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태까지 때렸던 주먹 그 어떤 것 보다도 강하게 녀석을 때렸다.



녀석이 불시에 주먹을 맞자 당황하는 표정을 보이다 이내 표정을 거두고 말했다.





"이 새끼가...뒤져!!"






녀석이 고함을 자르며 돌진해온다. 이윽고 녀석의 주먹이 날 향해 날아들었고 당황한 난 피할새도 없이
그 주먹을 맞고 쓰러졌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보다. 평소같으면 당연히 피하는 주먹인데...







녀석이 연속해서 날 때리려다 내 살기어린 눈빛을 보고는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좋다. 두번의 실수는 없다. 침착하게 행동하면 녀석의 움직임을 읽어낼수 있다.






다시 일어나 자세를 갖춘 난 녀석에게 경고아닌 경고의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지금 김현지한테 사과해라.죽이기 전에."




"까고있네,시비 걸어놓고 쫄았냐?잔말말고 자세잡아."







녀석이 내 마지막경고를 끝내 무시했다. 나는 어쩔수 없다는 듯 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오오 대박인데,얘들아 다른반 애들 불러오자."



"그래, 야 여기 이광철이랑 김민수 맞짱뜬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아이들이 점점 내 시야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우리의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모인 것이다. 그 중에는 이광철의 친구들도 있었다.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난 이 상황에 집중했다.



잠시동안 우리 둘 사이에는 적막감이 돌았다. 마치 이 교실에 우리 둘만 존재하는 듯이.






"뭐해! 빨리 싸워!"


"그만 좀 시간 끌고 좀 싸우라고!!"



아이들의 외침이 마치 우리에겐 이 교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의 외침에도 가만히 서로를 응시하고 있던 우리 둘,


그 중에 먼저 그 정적을 깬것은 나였다.







"긴장풀면 안되지.이제 시작할건데."



말이 끝나자마자 가드가 풀려있던 녀석의 얼굴위오 또다시 주먹을 내리 꽃았다.



정통으로 맞았는지 녀석이 비틀거린다.때를 놓치지 않고 고개숙인 녀석의 머리로 하이킥을 적중시켰다.


그러자 녀석이 책상위로 엎어지고 말았다.






"야이 비겁한...놈아."



녀석이 다시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이미 주도권은 나에게 있었다.



녀석에게 달려가며 여태까지 내가 배워온 복싱기술을 쓰려했지만 이미 이성의 줄을 놓아버린 나에게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싸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난 무의식적으로 그저 복싱으로 단련된 내 주먹만을 녀석의 얼굴에 사정없이 날렸다.



이런걸 흔히 막주먹이라고 하던가...





퍽!퍽!!퍽!!!



녀석이 내 주먹에 맞고 쓰러지자 난 기다렸다는 듯이 녀석의 배위로 올라가 흠씬 녀석을 두들겨팼다.



얼마나 많이 때렸는지 기억도 못할만큼 많이 때렸으리라고 생각했을 때쯤 녀석의 얼굴을 보니



양쪽 코에서 피가 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제대로 복수를 해주는것 같았다.


그리고 녀석이 마침내 그 피로 얼룩진 얼굴로 말했다.




강자가 자신보다 더 강한자를 만났을때의 역겨우리만큼 비굴한 모습으로.






"끄윽,미안해...살려줘 제발."



녀석이 있는 힘을 다 쥐어짜며 말했다.마음이 약해진 난 녀석위에 앉아있던 내 몸을 일으켜세우고


말없이 섰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모두가 조용했다.



그러나 그 정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광철의 친구 노란머리를 시작으로.





"이 자식이 감히 광철이를 때려?그것도 비겁한 방법으로?"




녀석의 말에 그만 웃음이 터져나온다.도대체 어디가 비겁하다는 거지? 너희같이 무리지어 다니는 놈들


한명만 골라서 죽여놓은거? 아니면 이 지역5개학교를 접수했다는 전설의 짱과 허락없이 맞짱을 떳다는것?




나는 녀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게 왜 비겁한거지?난 정정당당하게 이 녀석을 이긴것밖에 없잖아?"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노란머리가 날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대뜸 내 멱살을 잡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미 여러번 겪었던지라 별로 두렵지 않다.





이번에는 좀더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지금부터 널 때릴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놔라."


한번 이성을 잃은 짐승을 다시 온순하게 만들기란 쉬운일이 아니다.지금의 나 역시 그렇다.


난 주먹을 내지르지도 않은채 노란머리의 얼굴에 내 머리를 들이박았다.


그러자 녀석이 코를 잡고 한껏 인상을 찌푸린다.





난 그런 노란머리에게 온 힘을 담아 주먹을 날렸다. 제대로 맞으면 바로 뻗어버린다는 턱을 향해서





뻑!!


내 혼신의 힘을 다한 펀치를 맞고 노란머리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서는 이내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나를 놀랍다는 듯이 쳐다본다.


김현지도...이광철의 친구들도...





난 남아있는 이광철의 친구들에게 허세를 가득담은 말을 했다.





"너희들도 저렇게되고싶냐?"



"저 새끼가...!!"




흥분하며 날 향해 달려드는 한 놈을 또다른 한 놈이 막았다.


탁월한 선택이다. 막지 않았더라면 둘다 어떻게 될지 몰랐을테니까.








"이광철, 더이상 나뿐만 아니라 반 애들을 자극하지마라.정말로 널 죽여버릴수도 있으니까."




낮게 한마디를 내뱉은 난 곧바로 교실을 나와버렸다.


교실을 나왔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나에게 눈빛을 쏘아댔다. 그때 예상치못한 목소리가 교실 안에서
울려퍼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누가 애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어?"



그 목소리를 들은 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채 학교를 뛰쳐나왔다. 뒤에서 다급하게 누군가가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렇게 난 학교를 뛰쳐나와 내가 자주 가던 공원까지 뛰었다.


뛰면서 방금 있었던 일이 그저 허상이기를,아예 이광철과 내가 모르는 사이였기를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한다.



그래 난 잘한거다. 이렇게 계속 당하느니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는게 더 옳은 일이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벤치에 털썩 앉았다. 지금 내 학교를 뛰쳐나왔다는 걱정이
들어올 머릿속의 공간따위는 없었다.



걱정해야하는 것은 이미 충분하다.




난 그 걱정을 잠시 접어두기 위해 벤치에 누웠다.


그런데 내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크기로 봐선 카드갑같은데...일어나서 그 물건이 뭔가하고보니 카드갑이 아니라 담배갑이다.


담배갑을 열어보니 담배 한개와 라이터가 들어있었다.






지금 내 상황에 대한 도피본능 이었을까? 난 무의식적으로 그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켁켁!!"


저번과 마찬가지로 담배연기가 매우 지독했다. 마치 내 목을 바늘로 쑤시는 느낌이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는 숨을 들이켰다. 이번에는 좀더 깊게




담배연기와 함께 내 걱정도 함께 날아가는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에 진동이 계속해서 울렸다. 누구지? 혹시 담임?하며 폰을 보는데...


다행이다.수신자는 우리 아버지다.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는 순간 내 의문은 바로 해결되었다.








"김민수 너 내가 그 주먹 쓰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예전부터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가정폭력과 학대가 난무하는 지금 우리 아버지께서는 가장의 권위를 내세우시면서도 단 한번도 우리에게



폭력을 쓰신적이 없으시고 항상 가족에게 헌신하셨다.



그러나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은 어릴적부터 나에게는 너무나 다가가기 힘든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차가운 말투는 우리 가족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수 없었고



말도 안되지만 난 가끔씩 아버지에게 맞더라도 화목한 가정이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란 감히 대적할수 없는 큰산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버지 그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방금..."



"시끄럽고 1시간뒤에 부모님들끼리 보기로했으니까 와라."



"아버지,제 얘기는 들어주셔야..."



"핑계대지말고 와라. 나 지금 화날려고 하는거 간신히 참는거니까."







그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난 잠시 전화기를 붙잡고 멍하니 서있다 이내 사태를 파악하고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가득찼다.


왜 모두가 나의 이야기는 귀담아듣지 않는 것인가.



난 벤치 옆에 있던 나무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하지만 분노때문인지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난 주체할수 없는 분노를 나무에 폭발시켰다.



내 주먹에선 피가 나왔지만 내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만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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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네요 진짜 죄송합니다. 추천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