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노래방을 혐오하게 된건...

그래...아마 그날이었을거다.

내가 멋모르고 '비정'을 선곡해서 공개망신을 당했던 그날...



"다음 누구야?"

"나야, 나"

김강찬의 차례가 왔다.

다음은 내 차롄가. 녀석의 노래실력이 나와 비슷하거나 좀 더 떨어져야 할텐데...

노래가 시작됬다.

녀석이 고른 노래는 버즈의 '가시'

항상 일반인의 노래를 감상할땐 듣는 사람 모두가 부르는 사람의 실력이 좋길 원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 난 전혀 달랐다.

녀석이 조금만 더 못부르길 바랄뿐이었다.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노래를 즐길 여유따윈 없다.

녀석과 노래방에 온 순간부터 즐기러 온다는 노래방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건 여자의 마음을 끌기위한 남자들의 처절한 싸움일 뿐이다.

드디어 녀석이 노래를 시작했다.

근데...


전혀 예상치 못한 실력이다.

녀석은 잘하는 것을 넘어 수준급의 노래실력을 갖고 있었다.

이제와서야 왜 녀석아 노래방에 가자는걸 마다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녀석이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본다.

녀석보다 1살 어린게 분통할 뿐이다.

이미 상상속으론 녀석을 맘껏 밟아주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녀석의 노래실력만큼은 정말로 갖고 싶었다.

몇분후의 내 미래가 눈앞에 보였다.

아...

녀석이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집중하지 않았나보다. 노래가 언제 끝났는지도 몰랐다.

여자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소린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들어오면 안된다.

나는 내 노래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친구들이 노래방가자고 할때 많이가보는 건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노래가 시작됬다.

그래도 전주부분은 무난, 아니 아주 조금 힘들게 부를수 있었다.

하지만 재앙은 그 다음이었다.

전주 다음엔 바로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던 것이다.

갈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불렀다.

목소리가 갈라져나오고 누가들어도 소음이라 생각할정도의 괴상한 목소리가 나왔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난 서둘러 노래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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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길.

모두가 침묵했다.

난 길을 가면서도 그들이 날 비웃는다는 착각속에 휩싸였다.

앞으로 다시는 김경호의 노래를 부르지 않으리, 다짐하는 나였다.

김강찬... 녀석은 날 비웃고 있겠지.

오늘은 정말 잊지못할 수치스러운 날이될것 같다.

눈 덮인 길, 이 휑한길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것 같다.


"그럼 우리 먼저 갈게"

"응 잘가 다음에 보자"

김강찬과 그녀의 친구가 먼저 들어갔다.

나와 그녀만 남았다.

우린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

우리 둘 사이엔 어색한 공기만 채워져 있었다.


먼저 입을 뗀건 그녀였다.

"민수야... 아까 노래 말인데... 너가 잘부르지 않아도 되 난 노래실력때문에 너랑 사귄게 아니잖아"


순간 그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들었다.

그렇게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안았다. 그녀도 나를 안아주었다.

처음 안긴 가족아닌 다른여자의 품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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