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 이 편지를 쓸지 말지를...
하지만 결국엔 쓰는걸로 마음을 먹는다. 왜냐하면...

난 깨달았거든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뭘 하고 있든
누구랑 있든
난 언제나
정말 진심으로 누구보다
널 좋아하고, 응원해.

그저 가족이 서로를 위하듯
그냥 친구가 친구를 위하듯

어차피 난 그것 밖에 안되니까.

그러니까, 나의 말은 너에게 화가났다거나 미워한다는 게 아냐
그러니까,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내가 있을만한 곳, 존재할만 곳, 그리고 나아가 조금이라도 나타날 장소 어디라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홀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위하고, 신경쓰고, 걱정하고, 애쓰고, 노력하고, 돕고, 힘쓰고, 공들였던 모든 게 후회와 함께 사라졌고
결국 어떤것도 남지 않았단 걸 알았으니까.
설령 내가 운이 없어 비참하게 살게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잔인하게 뒈질 위험에 처해도...

어차피 난 그것 밖에 안되니까.

그치만 진심으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절대 답장 같은 건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할 말이 많아도 그냥 닥치고 있으면 좋겠다.
나 같은 병신한테 어떤 소리도 지껄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젠 그 무엇이 되더라도 네가 건넬 모든 말과 행동은 몽상과 망상을 넘어 보잘 것 없는 자기최면처럼 보일테니까.
그리고 넌 어떤 경우에도 서로가 만족할 대답따윈 모를테고, 알아도 하지 않을테니까.

어차피 난 그것 밖에 안되니까.

그냥 허공에 욕이나 한 마디 한다.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