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현재 27살. 아버지께 물려받은 직장에 약혼녀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지독히 추운 겨울.
하아얀 세상은 진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뭇가지에는 하얀 눈들이 붙어있고 산은 하얀 물감을 칠한 듯 하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곤 사무실에 앉아 창밖만 볼 뿐이다.
그 때 비서가 들어와 나에게 편지 한 장을 준다.


"대표님. 대표님께 편지 한 장이 왔습니다. 누군진 모르겠는데 이름이 한민아라고..."


난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나의 첫사랑이자 잊을 수 없는 이름...
한민아.


난 조심스럽게 그 편지를 뜯어 읽었다.


'굉장히 늦게 편지를 주게 되었어. 너와 약속한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말이야.
나는 현재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아프긴 한데 견딜 만 해.
너 결혼 한다는 얘기 들었어.
결혼식엔 못가겠지만 행복하길 바랄게.
꼭 답장 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언젠가 보길 기원하며 20xx년 x월 x일 한민아 씀'


그녀가 직접 친필글씨로 쓴 이 편지는 반가우면서 울컥했다.
9년전 약속했던 편지를 이제야 써서 보내주다니...
그리고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단 사실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민아는 9년전 부터 심장이 약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기 전 미국으로 치료를 받기위해 갔었는데
아직까지 치료를 받고 있을 줄이야...


나는 그녀를 위해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편지봉투 안에 뭔가가 있는 걸 발견하고 난 그 안에 무언가를 꺼냈다.
아아... 목걸이였다.
9년 전 내가 그녀에게 선물 했던 목걸이.
난 그 목걸이를 보고 터져 나오려고 했던 눈물이 갑자기 쏟아졌다.


난 아직도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런 사실이 더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생생히 기억난다.
우리가 처음만났던 봄 어느날...

그 때는 학교 앞 길에 벚꽃이 수북하게 피어져있었고 참 아름다웠다.
친구들과 그 길을 걷다 민아랑 마주쳤고 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사람들은 첫눈에 반했다라고 표현한다.
난 그야말로 민아에게 첫눈에 반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이제 막 전학 온 전학생이었고 우리반에 배정을 받게되었다.


"오늘 부터 이 교실의 학생이 될 '한민아'다. 다들 박수로 맞아주도록!"


선생님은 웃으며 민아에게 빈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 하셨고 민아는 그 자리에 앉았다.
나는 민아의 뒤 대각선 방향에 자리하고 있었다.


난 낯설어 하는 민아를 대각선 방향에서 늘 지켜보곤 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