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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효가 이제 전화하지 말래."


지금으로부터 약 8개월 전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후, 1학년때 반 친구인 재형과 같이 집으로 가던 길이였다.

그날따라 묘한 분위기를 풍겼던 재형.

문득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어렵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효가, 네가 자꾸 전화하니까 정말 힘들다고,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하더라고.

이런 말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너 혹시 스토커짓 하고 다니는 거 아냐?"

스토커...라고? 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다니. 이유를 알 수가 없네.

뱃속에서 나비 수천 마리가 동시에 날개를 펴고 내 안을 휘젓는 느낌이였다.

말 그대로 당장 죽을 것 같은 기분. 이런 감각은 생전 처음이였다.

사시나무 떨듯 다리가 제멋대로 흔들리고 정신은 점점 아득해지는 죽음 같은 순간에

다만 떠오르는건 지효의 불안한 눈빛과 목소리.

아 그래. 그랬던 건가.

그 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아래에서 나는

점점 노랗게 번져가는 마음 속 한 켠에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엮어가고 있었다.

기억하기 싫은 그 날, 별 아래 앉은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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