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편하게 반말로 함

때는 대략 2년전인데, 내겐 진짜 친한 불.알친구가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줄곧 친구였던 베프놈이었는데,

난 워낙에 태생 자체가 여자를 절라게 밝히는 놈인데 그 놈만은 좀 예외였다

서로 못할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은 말그대로 베스트프렌드였다

그런데 그 친구놈한텐 당시에 한창 잘 사귀던 여친이 하나 있었다

같은 학교 한살 어린 후배녀였는데, 어찌하다보니 사귀게 되었다고 했다

뭐 그 놈은 꽤나 잘난놈이었기에 여자친구가 생긴것이 그다지 놀랍진 않았으나,

확실히 그 여자친구애는 내가 봐도 귀엽고 예쁘장했다 어려서 그런지 약간 개념은 없어보였지만서도

근데 하루는 친구놈이 먼저 술을 먹자고 하더니 막 벌컥벌컥 계속 소주 원샷만 하는 것이었다

원래 매사에 낙천적인 놈이었기에 뭔 일인가 했더니

여친이랑 헤어지고 싶다면서 울먹거리더라

왜 그러냐고 물으니 여친이 딴 남자를 잠시 만났다고 했다

자기도 아는 놈이라는게 뭐 같은 학교 놈이었나 보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그냥 헤어지면 되지 않냐고 하니,

그러기엔 그 애가 너무 좋았고 그만큼 배신감도 컸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울더라 고등학교때 친구놈 누나가 백혈병으로 죽었을때 이후로는 운적을 한번도 못봤던 놈인데 울더라

난 그냥 조용히 옆에서 술만 먹었는데 친구놈은 왕창 술을 먹더니 진지하게 말하더라

"야. 우리 친구지?"

"그래. 친구지. 왜?"

"친구면...그러면...부탁 들어줄 수 있냐?"

"뭔 부탁? 말해봐라."

"니 내 여친 함 따묵어주라"

"뭐? 이게 미쳤나"

"나 진지하다. 이대로는 사랑도 못잊고 배신감도 못잊겠다. 들어주라. 응?"

난 이 놈이 술취해서 미친 줄 알았다 근데 진지했다 술취한 것 치고는 너무 진지했다

"미친소리 하지마라."

"그 년이 다른 남자랑 놀아났다고 생각하면 진짜 미치겠다. 진짜 죽고만 싶다. 근데 그 다른 남자놈이 니라면 그냥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한번만 자줘라."

"내가 미쳤냐. 니 여친이랑 왜 자냐? 그냥 헤어져라 새키야."

"제발, 부탁이다. 다시는 부탁같은거 안하마."

친구놈 누나가 백혈병으로 죽었을때도 난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겨우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었겠지만, 그게 내심 마음에 걸렸었다

그랬는데 친구놈이 부탁이라며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그 부탁이 어떤 미친 짓거리라고 해도 들어줘야만 하는 의무감 같은게 느껴졌다

"니 말대로 내가 걔랑 잤다고 쳐봐라. 그런다고 걔가 바람핀게 뭐 달라지냐?"

"나에겐 달라진다."

"미친놈. 그래. 뭐 그렇다쳐라. 근데 걔가 나랑 자겠냐?"

"많이 만나서 둘이 친하잖냐. 그리고 걔도 너 꽤 괜찮다고 했다. 니가 위로해주면서 술먹고 그러면 알아서 될거다. 걔 그런애다."

평소에 그렇게도 여친 자랑을 하던 놈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이건 그 여자애 잘못일까, 이 친구놈의 잘못일까

뭐 어찌됐든 난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보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몇일 뒤, 오히려 베프놈 여친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대충 내용은 베프놈이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아서 걱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난 베프놈과의 약속을 둘째치고라도 일단 어떤 상황인것인지 그 여친에게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여자애는 고민상담을 하는 애와는 달리 꽤나 생기있고 화장도 요란스럽게 하고 나왔다

난 평소와는 다르게 좀 딱딱한 말투로 바로 술을 먹자고 했다

친절하게 말을 하지도 않았고 꼭 남 대하듯이, 더러운 여자 보듯이 대했다

여자애는 조금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술집으로 가자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말이 많던 나는 조용히 술집에서도 그냥 여자애의 말만 들어주었다

여자애는 뭐가 그리도 힘든지 술을 연거푸 먹었다 꼭 내 베프놈과 비슷했다

"오빠가 요즘 이상해. 내 연락도 안받고 그래. 나 어떻게 해야 좋을까? 오빠한테 딴 여자 생긴걸까?"

좀 가증스러웠다 친구놈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말을 하는 여자애의 모습이 우스웠다

그래서 더 딱딱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오빠는 뭐 아는거 있어? 응? 친하잖아, 둘이."

"글쎄. 모르겠다. 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무슨 문제?"

"그야 나는 모르지. 너희 둘이 알겠지."

여자애는 내 말에 무표정이었다

뭔가 생각하는 표정도 아니었고 변명할거리를 찾는 표정도 아니었다

그냥 무표정으로 술을 연달아 마셨다

이내 술이 어느정도 취한 여자애는 꽐라가 된 것처럼 막 소리도 질렀다가, 앵기기도 했다가, 콧소리를 내기도 했다가 정신을 못차렸다

순간 친구놈이 불쌍한 느낌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나한테 그런 부탁까지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자 좀 울컥했다

"괜찮아? 너 많이 마셨어. 아무리 그래도 몸관리 해야지. 이렇게 먹으면 어떻게 해?"

"오빠 있잖아~히힛. 근데...나 진짜 요즘 힘들당? 막 내 마음대로 안되공...막 그랭...ㅠ"

전혀 진지하지 못한 애교 섞인 교태에 짜증이 솟구쳤다

난 최대한 여자애의 비위를 맞춰주며 은근슬쩍 스킨쉽도 하며 내쪽으로 잡아당겼다

여자애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내게로 안기듯이 몸을 가누지 못했고, 난 마침내 결심을 하고는 나가자고 말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여자애한테 말했다

"너 너무 취했다. 모텔에서 좀 쉬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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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는듯. 나머지 부분은 있다가 일어나서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