 말을 한다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경찰에 신고하리라고 마음먹고 있다.

남편이 이 일을 알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텐데...그 남자도...나도..

우리 남편...

남편은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항상 다정하기만 한 자상한 아버지로 아이들에게 보여지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 날 밤에도 그랬다.



하늘에 별만 가득한 날.

아이들이 잠에 든 것을 확인한 남편은

다짜고짜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가 입고 있던 옷을 쫙 찢어버렸다.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내가 걸친 옷은 전부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리더니

내 목에 개 목줄을 채우고는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려대며 개처럼 짖으라고 명령했다.

따르지 않으면 몽둥이로 때리겠다고 위협했다.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그 날 한 마리의 암캐가 되어

야만 했다. 남편은 아주 만족한 얼굴로 내 얼굴을 쓰다듬더니 엉덩이를 돌리라고 했다. 곧 내 깊숙한 그 곳

에 혀를 넣어 빨아대기 시작했다. 온 몸이 떨려왔고 나는 오줌을 쌀 것 같은 기분이 되어 금방 죽을 것만

같아 그만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하고 말았다. "이...이제...그만...."

남편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분한 표정으로 일어나며 말했다.

"이....이 개 같은 년이. 감히 주인님에게 거부를 해? 오늘 좀 죽어봐라.."

절대로, 다시는 나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남편은 그 날 밤새 몽둥이질을 했다.

온 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도 나는 신음 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 남자의 말대로다. 그야말로 한 명의 노예...아니 한 마리의 암퇘지에 지나지 않는 나..

그러나 아이들은 엄마의 이런 창녀 같은 모습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지 못해야 한다.

그래야 이 가정,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언제까지나 계속 행복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 행복이...쭉...







행복?







나는 정말 이 상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남자의 말대로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 변변한 반항도 못해보고 당하기만 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대체 언제부터.

아..누군가 나를 도와주었으면....이 지옥 같은 나날에서...벗어날 수 있게...






[딸 시점]





요즘 엄마가 이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