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부에 가입하지 않을래?"


...

무슨 생각?

...

삼주일 동안 말 한 번도 걸 줄 몰랐던 내가

한 교실에 있으면서도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았던 내가

고작 처음 한다는 말이

동아리 가입 권유라니.

내가 문예부 부장도 아닌데도.

창피해.

...

멀뚱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어.

미안해. 정말

기껏 말을 건 사람이

이런 소심한 책벌레라서...

그래도 너하고 말을 하고 싶었어.

...

창문 틈으로 살며시 속삭이는 바람결이

그 아이의 머리카락을 나지근히 쓸어갔고

나는 다만 떨리는 한 송이 갈대가 되어

움찔거리는 다리를 애써 붙들고 있었지.

아무 말이 없어.

내키지 않나봐.

마음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어.


...

혹시 운명이라는 걸 믿는지?

으레 예술이라고 불리는 소설, 음악, 영화와 같은 것들은

인간의 운명을 노래하고 있어.

아무래도 운명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마련이니까.

운명을 부정하고 인간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외롭고 쓸쓸한 밤, 고적히 의자에 앉아 달콤한 상상을 하곤 하지.

내 운명은 어디에 있을까-. 하고 말야..

...


"그래"

그 대답. 운명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