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2000년의 원혼... 5편까지 쓰고 교정 중이었는데.. 날라갔습니다... 안타깝군요... 낼부터 다시 파워풀 집필모드로...휴우... 아;; 저 초설님 카페 가입했답니다;;^^;



오늘도 수사부의 아침은 밝았다. 태호의 출근과 동시에 팀의 일과가 시작되는 특성 상, 먼저 도착한 성한은 모닝커피와 담배 한대, 그리고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은 태호의 출근이 늦고 있다. '옥방울' 사건에 대해 밤샘 작업을 하느라 출근시간도 못지키기 일쑤였다. 성한은 천천히 카푸치노의 향과 달콤함을 느끼며 옛날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성한도 애초부터 영능력자는 아니었다. 성한은 서랍에서 노트를 하나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일기형식이지만 사건이 다 끝난 뒤에 쓰여진 것이었다. 끔찍한 기억이지만 성한에게는 항상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자료인 것이다. 이 글의 내용은 이렇다.



-1998년 5월 6일. 비교 종교학을 전공하는 나는 다라니 경의 새 중보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종교 서점을 찾아갔다. 당시까지 평범한 종교학도였던 나는 그러한 자료나 수집해 적당히 논문을 써서 졸업한 뒤 책을 쓰거나 아무 회사나 들어갈 생각이었다. 이미 행정 고시를 준비중이었던 나는 학과 관련 자료는 단지 취미 생활일 뿐이었다. 나에겐 예수나 석가보다 대한민국 행정조직계나 기초 행정법이 더욱 중요했다.

대방동의 한 종교서점 앞에 도착했다. 1층의 애완동물 가게 [It`s time to have a pet!] 이 자리잡고 있고, 2층에 [대방 기독교 서점] 3층에 [대방 불교 서점] 4층에 창고가 있다. 4층의 창고야말로 진정한 비교종교학자의 메카였다. 창고라고 해놓으니 일반인이 들어오지 않으므로 마음놓고 별별 물건을 다 팔고 있었다. 그런 물건 중 몇 개는 도움도 됬기에 나도 어렴풋이 귀물（鬼物）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꿈은 고위공무원일 뿐 종교학자는 아니었다.


애완동물 가게를 보자 한 번 구경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했다.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라 강아지 코너를 조금 둘러보고 올라갈 생각이었다. 바로 애완동물 가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십시오! 잇츠 타임 투 헤브 어 펫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서비스업은 역시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강아지 코너로 향했다. 요크셔테리어같은 귀여운 강아지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런 강아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시츄 코너에 흥미를 느낀 나는, 시츄 코너로 향하기 시작했다.


움직이던 중 어떤 아이와 부딪혀버렸다. 워낙 사람이 많으니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아이가 보고 피할 수 있었던 위치였던지라 약간 화가 났다.



"괜찮냐?"


아이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천진한 웃음이 아닌, 비열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한 번 물고, 물을 뿌리면 모든 것이 끝난다."



순간 황당했다. 무슨 말인가, 이해가 안가는 말을 지껄이고 씩 웃으며 달려나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그 건... 타이베로스 아프리카누스라고 하지."



라틴어였다. 타이베로스가 무슨 말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끝의 '베로스'가 케르베로스와 같았고 아프리카누스는 아프리카의 종류라는 것 같았다. 학명 치고는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앞의 강아지를 내려다 보았다.



-시츄 생후 1개월-



타이베로스 아프리카누스 좋아하네! 단순한 시츄였다. 귀여워서 한 번 쓰다듬었다. 털이 탐스러웠다. 강아지도 좋은 듯 손에다가 머리를 부비대며 좋아했다. 강아지를 사가는 것은 어떨까... 아니다. 집에도 강아지는 많은데 무슨 강아지가 더 필요할까.



"흠... 그럼 안녕, 나는 가마. 귀여운 녀석."



시츄는 아쉬운 모양이었다. 시츄가 내 손을 핥았다. 이 놈은 날 좋아한다. 이런 강아지를 사면 후회하지 않는데. 하지만 나는 한가롭게 강아지 먹이나 줄 새는 없었다. 지금 있는 놈들도 처치 곤란인데, 한마리가 늘면 곤란하다. 혼자 자취생활하는데 강아지 냄새도 너무 많이 나고... 방 주인 아저씨도 별로 안 좋아하신다.



"미안한데... 나는 가야돼. 짜식, 귀여운데."



시츄가 못내 아쉽다는 듯 손가락을 가볍게 물었다. 강아지의 친분 표시였다. 나는 웃으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만약에 조금만 살 만한 집에 여유로운 상황이었으면 사는 건데, 아쉽다.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감사합니다!! 잇츠 타임 투 헤브 어 펫에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다. 서비스업이란 이런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만약 주의가 있었다면, 시츄가 유리를 긁으면서 나를 쳐다보는 걸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나중에야 그것을 깨달았다.




"형, 나 왔어."

"어디 갔다 왔냐?"

"책 사러."

"무슨 책?"

"다라니 경 중보 번역판하고, 간 김에 예수에 관한 정신분석학자의 논문 하나도 샀지. 논문은 싸잖아."

"그래? 형은 여친하고 약속이 있어서 이만 나가보마, 부럽냐?"

"형, 애 같애. 형 깔 사귄지가 얼마나 됬다고 이렇게 많이 만나냐... 나보다 더하다니까"



나도 좀 유명한 바람둥이였지만, 서울대 공과대학이라는 화려한 학벌로 무장한 천호 형을 따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천호 형은 바람둥이라기 보단, 잘 노는 축이었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거지 결코 바람둥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보다 인기가 많은 남자는 무조건 바람둥이라고 몰아붙이고 싶다.



-마태 복음과 마가 복음, 요한 복음이 서로 거의 일치한다는 것은, 예수가 물 위를 걷고 물을 포도주로 만들며 문둥병을 고치고 죽은 나사로를 살려낸 것 보다 더욱 엄청난 기적이다... 그것은 그 기적들이 진실이라는 것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 그리고 붓다는 정반왕（붓다의 아버지, 샤카 국의 왕）의 기대를 저버리고 구도의 길로 나섰는데 그것은 결코 파격이 아니었을 것이다... ... 브라만은 크샤트리아보다 고위층이었는데... 왕자도 결국 크샤트리아인데 반해 승려는 브라만이었기 때문이다... ... 물론 카스트가 바뀌는 것은 아니나... ... 사회적 지위가 더욱 뛰어났음을 반증한다... 물론 고타마 싯다르타가 그런 이유로 출가한 것은 아닐진대...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예수가 외친다. "너는 너 자신조차 되돌아보지 못하는구나..." 붓다도 말하고 있다... "너는 악마의 간계에 빠지고 있다...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이니라... 해탈이 아닌 추방으로..." 공자가 이야기한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은 너 자신이 쇠약해짐을 반증하는 것이다..."


차가웠다. 제길... 너무나 차갑다.



"뭐야!"

"나? 너 자신이지."


나다... 내가 내 앞에 서 있다. 무슨...



"너는 누구냐고!"

"나는 이성한. 22세의 대학생이지."

"...뭐야? 내가 이성한이다!"

"그거야... 바뀔 수 있는 거 아닐까?"

"미친 자식! 이건 꿈이야. 내가 원한다면 너는 지금 사라져 버릴걸?"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군. 그런데 말야, 이게 꿈이라면 네 말이 맞겠지. 그치?"



그렇다. 꿈이라면... 내가 꿈이라고 인식할 수 없다. 이건 현실이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아닌, 포이어 바하의 현실 속이다.



"뭐야... 너는 뭐지?"

"계속 되풀이 하지 마. 나는 이성한이지. 뭐, 보다 정확한 대답을 원한다면야 이제 이성한이 될 거야."

"그렇다면... 나는 뭐가 되지?"

"너야... 타이베로스 아프리카누스가 되는거야."

"뭐...?"

"드디어... 네가 첫 희생양이 될 거야. 우리 타이베로스 아프리카누스들은... 쉽게 타이베로스라고 하지. 원래 인간에게 기생하는 존재야. 인간의 삶을 빼앗아 우리의 삶으로 만들지. 그리고 인간은 타이베로스가 되는거야. 아주 좋지... 너의 삶이 탐나니까 내가 가지려는 거야. 수천년 전... 우리는 어떤 거대한 주술사에게 모두 제거되어버렸어... 봉인되어있었지... 하지만 얼마전, 우리는 풀려났어. 주술사가 걸어놓은 봉인술의 효력이 지났거든."

"뭐...? 그럼... 너는 아까 그 시츄?"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상식은 이런 건 불가능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말한 것 중에 실수한게 있는데, 나는 이성한이 될 것이 아니라... 이성한이고 너는 타이베로스야. 눈이 있으면 거울을 보시지."

"안돼..."



거울에는 귀여운 시츄 한 마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며 비열하게 웃는 나, 아니 타이베로스... 아니 새로운 이성한의 모습도."



"축하해. 타이베로스가 된 것. 너도 딴 사람을 물고 물을 뿌려서 바꾸는 수밖에."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줄 알았다. 나는 저 새로운 이성한을 물려고 뛰어나갔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발길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석은 나를 창문 밖으로 내던져버렸다.




너무나 어지럽다... 젠장...



꿈에서 깨었다. 휴... 여기는 어디지? 처음 보는 곳이다. 내 몸은 완전히 묶여 있고 웬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 내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들은 수염 기른 자도 있었고 도사같은 분위기, 또는 무사의 분위기, 성직자에 스님까지. 그리고 날카로운 공무원들까지도 있었다. 그 중 공무원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타이베로스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타이베로스는 강아지 중 '시츄'견과 매우 비슷해서 사람들이 혼동하기 쉽죠. 그 것이 물고, 물을 뿌리면 모습이 뒤바뀌어 버리는 겁니다. 이 친구에게... 좀 물어볼 필요가 있겠군요. 그 집으로 가봅시다."

"알겠네. 주요원. 자네 동생도 거기에 있다면서...?"


그렇다. 철호형의 형. 특이한 일을 한다는... 주태호 선배와 인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