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어제 오늘의 컨셉은 그림자가 되겠구랴..

왁자맨 '그림자'랑 헷갈리지 마시길..-ㅅ-;;

그 '림자' 아니에용~ 오호홋!

오늘따라 말장난 삘이 안받는구랴...-_-

언능언능 글이나 봅세다!!-_-）/

아! 들어가기에 앞서..

작가님이 말씀하시길 이 글은 어떤 만화의 소재와 내용을 따온 글이라더군요.

자세한 건 맨 아래 작가님 멘트로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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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None. Nobody.Yep}



아이는 아무 곳에도 없다. 아무 곳에도 없는 존재가 나를 괴롭힌다.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 버린 그 애가..

그 애가 내게 처음 접근한건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가서였다. 지금 그 애의 행동으로 봐선 1학년 때부터, 아니 어쩜 그 전부터 날 주시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2학년에 올라와 같은 반이 되자 그 아이는 나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잘 모르겠다. 이제는 나조차도 그 아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불쌍한 아이.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 아이는 반에서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은 아이였다. 행여나 출석을 부를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업 중 선생님들이 무작위로 시키는 질문에 걸렸을 때조차 그 아이는 아무의 기억에도 회자되지 않는 무의미한 존재였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에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아이. 그 누구도 그 아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으며, 설령 말을 건다 한들 그 아이에게서 아무런 대답도 받아내지 못했다. 내 남자친구였던 창준이 만이 그 아이에게 가장 많은 말을 걸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창준이는 전교 내에서 이름난 불량학생이었고 -그런 아이와 사귄다는 건 나에겐 즐거운 일이었다. 웃기고 재밌고. 잘생겼으니까- 그런 부류의 아이들이 흔히 하는 집단 구타나 따돌림의 대상이 바로 그 아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따돌림은 애초부터 필요치 않은 것이었다. 어차피 아무도 그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창준이 녀석이 그 아이에게 매몰차게 대하기 시작한 건 어느 날 체육시간 이후부터 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체육시간은 입시 공부에 꽉 막혀버린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 시간이었고, 나 또한 친구들과 모여 오래간만에 배구를 하고 있었다.（아마도 배구였을 것이다..내가 좋아하고 할줄 아는 운동은 이것뿐이었으니까 ） 한참 놀이에 집중해 있는 그 동안 뭔가 이루 말할수 없을 만큼 섬칫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그 아이의 기괴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아이는 내가 있는 코트 쪽에 앉아서 교묘히 손을 뻗어 내 그림자를 더듬고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로. 그 아이가 손을 뻗으며 내 힙과 허리의 그림자를 만지며 씩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꺅!!!-

-뭐야? 왜 그래?-

나무 밑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던 창준이가 한 달음에 달려왔고, 난 그 아이를 가르키며 손을 휘저었다.

-저 새끼가!!! 저게 변태 같은 짓을 하고 있어!! 내 그림자를 만져!!-

잠시 창준이는 어리둥절 하더니 날 보곤 씩 웃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창준이에게서 그 미소가 사라지기 전에 엄청나게 밟히고 말았다. 그 아이는 사정없이 밟히며 얻어맞는 그 순간에도 내 그림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난 수돗가로 달려갔고, 잠시 숨이 막혀오는 걸 느꼈다.

-야. 유인희 니가 좀 과민반응이었다고 생각안해?.-

창준이가 한바탕 그 아이를 때린 후 주먹에 묻은 피를 지우려 수돗가로 왔다.

-몰라..얼마나 변태같았는데. 기절할 뻔했어..자기 그림자로 내 그림자를 만지는 그 모습이..-

-그래?....그 씨발 새끼.. 맨날 교실 뒤에 앉아서 존재감 없이 침울한 표정이나 짓고...안 그래도 재수 없었는데..잘됐네. 계속 밟아줘야지..괜찮치?-

-상관없어..니 맘대로 해..짜증나..정말-

그 아이는 그림자 사건이 있은 후부터 항상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항상. 수업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내가 어디로 움직이든 자신의 자리에 가만히 앉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최대한 그 아이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어쩌다 한번씩은 마주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눈이 마주칠 때 마다 난 내 몸안의 기운이 쫙 빠져나가며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창준이가 그렇게 위험을 해도. 그렇게 무수한 주먹을 날려도 그 아이는 무표정하게 날 바라볼 뿐이었다. 입가에 피를 흘리며, 자신의 머리를 밟고 있는 창준이의 지독한 욕설이 날아와도 그 아이의 모습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가끔 창준이가 -저 자식 죽여버리고 싶어..진짜...널 그렇게 쳐다보다니..저 씨발 새끼...진짜 죽여버릴까..- 하며 심각하게 고민까지 했지만 고작 존재감 없는 변태 쓰레기 때문에 한 아이가 살인까지 저지를 필요는 없었다. 창준이가 점점 심각하게 독기를 품기 시작하자 난 아예 신경을 끊으라고 부탁했다. 더 이상 저 변태를 건드리면 나도 귀찮으니까 너와 헤어져버릴 거라는 엄포를 놓자 창준이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해버렸다. 그러자 창준이의 폭행으로 잠시 주목을 받았던 그 아이의 존재감은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후 창준이는 다른 학교의 퀸카와 사귀어버렸다.-

하지만 그 아이가 날 바라보는 건 여전한 일상중에 하나였다. 그는 바라보는 것 외엔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아니었고, 나에게 다가와서 스킨쉽을 시도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차라리 무슨 다른 움직임이라도 있다면 담임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 녀석을 어딘가로 옮겨 버릴수도 있을텐데.. 그 아이가 쳐다보는 것 외에 하는 건 단 한가지. 자신의 그림자가 길어 졌을 때 멀찌감치 서서 자신의 그림자로 내 그림자를 쓰다듬는 변태 같은 행위뿐. 그 후부터 난 해가 질 때쯤이 되면 항상 내 그림자를 바라보는 우스운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어느덧 나도 그 아이의 존재를 거의 잊어버렸다.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애의 행동은 어느날 나의 모든 걸 바꿔버렸다. 어느 오후 늦은 수업시간. 졸린 눈을 부비며 수업을 겨우겨우 듣고 있을 때 뭔가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뒤에 있는 사롬이는 그저 날 방패삼아 자고 있을 뿐 내 어깨를 만질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그때 반사적으로 내 그림자를 찾아보았다. 오후의 저물어 가는 햇살에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는 그 아이의 앞에 펼쳐져 있었고, 그 아이는 자신의 그림자로 내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그림자의 모습으로 봤을 텐데도 그 아이는 안중에도 없이 내 그림자를 애무하기 시작했고 그 감각은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세상에!!! 그아이의 손길이 내 어깨를 타고 가슴 쪽으로 옮겨 움직이는 순간 난 나도 제어할 수 없이 몸이 움찔거렸다. 그 아이는 그림자의 움직임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예의 그 변태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혀를 내밀어 핥으려 시도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격은 정적을 깨고 벌떡 일어나 그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수업을 하던 선생님이나 깨어있는 다른 아이들은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 그때 내 신경은 날카로웠다. 그 아이는 내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조금은 움찔하더니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두려웠지만 그림자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은 그런 두려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더 큰 공포였다.


-야. 너 지금 뭐하는거얏!!! -

-...-

여전히 대답은 하지 않은 체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의 그런 모습은 역겨움. 공포. 분노..세 가지 감정이 정신없이 내 머리 속을 미칠 듯이 휘젓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이 변태새끼야!!!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널 가질꺼야.-

할말을 잃게 하는 그 아이의 첫 대답이었다. 난 몸서리를 치며 그 아이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그 아이는 씩 웃으며 예의 그 징그럽고 끔찍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난 태어나서 생전 처음으로 정신을 잃었다. 아이들이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깨어보니 내가 있는 곳은 양호실이었다. 약들이 내뿜는 퀘퀘한 냄새. 그리고 예의 익숙한 날 뚫어지게 바라보는 느낌. 침대에 누운 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뭔가 검은 것이 서 있다가 휙 지나가버렸다.

-엄마야!!!-

-왜 그래? 인희야. 왜?-

-뭐가..뭐가 지나갔어요!!-

-얘...너 스트레스가 많은 가 보구나...하긴 반에서 1,2등을 다투는 애니까..그럴 만도 하지만..허공에다 젓고 혼자 이야기하는 건 중증 같은데.-

-무..무슨 말이에요?. 내가 허공에다가 말을 하다니. 난 그...그...-

-그 뭐?..-

-아....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이름이..-

갑자기 그 아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는 양호선생님에게 뭐라고 설명도 할 수 없었다. 그 아이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무 존재라는 단어 외에는. 하지만 양호 선생님의 말이 걸렸다. 내가 허공에다가 이야기를 했다니. 난 그 변태 녀석에게 이야기를 한건데...그리고 혼자 쓰러졌다니?...내가 정신병자란 말인가?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난 곧 교실로 들어왔다. 교실로 들어서기 직전 다시 한번 흠칫한 기분이 들어서 그 아이가 앉아있는 뒷자리를 쳐다보았다. 없다. 그 아이가. 사라져버렸다. 그것도 내가 교실로 들어온 시간은 수업시간 도중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없는 것이다. 존재감은 없지만 수업시간에 도망가거나 하는 아이는 아니었는데..혹시 내 일로 교무실에 끌려 간걸까? 난 그렇게 생각하며 내 자리에 앉았다. 교실 안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날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앉자마자 뒤에 있는 사롬이가 등을 찔러댔다.

-야..너 미쳤니?..왜 벌떡 일어나서 빈자리에다가 떠들고 지랄이야?..-

-뭐?...너까지 그렇게 봐?..난 그...그....그 나 항상 쳐다보는 존재감 없는 변태새끼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어!-

-그게 누군데?..-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항상 날 쳐다보는 변태라면 다 아는 이야기인데, 모두들 짠 듯이 그 아이의 존재를 아예 잊고 있었다. 더 가관인 것은 잠시후 담임 선생님의 방과 전 조회 시간때였다.

- 어이 반장.. 저기 뒤에 책상 하나 빈 거 뭐야? 걸리 적 거리잖아. 내일 아침에 치워..아니다..주번 문 단속 하고 가지전에 저거 치우고 가.-

그 아이는 우리 반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져버렸다. 날 가질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사라져버렸다. 아무의 머릿속에도 남지 않고 내 머릿속에만 자신의 존재를 남겨둔 체. 나도 모르게 정말 내가 미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난 창준이에게 다가갔다.

-야..너 그 변태새끼...너도 그 애 몰라?...-

-변태새끼?..그게 누군데?..아..너 아까 왜 그랬어? 너 진짜 미친거냐? 참나..-

창준이도 자신의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럴 수가..아무도 그 애의 존재를 모른다. 아무도. 난 휘청이며 학교를 빠져 나왔다. 이어지는 오후 햇살. 내 그림자가 유난히 신경 쓰였다. 걸어가다가 옆을 보고 또 봤다. 내 그림자는 그저 평범한 그림자일뿐이다. 하지만..조금씩 걸어갈수록 말할 수 없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림자가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느낌. 내 그림자에 손이 세 개였다. 그리고 내 가슴쪽에서 튀어나온 그 제 3의 손 그림자는 나에게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난 또다시 이번엔 길 한복판에서 정신을 잃어버렸다.

-조금만 기다려...조금만...나 잠시 다녀올께..-

정신을 잃기 전 들려온 그 아이의 목소리였다. 난 그날 다행히 친구들 덕택에 집에 갈 수 있었고, 한동안 공포에 떨며 거실에만 머물러 있었다. 도저히 내방으로 혼자 들어갈 자신이 없는 것이었다. 혼자가 되지 않았으면..제발..식구들이 거실에서 보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길 기다렸지만 결국 내 가족들은 뿔뿔이 자신들의 방안에 들어가 버렸다. 말을 하면 미친년 취급 받을 꺼야. 아까도 그랬잖아. 공개적으로 미친년이 되 버렸으니. 그저 수험 스트레스를 받는 불쌍한 년으로밖에 인식될 뿐 일꺼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미치지 않았다. 미치지 않은 거야. 모두가 그 아이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다. 하지만 나만 기억할건 또 뭐란 말이야?...대체 왜 내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거냐구. 두려움 덕분에 온갖 생각을 다하고 있었지만 그날은 이상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난 공포와 스트레스에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충격적인 소식이 반에 퍼졌다. 창준이가 죽어버린 것이다. 오른쪽 팔이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꺾이고 , 두 눈이 파헤쳐졌다고 한다. 같이 창준이와 누군가를 기다리던 친구 희중이는 엄청난 두려움에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전화 통화를 한 사롬이가 전해준 그 이야기는 너무도 끔찍했다. 같이 놀 친구를 가로등 밑에서 기다리던 창준이는 갑자기 두 눈에서 피를 흘렸다고 한다. 곁에 있던 희중이는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창준이는 그 물음을 듣지도 못 했을거라고 한다. 곧 양쪽 귀에서도 피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곤 갑자기 창준이는 공중에 휙 들리더니 바닥에 쓰러졌고, 오른쪽 팔이 심하게 뒤로 뒤틀려졌다고 한다. 그리곤 뼈가 튀어나오며 피가 분수 쳐럼 솟아오르자 희중이는 그때서야 사람들에게 구조를 요청하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창준이가 죽었단 말에 잠깐동안 다른 세상의 일 인듯 멍하니 있던 나는 곧 눈물이 사정없이 쏟아져 나왔다. 죽다니..그 아이가 죽다니...불량스럽긴 했지만 좋은 아인데..왜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 버린거니... 그렇게 울던 도중 생각나는 게 있었다. 잠시만 다녀온다는 그림자의 말. 그리고 창준이가 죽은 가로등 밑. 너무 어이없는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 변태새끼가 창준이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들었다. 설마...설마........누군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누구지?...-

그때는 슬퍼하는 날 위로하느라 많은 애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쉬는 시간에 혼자 조용히 눈물을 흘릴 때도 누군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곤 말했다.

-슬퍼하지마..어차피..개새끼였어. 내가 널 지켜 줄께..내가..널 가졌으니까..-

그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 아이다. 그 아이가 죽인게 확실했다..그리고 햇살이 비치는 그 때 그 아이는 다시 내 그림자안으로 돌아온 것이다. 난 나직히 말했다.

-저리가...가버려....이 변태새끼..가버려....제발..-

-갈 수가 없는걸..난 니 그림자 안에 속해있으니까.....갈 수가 없어..이렇게..-

그 아이는 말을 이어가며 그림자위의 내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끈적한 느낌. 뜨거운 숨결. 모든 것이 생생하게 내 몸 위로 다가왔다. 하지만...실제적으로 내겐 아이들과 아무 것도 없는 공간만이 내 주위에 있을 뿐이다. 그 아이를 떨쳐 버릴수가 없었다. 내 능력 밖의 일임에는 분명한 일이었던 것이다.

-니가 날 현실 속에서 떼어낼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죽음 뿐이야..하지만 그럴 필요까진 없을꺼야. 난 널 항상 지켜주고..널 즐겁게 해줄테니까....하하..-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그 아이는 오로지 그림자가 존재하는 곳에서만 나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처음엔 모르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그의 이야기 소리나 끈적거리는 애무는 받지 않아도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형광등 밑에서는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는 거 아닌가?...그래서 되도록 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저녁엔 집에 꼭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영향력이 강해진건지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곳에서도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성적인 말들이었고, 그는 어둠 속에서의 자신의 장난을 무척이나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림자가 존재하는 오전과 오후 나는 수업시간 도중이건 친구들 앞에서건 그의 더러운 손길이 내 몸에 침범하는 걸 느껴야만 했다. 난 거의 매일 미치기 직전의 상황에 가야했고 나의 그런 모습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히스테리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혼자 소리 지르고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는 나는 틀림없이 미친년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내 주위 친구들 마저 하나둘씩 떠나버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거의 최악의 성적으로 나왔고, 집에서는 드디어 정신병자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정신병원에 수 차례 갔지만 난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미칠 것 같다는 이야기 외에는... 자살도 수 십 번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 안에서는 전혀 무의미한 움직임이었을 뿐이다.

대낮의 자살은 그의 방해로 꿈도 꿀 수 없었고 저녁에 집안에 들어와 손목에 칼을 그으려고 했지만. 그의 애처러운 말이 내 생각을 방해했다.

- 니가 죽으면...니가 죽으면...나와 같이 가는 거야. 후훗...그래..죽어봐..그림자는 니 영혼이야. 난 니 영혼과 이미 합쳐져 있는 몸 이라구....죽으면...넌 영원히 나와 함께야..하지만 나도 살아있는 니가 좋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흥분하는 니 모습이..뭐..나야 상관없어....죽어봐...그래 죽어봐..-

끔찍한 일이었다. 죽게 되면 오히려 그와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는 말..어쩜 거짓일수도 있지만 내 그림자 안으로 들어온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그 말이 달리 거짓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 나에겐 희망이 있었는데..그건 구름이 많이 낀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에는 그 녀석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고...그저 그런 날만이 나에게 유일한 자유가 주어지는 날이었다. 그런 날에는 우산도 쓰지 않은 체 눈과 비를 맞으며 걸어다녔다. 우산을 써버리게 되면 간혹 가다가 생기는 그림자가 날 몸서리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날에는 자유를 얻은 날이었기에 난 미친것처럼 비를 맞으며 웃음을 띠고 돌아다녔다. 자주 그런 모습을 본 부모님은 드디어 날 격리 병원에 수용시켰다...

-야...이거 이쁜데......미친년치고는 진짜 이뻐..-

-허허.....언제...함 하자고..-

격리 수용된 시설의 감시자들이 처음 나를 본 날 주고받은 대화였다. 그들의 말에는 이미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격리 수용시설에는 오히려 그 아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24시간 형광등 불빛에 있게 되었고, 창문은 단 하나 밖에 없었기에 햇빛을 피해 구석진 곳에 들어가 있으면 그 녀석은 더 이상 날 만지지 못하게 되었다. 그 녀석이 웅얼거리는 소리는 그치지 않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다만 오전에 간수들이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는 날 억지로 끌고 휴게실 쪽으로 끌고 갈 때는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일상이 생기게 되었다. 그들은 내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나에게 햇빛을 쐬게 하려 했지만 난 그 더러운 것들의 손을 마구 물어뜯으며 절대로 나가길 거부했다. 의사는 날 아주 심각한 환자로 보고 있었다. 그는 억지로 날 바깥에 내놓다가는 더 큰일이 있을 거라며 한동안 나를 이 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 주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난 이제 밖으로 나가서 그림자를 한번만 보게 되면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러버렸기 때문이다.

-젠장...젠장.......젠장.......죽어버려...죽어버려....이런 씨발...죽어버려!!!!!! 널 죽여버리겠어!! 날 돌려줘!!! 젠장!!!....-

그 아이의 소리다...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모습을 컴컴한 암흑에 갇혀 움직일 수 없게 한 나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더 이상 나가면 안 된다....이제 정말 바깥으로 나가면 안 된다..언젠간 떨어져 나갈 것이다. 이렇게 이곳에 있으면 언젠간 떨어져 나갈 것이다...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가끔 내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잘못해 햇빛에 내 몸 한 부분이 노출되면 그것은 여지없이 한 손을 뻗쳐 나와 내 목을 감싸쥐었다. 정말 강한 힘으로. 그는 진심으로 날 죽이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말은 정말 사실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죽으면 영원히 함께한다는 말. 그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날보고 지배의식을 느꼈겠지만, 이젠 미친 상태로 간 주되 격리 수용소에 있는 나는 그에게 있어서 더 이상의 노리개의 가치 성이 상실된 것이다. 격리 수용이 된 후 점점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어쩌다가 빛에 노출이 되어도 그의 움직임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난 방심하지 않을 거라고 항상 다짐해왔다. 하지만...그런 생각들은 모두 헛생각에 불과했다. 다른 곳에서 다가온 위험이 그 아이에게서 느끼는 공포와 결합되 시너지를 일으켜버렸다....

격리 수용소에 수용된 지 거의 반 년째 되던 저녁이었다. 편안한 잠에 빠져있던 난 갑자기 심하게 뭔가 부딪히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덜커덕거리는 자물쇠 소리..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야..씨발..빨리 열어....오기 전에 해치워야지..-

-기달려....흐흐..-

문이 열리고 누군가 렌턴을 나에게 확 비추었다. 그 싸이코 간수 두 명. 한 명은 들어온 첫날 나에게 팔뚝을 물린 자국이 흉터로 남아있는 자였다. 그들은 들어오자 마자 렌턴을 땅에 떨구곤 날 덮쳤다. 한 명은 내 팬티를 벗기곤 둘둘 말아 내 입안으로 집어넣곤 강하게 위에서 눌러댔다. 아무 것도 할수 없는 상황. 나에겐 항상 이런 일들만이 일어나는 건가...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움직임에 힘없이 무너져가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녀석의 머리가 내 앞에서 휙 돌아가버렸다. 우드득 하며 뼈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뭐..뭐야! 왜 그래?!-

그렇게 내 밑에서 말하던 한 명도 마찬가지로 머리가 그 자리에서 돌아가 버렸다. 그림자.......렌턴 빛에 비추어지는 세 명의 긴 그림자 사이에 이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서있었다. 그 아이..그 아이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몸을 부드럽게 훑었다..

-말했지...죽여버린다고..하지만..먼저 이것들을 죽여야지....넌 언제나 나만의 처녀니까..-

그리고 강하게.....강하게..지금 그의 손길이 내 목을 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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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밝히자면 manga -러스트- 에서 소재를 빌려왔습니다.
예전부터 투명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다루고 싶었는데, 참 멋진 소재더군요. 스토리도 어중간하게 비슷하네요.

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