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여유로운 기사, 한없이 불안하기만 한 나.




그리고 인천공항을 향하여 달리는 택시.






밖을 보니 지나가던 가로수는 온데간데없고 고속도로의 방음벽만 보인다.



그리고 난 이제서야 이 현실을 점점 실감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내가 너무 무모한 선택을 한것은 아닌지.



하지만 기사는 그런 나의 걱정을 무시하듯이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저기요 아저씨?"



"왜 학생?"



"인천공항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글쎄...이제 얼마 안 있어서 도착할거야."







그 말을 듣자 내 입이 바싹 말랐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긴장을 하고있었나 보다. 그것도 심하게.



초조한 마음에 핸드폰을 열었다. 그런데 문자가 하나 와있다. 평소에는 잘 오지도 않는데...





핸드폰을 열고 문자의 내용을 확인했다.








ㅡ그럼 다음주 시험끝나고 놀기로 약속한거다 ㅋㅋ （현지）




나의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김현지의 문자,



김현지, 그 애는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게되는 애다.





나에게 관심이 있는건가? 왜 나에게만 잘해주는 걸까 다른 남자들과 다르게.



김현지가 이럴수록 내 마음을 확인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혹시 내가 그 두명 모두를 좋아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난 핸드폰을 열어 김현지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이내 다시 핸드폰을 닫았다.



조금은 내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내 그런 표정을 눈치챘는지 기사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학생."



"예?"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표정이 너무 심각한데."






그래, 심각하다면 심각한 일이겠지. 내 마음이 어떤지 나 지신조차 알지 못하는데.




"뭐 심각하다면 심각한 고민이라 할수 있겠죠."







말하고나니 새삼 2년전 첫사랑이었던 그녀가 지금 2년째 짝사랑중인 김현지와 비교될만큼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했던가.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정확한 말같다.




어떤 감정인지는 몰라도 내 가슴 한켠엔 아직도 그녀가 남아있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하늘도 내 마음을 따라 점점 더 어두워진다. 예상으로 한 10시 정도는 된것 같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눈을 아무리 비벼봐도 졸음이 가시지가 않는다.



됬다. 곧있으면 기사아저씨가 깨워주실텐데.





난 그대로 잠에게 내 몸을 맡겨버렸다.

















"학생, 일어나!"




몸이 흔들린다. 내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닌것 같다.





떠지지 않는 눈을 안감힘을 주고 떠보니 기사아저씨가 날 막 흔들고 있었다.



하늘을보니 이곳이 인천공함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비행기가 머리위로 날아갔다.







"아저씨 얼마 나왔어요?"



"2만원 나왔다."






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지갑을 꺼내고 지폐 두장을 꺼내 기사에게 건냈다.



기사는 돈을 받자마자 택시를 타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자 왔긴 왔는데 이제 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나.



그래도 오늘 가져온 돈이 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인천공항으로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단 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정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날 반기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예전에 가보았던 김포공항보다 훨씬 더 쾌적하고 밝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새삼 인천공항이 공항순위1위를 차지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러니 당연히 1위를 할수밖에...





난 잊어버릴 뻔했던 일을 기억했다. 바로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을.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에게.










딸칵.





"여보세요."



"어 그래 민수야 지금이 몇시인데 안 들어오고 뭐하냐."






난 순간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이대로 다시 집에 돌아갈것인가 아니면 내일 5시까지 그녀를
기다릴것인가.



아버지가 무서워 포기한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것을 깨달은 난 조심스레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왜 그래?"



"저 오늘 집에 못 들어갈것 같습니다, 아니 안 들어갑니다."





"이 새끼가 마쳤나. 빨리 들어와라."



"오늘 못 들어갑니다. 저 인천공항이거든요."




"뭐...뭐? 인천공항? 너가 거기에 왜 있냐 이 자식아! 너 뭐하러 거기 갔는데?!"







"친구 만나러 왔습니다. 2년전에 무척 친했던 친구를요."






말을 마친 난 조용히 핸드폰을 닫고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는거다.










할일이 딱히 없던지라 난 말없이 소파에 앉아 몇시간을 흘려보냈다.



계속 이렇게 앉아있어야만 하는걸까.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잠도 안오고 지루해 미치겠다고 생각한 그때 귀에 이어폰을 꽃고 책을 읽으며 걷는 한 여자가 내 눈에
띄었다.






그래, 저거다!



평소에도 독서를 좋아하는 나다. 책이라면 분명히 내 무료함을 다래줄수 있으리라.






난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다크서클이 잔뜩 낀 얼굴로 서점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나아가는 나의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아마 나의 모습을 좀비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서점에 들어와보니 공항 안에 있는 서점치고는 꽤 많은 수의 책이 있었다.



책이 꽤 많으니 무슨 책을 고를지도 고민됬다.






난 평소에 소설책을 좋아하는지라 당연히 문학책이 모여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보니 정말 내가 좋아하는 소설책만 있었다. 마치 나를 위한것처럼








결국 내가 고민하고 고민해서 고른 책은 가을이라는 소설이었다.



뒤에 나와있는 스토리를 보니 성장소설인듯하다.








"이거 얼마에요?"



"10000원입니다."




돈을 내고 가려다 그녀에게도 이 책을 선물해주자는 생각이 들어 똑같은 책 하나를 집어들고 왔다.







"이거 선물하시게요?"



"네. 이제 곧 친구가 오는데 선물해주면 좋을것 같아서요."



점원이 살짝미소를 짓고는 나에게 그 두권의 책을 주었다.







난 그 책을 받아들고는 곧바로 소파로 향했다. 어차피 한번보고 말 사람들인데라는 생각으로 난 소파에


누워 책을 폈다.








ㅡ어느 가을날 만난, 그리고 그날이후 다시는 볼수없었던 그 아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책을 펴자마자 뭔가 사연이 있을것만 같은 글귀가 내 마음을 자극해온다.




그리고 한장을 넘기니 또다른 글이 써져있다.




ㅡ이 소설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설입니다.




그 글귀를 보자 갑자기 내 마음속에서 호기심이 폭발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기에.








하지만 책을 읽은 난 실망했다.



소설은 성장소설이 아니라 자신의 짝사랑경험에 관하여 쓴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작가도 대단한사람이었다.




중1 가을에 만난 한 소녀를 짝사랑하기 시작하여 어른이 될때까지 짝사랑했다고 한다.






난 거기까지 책을 읽고선 그만 흥미를 잃고 책을 덮어버렸다.



어차피 후반까지 읽었으니 내용은 뻔하다.



처음 글귀로 추측하건데 분명히 여자에게 고백해 차인다음 여자가 떠나가겠지.








하지만 이 작가와 공감되는 것은 딱 한가진 있다. 바로 짝사랑이라는것.










짝사랑이란것은 외롭고도 쓸쓸한 혼자만의 싸움이다.





받아주지도 않을 것을 알지만 좋아할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 슬픈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난 더이상 할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책을 덮어놓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괜히 일찍온것 같다. 할것도 없는데...


















눈을 떳다.




눈을 떠보니 해가 어느덧 중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몇시길래 해가 지고있는 거지?




시간을 확인한 나는 이내 경악하고야 말았다. 시계는 4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토록 늦게까지 잔 이유에 대해선 전혀 의구심이 들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피로감이 사라진 날 꺠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녀가 5시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이 말은 곧 그녀가 15분뒤에 나온다는 말이다.



혹시나해서 핸드폰을 셀프카메라모드로 전환해놓고 내 얼굴을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처참한 수준은


아니었다.






잠깐, 만나면 뭐라고 해야하지? 그냥 반갑다고 하면 되나.



무척 반가운 티를 내지 않으면 서운해할까?






난 곧 그녀를 만난다는 사실에 기쁨도 잠시 걱정부터 앞섰다.






다들 그럴것이다. 2년만에 만나는 친구, 그것도 전 여자친구를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말이다.







그렇게 난 시계바늘이 5이라는 숫자를 가리킬때까지 입구앞에 근심가득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표시판을보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했다는 글이 보였다.




그 표시를 보자마자 입구에서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왔다.





난 긴장된 마음으로 사람들을 살펴봤지만 그녀의 모습은 볼수없었다.







그리고 몇차례 더 문이 열리고 다수의 사람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습은 찾을수 없었다.










뭐지? 나에게 거짓말을 한건가?




이쯤되니 서서히 의심이 들었다. 시간은 이제 5시20분이 되었는데 그녀의 흔적은 찾아볼수도 없으니.





















그때 문이열리고







익숙한 모습이 내 눈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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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늦게 써서. 급하게 쓰느라 내용과 필력이 좋지 않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하고 추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