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토록 당신을 미워했던 건 당신이 그저 제 여행을 따라가서가 아니었어요.

저도 모르는 감정이 대체 어떤 건지 곰곰이 생각해봤었죠.

그건 바로 당신이 제 삶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단순히 짧을 일정을 타인과 함께 지내는 것 이상으로 당신은 제 삶에 들어오고 있었거든요.

사람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아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사람들은 그저 단순한 사람일 뿐이에요.

단지 다른 환경 또는 영감을 받은 머릿속 생각들이 그 가능성을 창조해줬죠.

변화된 내 가치관은 단순히 며칠의 일정을 바꾼 것이 아니라 제 가치관과 인생을 바꿔놓을 거라고 느껴졌어요.

저는 여행 중에 만약 내가 해외로 공부하러 간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봤었죠.

당신은 싫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그때 저는 그 말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었죠.

왜냐하면 진정한, 당신이 없는 저의 모습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는 모습이 보임과 동시에 아직 혼자 있고 싶은 나를 죽이고 싶어 해 보였거든요.

마을버스를 타며 시골 부대로 돌아가는 저는 생각했어요.

나는 해외로 나가고 싶다. 하지만 그 임을 위해 나가지 않겠지.

단순히 여자친구를 위해 나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임을 위한, 그분과 함께하고 싶어 내린 내 결정이겠지 라고요.

저는 이카로스처럼 날개를 가지고 싶었어요. 밀랍으로 엮은 깃털을 마음껏 뽐내며 뜨거운 햇볕과 습기찬 파도를 피하면 얼마나 감격스러울까요.

거스르는 숙명처럼 저는 그 후의 비극은 생각하지 않은 채로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를 스스로 타지 않을 거예요.

당신과 어울리는 게 단순히 내 방에 화분을 하나 가져온 게 아님을 당신을 알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