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짝사랑은 너무 길게 끌지마세요. 정신만 피폐해집니다. 저도 물론 좋게 끝나진 않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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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래서 이 식이..."


고등학교에 입학한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다행히도 이광철, 그 녀석은 나와 충돌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섭섭한 점은 김현지가 여태껏 나에게 한마디도 걸어오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년을 함께했는데 어떻게 아는척 한번 해주지 않는 거지.




앞에선 강사가 떠들고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수 없다.


고등학교 공부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던가.



"자 이것으로 오늘 수업 마치겠습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잔뜩 경직되어 있던 몸을 풀며 강의실을 수다실로 만들었다.


"야,나가자"


최동민이 나를 불렀다. 녀석도 며칠전부터 내가 권유해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강의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강의실의 텁텁한공기와는 달리 상쾌한공기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최동민이 갑자기 옥상으로 올라갔다.


나도 생각없이 녀석을 뒤따라갔다.


밖으로 나오자 날씨는 생각보다 더 추웠다. 녀석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마치 파도처럼 휩쓸리는 나뭇잎과 달빛이 잔잔하게 깔린 옥상에는 적막한 공기만이 우리를 감쌌다.


"한대 필래?"


녀석이 권한것은 담배,한달전부터 온갖 유해물질에 휩싸이는 나다.


"됬다. 나 담배 안피는거 알잖아"


갑자기 기억났다.그 여자애,그 애를 본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그 후엔 한번도 본적이 없다.


갑자기 매쾌한 공기가 코로 들어왔다.뭔가 하고 봤더니 최동민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2년전까지만 해도 순수했던 녀석인데 어찌 이리된 건지...너도 세상물에 찌들었구나.


우리도 조금씩 변해가는 걸 느낀다.순수했던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민수야,나는...내가 이곳말고 다른 곳에 태어났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왠 뜬금없는 소리지? 약 먹었나. 녀석은 다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런 경쟁이 만연하는 한국말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마음껏 펼칠수 있는 외국말이야"


"꼴깝떨고 있네.니 꿈이 뭐가 있다고"


"내 꿈? 있었지...만화가"


전혀 의외다. 이런 녀석이 만화가를 꿈꿨다니.하긴 나도 한때 태권도 국가대표가 꿈이었지.


태권도가 질리다는 한심한 이유로 포기하긴 했지만.


"근데 말이야,우리나라에선 만화가가 할게 못되더라고.성공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맨날 돈에 쪼들려사니"


녀석이 말을 마치고 씁쓸하게 피던 담배를 마저 피었다.


녀석의 진지한 말을 들으니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고작 질린다는 이유로 꿈을 접다니.


어쩔수없는 이유로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근데 다시 도전해보려고.만화가.혹시 모르잖아? 내가 엄청 크게 성공할지.하지도 않고 이렇는건 정말 바보같잖아"


녀석의 말이 맞다.해보지도 않고 겁내는건 바보같은 짓이다.


내가 김현지에게 고백하지 않은것도,뒤에서 바라보기만 한것도 사실 첫사랑그녀에게 미안하다는 핑계뒤에


숨고 싶었던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녀석보다 내가 훨씬더 바보일지도 몰랐다.



"야경이 아름답다"


"그렇네.멌있다."


어두운 건물 사이사이 비치는 빛, 그 빛이 어우러져서 만든 광경이 아주 멋있었다.



디리링~!


뭐지? 문자이 왔나보다.나한테 보낼 사람도 없을텐데.


핸드폰을 꺼내서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민수 하이~'


수신자는.....김현지.


한달동안 말한번 걸지않았던애가 갑자기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핸드폰을 열고 답장을 보내려하는데


어떻게 보내야할지 정말 고민됬다.



"뭐하냐?어...너 여친 생겼냐? 얘 김현지아냐?"


심장이 요동쳤다.너무 빠르게 뛰어 그 떨림이 귓가에까지 전해질 정도로.



고민고민하다 답장을 썼다.


'갑자기 왜 그래ㅋㅋ 학교에선 말 한마디 안 걸더니'


써놓고도 보낼까 말까를 수십번 고민했다.


혹시나 답장이 안오면 어쩌지...그냥 뜻없이 보낸건가...내가 좋아서 보낸건 아니겠지.


그 문자 한통에 기뻐하고 긴장하고 온갖 망상을 떨었다.


그때 최동민이 전송버튼을 눌렀다.


"야 미쳤어!! 뭐해?!"


"너 바보냐?얘 좋아해?왜 이렇게 난리야 답장한번 하는것 가지고"


녀석의 말에 정곡을 찔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다행히 녀석은 보지 못한것 같았다.



1분이 지났다.하지만 핸드폰은 감감무소식이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난 최동민을 저주했다.


아 내가 싫어서 그런건가? 왜 답장을 안하...



디리링~!


왔다! 난 재빨리 문자를 열어 확인했다.


"그냥 심심해서 놀아줘^^"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남친도 있는애가. 난 재빨리 문자를 써내려갔다.


"이 오빠가 놀아주마.근데 넌 공부 안하냐?"


문자를 보내고 히히덕 거리던 그때였다.


"야 이것들아. 빨리 안 나와?!"


경비원이다. 더 혼나기전에 내려가는게 상책이다. 지금은 기분이 좋아서 경비원이 욕을 해도 받아줄수 있을것같다.






"너 김현지 좋아하는구나?그치??"


"조용히 해 이광철이 알면 나한테 어떻게 시비를 걸지 모르니까"


'민수야 나 외로워, 어떻게 해??'


오마이갓. 지금 얘는 필시 술을 먹거나 미친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한테 대놓고 고백해달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이런 말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길가던 사람들이 히히덕거리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렇게 보던말던 알바아니다.


너네들이 2년짝사랑이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내 심정을 알아?


아까 최동민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그래,난 바보가 아니다.2년간의 짝사랑을 끝내고야 말리라.


난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하나하나 타이핑하기 시작했다.타이핑중에도 덜덜 떨리는 내 손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기 현지야.갑자기 이러면 좀 당황스러울텐데.나 사실 2년전부터 널 좋아했어.나랑 사귀어줄래?"


덜덜떨리는 손으로 전송버튼을 눌렀다. 그래 질러보는거다.


옆에는 벌써 최동민이 축하한다면서 갖은 아양을 떨었다. 귀여운놈,2년전에도 이랬었지


이제 내일 친구들에게 자랑할 일만 남은건가?




한 5분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문자가 도착했다.도저히 내 손으론 핸드폰을 열어서 볼수가 없었다.


"동민아 핸드폰열어서 나한테 내용좀 보여줄래"


최동민은 핸드폰을 열어 나에게 들이밀었고 난 핸드폰의 화면을 봤다.


그리고 난 기겁했다. 그 내용은...






'민수야 내가 저번에 말했지 집적대지 말라고.내일 보자 죽여줄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왜 김현지랑 문자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이광철이 나온거지?


분명 번호는 김현지의것이 맞다. 어떻게 된거지. 난 혼란스러움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졌다.



최동민이 말없이 내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큰일났다.내일 잘하면 하느님과 인사할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생각이 이쯤돼니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러면 김현지가 날 떠볼려고 이용했던거야? 요망한것.갑자기 부아가 치밀어오르고 화가 났다.


그리고 내일 일어날일에 대해서 절망했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중학교3학년은 되보이는 녀석들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려고 하는데,


"아 재수없게 꼬라보네 죽여버릴까"


순간 울컥했다. 내가 이런 중삐리들에게까지 무시를당해야 하나. 녀석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옆에선 최동민이 날 붙잡고 말리고 있었다. 소심한놈,


이런 놈들은 버릇을 깨우쳐 줘야 한다.


"너희 뭐라고 했냐?아까 했던 말 똑같이 지껄여봐"


나는 눈을 부릅뜨고 녀석들에게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이런 녀석들에게까지 무시당하는건 아니라고생각했다


"미쳤냐? 니들 눈에 내가 몇살로 보이냐"


"저기요,형대접 해줄때 조용히 가요.한번만 더 깝쳤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러고는 녀석들끼리 킬킬대며 웃었다.




오늘은 스트레스를 풀라고 하느님이 주신 기회같다. 이광철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풀수 있는 기회


관장님 죄송합니다. 관장님께 배운걸 좋지 않은 곳에다가 써먹을것 같습니다.





"덤벼"


"뭐??"


녀석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자기네들끼리 나를 보며 비웃었다. 그 옆에는 최동민이 나를 가자고 부추겼다.


최동민,남자가 때로는 과감할줄 알아야해. 이런 중딩들하나 내가 못이길것 같아?


"최동민 너는 떨어져 있어라 내가 다 털어줄 테니까"


최동민이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갑자기 내 곁에 섰다. 그리고는 영화에서 나올 법한 온갖 폼은 다 잡으며


말했다.




"나도 오늘 중딩들 상대로 스트레스좀 풀까"


"아서라 그러다 맞는다"


녀석들이 서서히 다가왔다.하지만 수많은 스파링경험으로 인해 녀석들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놈들은 그냥 영화에서나 나오는 막주먹을 휘두르겠지.


"아 고삐리 상대로 힘쓰긴 싫었는데... 얘들아 죽여버리자!!"


녀석들이 엄청난 위압감과 함께 달려왔다.


난 침착하게 녀석들 사이로 파고들어 얼굴에 정확하게 주먹을 가격했다. 녀석들은 역시나 오합지졸이었다.


난 녀석들을 하나하나 때리면서도 날 제일 비웃은 녀석을 찾았다.


저기 있군. 이 중삐리야 내가 버릇 좀 단단히 고쳐주마.


당황하고있는 녀석의 얼굴,정확하게 코로 주먹을 박아넣었다.녀석은 소리지를 틈도없이 나에게 가격당했다.


실전에서 태권도는 유용하지 못하다.이럴때 제일 유용한 것은 복싱이다.


난 그렇게 체육관에서도 맛보지 못하는 엄청난 타격감을 겪으며 이 상황을 즐겼다.


녀석들 수준은 말 그대로 스탠딩샌드백이었다.


그때...



퍽퍽!!


"아이 중딩새끼들아 나 형이야 그만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니 최동민이 녀석들에게 둘러쌓여 엄청나게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럼그렇지 싸움도 못하는 애가 왜 나서가지고.


이럴때 태권도가 결정타로 작용할수 있다.


난 내가 즐기고 자주 사용하던 오른발 하이킥으로 최동민을 구타하고 있던 녀석들중에 한명의 머리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아악!! 미친!"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맞은것 같다. 뒤를 돌아보는 녀석들에게 난 찰진 따귀를 선물해주고는


최동민의 옷을 잡고 그대로 뛰었다.


얼마나 뛰었는지는...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모르는 배경이 나올때까지 뛰었다.


"아 저 중딩들 한주먹거리였는데"


최동민이 되도않는 허세를 부렸다. 그렇게 터져놓고 말은 잘하네.





오늘 같은 기분이라면 왠지 아무도 날 이길수 없을것 같다. 심지어 이광철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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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짧아서 죄송합니다.그리고 내용도 점점 이상하게 흐르는것 같아 죄송합니다.

다음편부터 제대로 들어가려구요.원래 장편으로 계획한거라서. 추천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