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초록빛의 사람이 깜빡이며 서있다. 그 밑에는 빨간 빛 사람과의 교대 시간이 깜빡이고 있다.
한 숫자만 빛나는 것을 보아하니 교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전력 질주하여 이 신호를 건널 것인지. 여유롭게 다음 초록빛을 기다릴 것인가.
오늘 하루가 지쳐서 일까 아니면 내가 게으른 탓일까. 나는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다.
횡단보도가 조용해지자 차도는 분주해졌다. 차들이 백색 빛을 내며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그 뒤로 다른 차보다 몇 배는 밝은 빛을 내는 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였다.
방금 나의 선택을 비웃는 듯 버스는 빠르게 내 앞을 지나 정류장의 사람들을 태우고 다시 대 눈에서 멀어졌다.
소보다 빠르고 매정하게 떠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의 기분 탓일까. 신호가 다시 바뀌고 나는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알림 전광판을 보니 다음 버스는 15분 뒤에나 도착했다. 아까의 선택이 후회됐다.
버스가 끊긴 것도 아니었지만 차가운 밤 공기는 내 지친 마음을 자극했다. 마치 휴가 복귀 날 버스를 놓친 이등병처럼 답답하고 우울해졌다.
그 때문일까, 버스를 기다리며 오늘 하루의 선택 들은 어땠는지 되짚어 보았다.
아침에 5분 더 자는 것을 선택하여 학교를 지각하고, 점심에는 메뉴를 잘못 선택하여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어제 과제 대신 게임을 선택한 대가로 오늘 밤 늦게 까지 학교에 남아있었다. 뒤돌아 보니 정말 엉망인 하루였다.
오늘 뿐만 아니라 어제 잘못 한 선택도 오늘의 나를 힘들게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면 결국 고통 받는 것은 미래의 자신이다.
물론 이 당연한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한 뒤 나중에 후회하는 것을 반복할까?
어떻게 해야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 갈 수 있을까?
고작 신호등의 불 빛 하나가 이렇게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고민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마 나는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단지 실천을 하지 않을 뿐.
그저 도착한 버스에 몸을 기대로 내일은 올바른, 편안한 선택을 하기를 내일의 나에게 떠넘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