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짹-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이광철... 녀석도 나랑 같은 학교에 배정받았다는데 당연히 만나겠지.혹시나 오늘도 시비를 걸까

노심초사 했다.


고등학교생활을 암울하게 보내기는 싫었다.민감한 시기이기도 하고 그런 놈들에게 찍혀봤자 좋을것 없기에,




시간이 조금 늦은것 같아 서둘러 교복을 입었다.


지나가면서 거울을 보니 중학교 교복이 아닌 새로운 교복을 입고 있는 내 자신이 어색해보이기도 하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다.


난 교복위에 두꺼운 패딩을 걸쳐입고 나갔다. 그때 엄마가 잠에서 깨어 날 보았다.


"가니?"


"네, 이제 가려구요"


"그래, 조심히 갔다오거라"


나는 말없이 현관을 나왔다. 엄마가 왜 어제 술 먹은것에 대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으실까,


평소같으면 불같이 화를 내실 분이셧는데. 평소와는 다른 엄마의 행동에 당황했다.



띠릭


"안녕하세요"


내 앞에 살고 있는 이제 갓 중학교 입학한 꼬마 녀석이다. 나도 한때 저럴 때가 있었는데, 가끔은 저때가 너무 그립다.


나는 웃으며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개성없는꿈을 꾸고 개성 없는 직업을 원하는 공부벌레가 되어 있겠지.


생각에 잠겨있다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1층에 왔다.


"형 안녕히가세요"


"그래 너도 잘가라"


시간을 보니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것 같았다. 아침도 못 먹었으니 시간도 때울겸 편의점에서 뭐좀사먹을까


난 느릿느릿 걸어 아파트 옆에 위치하고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집앞에 있던 슈퍼는 얼마전에 정사가 잘 안되서 폐업을 한지 오래여서 비싸도 어쩔수 없이


편의점을 이용해야 한다.


여유를 부리며 편의점안에 들어갔는데 여자들의 무리가 보였다. 순간 그냥 나갈까 생각해봤지만


남자가 되서 여자들이 무서워 나간다는 것은 평생 가문에 먹칠할 일이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척하며 눈 앞에 진열되어 있던 닭다리와 콜라를 꺼냈다.



"예 2500원입니다"


어차피 싸구려 음식이면서 비싸기는 더럽게 비싸네.하지만 어쩌겠는가 배는 고프고 돈은 이것밖에 없는데


나는 그대로 닭다리와 콜라를 받고 전자레인지를 열어 닭다리를 데웠다.


아...전자레인지에서 흘러나오는 이 냄새, 이 냄새를 맡고 있자니 군침이 저절로 나온다.


그때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그 내용은 전혀 뜻밖이었다.






"야! 너 어제 만났던애 아니야? 나 예쁘다고 헤벌쭉하게 쳐다본애, 맞지??"


어제 만났던 애라면...아! 이제서야 기억났다. 집 앞에서 만났던애다.


난 서서히 고개를 돌려 그 여자무리들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서도 유독 얼굴과 몸매가 튀는 여자아이가 보였다.어제 만났던 그 아이였다.


"내가 그렇게 예뻤냐? 뒤에서 몰래 쳐다보고 있게"


착각은 자유라고,얘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보다.


"뭐...뭐래 어제 내가 아는 사람이랑 닮아서 쳐다본거거든"


틀린말이 아니다.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아이는 분명 학원에서 만난 그 누나와 닮았으니까


어제는 술에 취해서 제대로 볼수없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확실히 느낄수 있다.


눈,코,입,귀 등등.... 모든 것이 놀라울만큼 그녀와 빼닮았다.


"뭐야 은영아 너 얘 누군지 알아?"


"아, 어제 처음 봤는데 내가 그렇게 예쁘게 보였나봐 날 훔쳐본다니까"


아니라고...근데 왠지 그 여자아이에게서 순간 알수없는 감정이 일었다.좋아하는 감정은 아니겠지?


어제 처음 만났는데...



"얘들아 먼저 가봐 나 얘랑 얘기좀하게, 오랜만에 재미 좀 보자"


"알았어,재밌게 놀아라~"


그렇게 순식간에 여자무리들은 멍하게 닭다리를 입에 물고 있는 나와 그 여자아이만을 남겨두고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거냐. 너도 어제 처음 본 나에게 호감같은건 없을테고...


여자아이가 편의점에서 나왔다.하지만 내 몸은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여자아이를 따라가고 있었다.




"앉아"


여자아이가 벤치에서 멈춰섰다. 이 벤치...익숙하다. 맞다,내가 2년전에 자주 데이트 하던 곳이지.


어차피 학교가는 길과 방향이 같아서 나는 조금 앉다가기로 했다.


시간을 보니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반가워 내 이름은 정은영이야,이렇게 본것도 인연인데 친하게 지내자"


갑자기 행동이 달라졌다.뭐지? 이중인격인가?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보는 듯 했다.


"어 그...그래 난 김민수야 친하게 지내자"


정은영이 갑자기 자기 옷속을 주섬주섬 뒤진다.그리고 옷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뭔가 하고 봤더니...헉! 담배!


요즘 고등학생들이 담배많이 핀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여자들마저 담배를 핀다니.실로 충격을 금할수 없었다



"필래?"


그렇고는 뻔뻔하게 나에게까지 담배를 권한다. 내가 그렇게 담배를 피게 생긴건가.


"나 담배 안 펴 너나 펴"


내가 단호히 거부했다. 그렇자 정은영이 피식 비웃으며 날 깔보듯이 말했다.


"남자가 찌질하게 그것도 못피냐? 입 벌려봐 내가 알려줄게"


"개소리 하지마 나 안핀다..."


반항을 하기도 전에 담배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순간 엄청나게 목이 따가워졌다.바로 담배를 던져버렸다


"켁켁, 한번만 더 쑤셔넣으면 죽는다"


이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당돌한걸까, 아님 뻔뻔한건가


정은영이 무안했는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나 오늘 학교 안가고 피방에서 놀건데 너도 놀래?"


진짜 구제불능이다.얘는 일진이 확실하다. 도대체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는건지 뭔지...


"미쳤냐 나 이제 학교 가야되"


그런데 이 아이가 우리학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혹시나하고 물어보았다.


"너 혹시 창x고등학교 다니냐?"


물어보면서도 내심 기대했다.내가 왜 이렇지? 이런애가 우리학교이길 바란다니.


"아니 나 예x여고 다녀"


역시나 같은 학교일리가 없지.시간을 보니 뛰어가도 늦을것 같은 시간이 되었다.


정신을 어디다가 둔건지 시간개념도 없이 이야기하느라 너무 늦었다.


"나 간다! 다음에 기회되면 만나자!!"


아무말도하지 않는 여자아이를 등뒨채 뛰어갔다.


정은영, 마치 어제와는 다른 아이를 보는것 같았다.은근히 매력이 있는것 같은 아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보길...






결국 학교에 늦게 도착했다.


학교의 분위기는 장난이 아니었다.난 늦었다는 이유로 선생에게 바로 뒷통수를 후려맞았다.


"야 임마 너 왜이렇게 늦었어 어?! 오늘이 입학식인데 똑바로 안해? 너 찍히고 싶어?"


"죄송합니다..."


선생의 살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버틸수 있을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선생이 살기가득한 눈을 살짝 풀고 말했다.


"빨리 빈자리 아무곳이나 가서 앉아. 이제 입학식 시작하니까"


난 선생의 불호령이 떨어지기전에 재빨리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러고는 재빨리 교실을 스캔했는데...



이런 행운이!


중학교2학년때부터 같은반이었던 김지현,그 애가 나와 같은 반이 되었다.


하느님 이건 필시 저와 김지현이 이어지라고 같은 학교 같은 반이 되게 해주신거라 믿겠습니다.


속으로 한창 나이스를 외쳐가며 있을때 또 한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순간 난 굳어버렸고 하느님을 저주했다.


아...하느님 왜 이러세요 진짜... 이건 아니잖아요.


그랬다.내가 배정된 반에는 내가 짝사랑하던 김현지뿐만 아니라 이광철도 같이 있었다.


이광철이 날 눈치챘는지 나를 의식하고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눈깔아라. 뒤지기 싫으면"




이것은 내 파란만장한 고등학교생활의 서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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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스토리같은거 못써서 죄송합니다. 분량도 짧아서 죄송하구요. 추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