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로 기대하지도 않고 땅에 뿌려놓았던 씨앗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오르는 것을 본 사람의 마음.

어떻게든 그 꽃을 지키고 싶어.

나도 그랬어.

지효와의 인연을, 그리고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내 마음에 찬

형우와의 인연을 말야.




...




"우리 반 아이들한테 물어보는 게 어때?"

글쎄.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럼 다른 반에 가서 모집해올까?"

문예부가 그렇게 인기가 좋을 것 같지는 않아. 적어도 올해부터는.

"그럼...."

우선 형우라는 아이부터 만나러 갈래?

"..응."

그래. 같이 가자.



...



저 하늘에 어쩌면

갓 날개를 핀 여린 참새 두 마리가

우연히 스치는 바람에 실려

짝을 이루어 날아가고 있었을지도 몰라.

포근히 감싸오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작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깃털을 퍼득거리며

산뜻한 봄 냄새에 가슴이 헤롱거렸겠지.

그 두 마리

아니

그 둘은 행복했을까.

아마도......



...




형우는 2반이었어.

지효하고 나는 1반이었고.

바로 옆에 있었으면서도 우리는 형우를 찾아다니며 온 교실을 헤집었지.

반마다 들려서 다짜고짜 문을 열어젖히고는 하는 말.

"여기 혹시 형우라는 아이가 있니?"

헐떡이는 그 다급한 목소리에 모두들 조금은 동요한 듯

멍한 시선들이 우리 둘에게 향했지.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는데."

모르겠다고? 그러면 다음 반이다.

미안하다는 말도 잊어버린채 문을 닫지도 않고 다시 달렸어.

동아리 조직은 오늘이 마감인데. 시간이 없단말야.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수군거림은 들을 겨를이 없었어.

대뇌는 조급한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우심방은 야속한 펌프질의 연속.

교복 와이셔츠의 단추가 풀어져 어느새 의도하지 않은 멋진 패션이 완성되고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려 갈데없는 사자머리가 되어갔지.

소심한 범생이에서 쿨한 양아치-.로의 대변신

...은 아니였어. 얼굴에는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려 범벅이 되었거든.

그냥 추했지. 뭐.



...




문득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싶어졌어.

마감 시간까지 2시간정도 남았을거라 짐작은 했지만

정확을 가해서 손해볼 일은 없잖아.

손목에 걸어둔 손목 시계를 보려고 했는데

어랍쇼

팔이 움직이지 않는거야.

왜지. 갑자기 팔이 굳어버린 것은 아닐테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맙소사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효의 팔을 잡고 휘달린 거였어.

아 그랬구나.

아까 우리를 향했던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이제는 이해가 가는거야.

갑자기 들이닥친 우리에게 놀랐던 것이 아니였어.

곧 죽을 것만 같은 얼굴로 지효의 팔을 잡고 있던 나

그리고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나를 좇아오던 지효에게 느껴지는 묘한 기운.

저거 범죄 아냐?

...미안.

이윽고 지효의 민망해하는 얼굴 표정.

달아오른 볼이 꼭 앵두 같기만 했어.

우물쭈물 하는 입술로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어.

뭐라고 한 걸까. 방금



...



"...괜찮아. "

어?

"...급하다보니까...너도 모르게...그랬던 걸꺼야...괜찮아."

"아니...난"

"...괜찮다고 하는데도...."

갈색 빛이 맴도는 그 아이의 머리카락이

봄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은

마치 한 송이의 튤립.

너무나 아름다웠지.



...




"형우? 내 친군데. 아까전에 학교 도서관에 간다고 했어."

여러 반을 전전한 끝에 2반에 들어선 우리는

문가에 기대어 Mp3를 듣고 있는 한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되었어.

그 아이의 이름은 윤석.

그리고

또 한 명의 소중한 문예부원이야.

...






나는 그 아이를 사랑했다.5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