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양복을 입고 있을 때 나의 방으로 '그'가 들어왔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복을 다 입고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의 반대쪽에 앉았다.


그리고 '그'가 무언가를 말하길 기다렸다.


몇 분간의 침묵을 깨고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를 데려간 놈들의 정체는 적월파다."


"적월파?"


"본래 북파공작원들이 남한에 침투하여 만든 테러조직이다. 하지만 현재는 처녀들을 납치하여 창녀촌에 팔아넘기고 북한을 통해 밀수입한 러시아제 무기들을 팔고있지."


"그럼 당신도 적월파 출신입니까?"


질문을 하고 아차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들추어내는 것을 싫어했다. 가끔 과거 이야기를 물어보면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를 피하곤했다.


"아니, 난 북한 온건파에서 길러진 암살요원이였다. 3년 전에 남한의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강경파의 작전을 온건파 수뇌부들이 알아채고 날 남한으로 보냈지"


처음으로 듣는 '그'의 과거사. 나는 조용히 '그'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강경파가 온건파를 제거하기 위한 함정이였고, 결국 온건파 수뇌부들이 모두 제거당하고 나홀로 남한에 남게됬지"


"가족들은...?"


"고아라 가족따윈 없어. 과거사는 이제 그만 이야기하지"


'그'는 테이블 위에 있는 물을 한 컵 들이키고는 검은 가방을 내게 주었다.


"열어보도록"


가방을 열어보니 권총 한 정과 몇장의 종이, 사진, 한 장의 지도와 2개의 탄창이 있었다.


"독일제 USP45다. 가벼우니 쓰기 편하겠지"


소음기를 끼고 창틀로 조준점을 향해보았다.


"확실히......"


이리저리 USP45를 살피고 있을 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네가 해야할 일은 적월파 본진을 알아내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녀도 그곳에 있다고 하니 너도 나와 목표가 같아진거지"


"네......"


"첫번째 타겟은 사진이 있으니 확인하고 세부사항은 그 종이에 적혀있다. 가는 길도 지도에 표시해두었으니 확인하고 임무가 끝나면 양복 안 주머니에 넣어둔 전화기로 연락하도록. 다음 지시사항을 알려줄테니"


"네......"


"준비됬으면 출발하도록"


그 동안 이 곳에서 지낸지 1년...... 이제 지금부터다. 그 놈들에게 지옥을 보여주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