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유인 = 웃대인은 친근한 존재이므로 이번에도 편하게 ㄱㄱ



내 어린 시절.

그러니까 80년대 중후반이 되겠지?



그때까지만 해도 놀거리가 많지 않았어.

장난감?



장난감도 물론 있었지.

하지만 그건 있는 집 얘기일 뿐이야.



가난한 우리 집에 장난감은 사치거든.



몇 백원짜리 장난감 하나를 사면,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 무침, 콩나물국을 못 먹는 거야.



당시 화폐가치가 그랬어.

콩나물 500원어치 정도면 한 봉다리 가득. ㅋ



다행히 난 장난감의 존재도 몰랐던 거 같아.

당연히 떼를 쓸 일도 없었지.



어쩌면 있다해도 가지고 놀 틈이나 있었을까 모르겠어.

정말...... 나 혼자 있었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

내가 누나들 장난감이었다니까;;



누나들도 날 데리고 놀 수밖에 없었을 거야.

일단 누나니 봐줘야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누나들 역시 가지고 놀 만한 게 없으니까.



지난 얘기들만 보면 집에서만 놀았던 거 같겠지만,

사실 저녁 시간 이후에야 날이 어두우니 그랬지,

낮에는 여기저기 싸돌아댕겼어.



봄이면 들에 주로 나갔어.

누나들은 플라스틱 바구니나 바가지 등에 과도 하나를 넣고,

들에서 쑥이며 냉이며 보이는 대로 캐고 그랬어.



가끔 화약고나 옆으로 보이는 태조산에 살짝 올라

고사리도 캐고 그랬지.



누나들은 정신없이 먹을거리를 캐고 캘 동안,

난 주위를 배회하면서

개구리를 뒤쫓거나,

그게 힘들면 먹을 거리를 같이 탐색하고는



"언니, 여기!"



이랬던 기억이 나.



"이거 냉이 맞지?"



"어디? 아, 맞네."



"크지?"



"크네. 잘 찾네?"



그럼 좋아서 으쓱, 우쭐......



혼자서 뭐가 좋아서 그렇게 뛰어다녔는지,

엄청 많이 뛰어다녔고,

그래서 들에 다녀올 때면 내 옷은 항상 흙투성이였어.

신발 속까지. ㅋ



아카시아꽃이 만개할 땐,

여기저기 다니며 그걸 가지째로 따다가

그 꽁지를 열심히 빨아먹기도 했어.



개중엔 제법 단 것들도 있거든.



또 여름에는 산에 더 많이 갔던 거 같아.

아무래도 나무들이 많으니

그늘도 많잖아?



덜 익은 산딸기도 따먹고,

이름모를 벌레도 잡아서 가지고 놀았지.



가끔 뱀이라도 보면 다들 기겁에 질겁을 했지만,

큰 누나는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아.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고 어디서 주운 나무 막대기로

풀숲도 치고 그랬으니까.



아마 우리 남매끼리면 그렇게 못했을지도 몰라.

대개 산이며 들이며 쏘다닐 때는

동내 또래들 대부분이 뭉쳐서 다녔으니까.



형들은 아주 신나했지.

벌레 잡아서 여자애들한테 던지고,



아까 말했던 뱀 나오면

무서운 줄도 모르고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했었어.



딱, 촌놈, 촌년들이지.



그 촌놈 촌년들에게 가장 반가운 건 역시 가을인 것 같아.

고추밭에 잠자리는 내가 좋아하는 옵션이고,

초가을부터는 서리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



고구마, 감자는 기본이지.

수박하고 참외는 농사짓는 분이 없으셔서 못 하고.

아주 없진 않았는데,

거긴 동네 어른들이 워낙 엄중하게 경고를 했던지라

보더라도 선뜻 서리할 엄두를 못 냈었어.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콩서리. ㅋ

서리도 아니지, 뭐.

어른들도 아무 말 없이 넘어가셨으니까.



무슨 콩인지는 기억이 안 나네.

그냥 흔히 심는 콩이었는데......



여튼, 채 익을랑말랑하는 콩을

콩꺼풀 채 잔뜩 따다가 구워먹어본 적이 있어.



큰 돌덩이를 모아서 그 안에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넓은 철판을 올려놓고는

콩깍지 그대로 올려놓고 구워먹었는데

맛이 정말 기가막힌 거야.



대체 뭐랑 비교해야 할까 싶은데,

아무튼 꽤 독특한 맛이었어.



구수하기도 하고,

고기 비슷한 맛도 아주 약간이지만 났던 것 같아.



뭐, 반 정도는 별로라 했지만

나처럼 맛있게 먹은 꼬꼬마도 많지.



결국...... 다 배탈이 났지만. ㅋ



그리고 겨울.

겨울이 가장 문제였어.



장난감이 없어도 공터만 있다면 놀 수 있는 건 정말 많아.

버려진 녹슨 못이라도 발견하면,

땅바닥에 그림도 그려보고 낙서도 원없이 할 수 있어.



종이에 낙서하면 혼나니까. ㅋ

물건 함부로 쓴다고 말이야.



녹슨 못 같은 게 없어도 뾰족한 돌로도 얼마든지 놀 수 있지.

사방치기도 하고,

비석치기도 하고,

잣치기도 물론 했어.



연습용 테니스볼 하나면

산에서 적절한 몽둥이를 구해다가 야구도 하고.



근데 겨울에는 그게 힘들어.

주위에 변변한 건물이 없으니 바람이라도 불면 엄청 춥거든.

땅도 얼어서 뭘 그리기도 힘들고.



눈이 와야 이제 애들 세상이 되는 거야.



누렇게 시들해진 벼 밑둥이 겨우 보일 만큼 눈이 쌓이면

그만큼 좋은 놀이터도 없어.

공터도 놀이터요, 논두렁도 놀이터가 되는 거야.



그리고 논 한두 군데 정도는 물을 대 놓는데,

거기가 꽁꽁 얼면 얼마나 좋은데. ㅋ



동네 아저씨들이 썰매도 만들어 주시고,

큰 맘 먹고 스케이드도 사주시면,

하루 종일 빙판 위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거지.



그러다 추워지면 볏짚을 잔뜩 쌓아 놓은 곳으로 가서

그걸 옮겨다가 빙 둘러서 바람막이로 썼어.



볏짚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넓게는 못 만들었지만

그래도 그거면 충분했어.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또 그만큼 따뜻한 곳이 없었어.



가끔은 너무, 너무 추운 날도 있었어.

그럴 땐 그 볏짚 속도 그렇게 큰 도움은 못 돼.



언젠가 하루는 바람도 세고 무진장 추웠던 날이었어.

눈도 내려 눈보라가 치는 날.



실컷 놀다보니까 점점 바람도 거세지고,

눈보라도 거세지고......

다들 볏짚 아지트 밖을 나설 엄두를 못 냈어.



그럼, 불을 피우자!



이런 의견이 나온 거야.

다들 좋아했어.



불장난 만큼 재밌는 게 또 없잖아?

거기다 옹기종기 모여서.... ㅋ



근데 그걸 볏짚 안에서 실행했던 거야.



어디서 구했는지 성냥을 켜고 짚 몇 가닥을 꺼내 거기에 불을 붙여.

그리고 또 어디서 구했는지 눈도 채 털어내지 못한 썩은 나무토막들도 점점 쌓여가.



눈에 젖은 나무토막들이 잘 탈 리가 없지.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 불이 붙기 시작하면

다른 것들도 녹이면서 충분히 모닥불을 피울 수가 있었어.

그렇게 해본 경험이 몇 번 있으니까.



그런데 그 날은 누군가가 우연히 빈 페인트통을 구해온 거야.

완전히 비진 않아서 바닥에 페인트가 약간 남아있었어.

기름이었던가?

잘 모르겠다;;;



여튼,

그걸 한 방울 떨어뜨리니까 불이 확 붙네?



다들 환호성을 터뜨렸지.

신나는 거야. ㅋ



다들 환호성을 지르니까

구해온 녀석은 더 신이 나서 그걸 확 들이부었어.

그게 화근이었어.



갑자기 불기둥이 확 치솟는 거야.

그것도 지붕까지.

볏짚 지붕이니 당연히 불이 붙었어.

난리가 난 거야. ㅠㅠ



몇몇은 놀라서 도망가고,

남은 몇몇은 어떻게든 꺼보려고 볏짚 뭉치를 휘둘렀는데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 ㅠㅠ



설상가상,

눈보라도 잠잠해지고

바람만 부는 거야.

불붙기 딱 좋게.



당연히 짚은 활활 잘만 타올랐지.

모두들 포기하고 이젠 다 도망가는 수밖에.



그런데 어른들이 그걸 보고 온 거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볏짚 뭉치가 그렇게 타오르는데

연기가 얼마나 나겠어?



언제 어디로들 사라졌는지,

어른들께 붙잡힌 건 우리 남매들 뿐이었던 걸로 기억해.



동네 어른들부터 시작해서

집에 들어가서도 부모님께 겁나 맞았어.

누나들만;;



난 어리니까 프리패스 - _-v



그 중에 큰 누난 정말 홀딱 벗겨져서 쫓겨났었어.

선친께서 그러셨어;;

그래도..... 딸인데;;;



맏이인 게 죄인 거야. ㅠㅠ



어머님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권위적인 분이셨던데다,

말리면 말릴수록 역효과만 날 뿐이었으니까.



나중에 들은 거지만 큰 누나 얘기론

제일 친하게 지냈던 동네 언니 집으로 도망갔었다네.

그나마 다행이었지.



그리고 쫓겨났던 결정적인 이유가

그 성냥은 우리 남매 중 하나가 제공했다는 거.

나였나? - _-;;;



나 불장난 좋아 해서 많이 했는데......

어렸을 때 성냥은 내 필수품 - _-!



그래도, 어디 불지르고 다닌 적은 없었다는 거!



여튼 그 사건 말고도

울 큰 누나를 비롯해 울 누나들은

내가 잘못한 거까지 매번 다 책임져야 했어.

난...... 귀한 아들이었으니까. - _-;;;;



쓰면서도 겁나 미안하네;;;;



누나들도 혹시 볼까?

혹시 보면..... 미안.



알몸으로 쫓겨난 거까지 다 써서 미안. ㅋ





......... 요기까지. 다음에 계속 ㅋ





ps;



처음엔 아래와 같은 모략을 꾸몄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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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 둘 + 둘

둘 - 둘임 = Dream

넷 = Dream and Dream



이거슨 내맘대로 공식 - _-!

자, 이번엔 다시 몽환의 세계로 떠나보는 거야. ㅋ



누나들과 산다는 건 - 둘; 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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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현실과 판타지를 번갈아 보여주는 식 말이죠.

홀수화는 현실, 짝수화는 러브 판타지.



그런데 기억을 더듬으면서 쓰는 것보다

소설 쓰는 게 아무렴 더 어렵습니다;



현재 웃대소설에 연재하는 단편과 장편,

거기에 하나 더 쓰려니 쉽지가 않네요.



욕심이야 다 연재해버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순서를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또, 웃유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분도 많으니,

마음대로 소설을 올리는 것도 겁이 납니다.



러브 판타지 - 누나랑

이 제목으로 웃유에 소설을 올려도 될까요?

그냥 웃대소설에 올려야 할까요?

동시에 연재해볼까요?



고민, 고민..... ㅋ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설작가의 글들은 개인 카페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ziney98 Ziney의 소설 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