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것이 뭐길래 다들 그렇게 기뻐하고 들뜨며 화내고 고통받을까. 슬슬 인간이란 혼자 사는 것이 아님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녹이는 느낌이 드는 나이가 된 것 같지만 사랑이란 정말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
얼마나 대단하길래 예수조차 사랑 사랑 외쳐댔고, 사람들은 전남친, 전여친하며 자신의 미련에 적당한 칭호를 달아주고, 자신과 남을 기꺼이 동일시하고, 세상엔 사랑노래, 사랑시가 이리도 많을까.

나는 사랑이 뭔지 잘 모른다. 모르는 게 있어도 자존심상 모른다고 얘기하지 않았던 어린 때에도 사랑은 모른다고 하였다. 조금 더 전으로 간다면, 사실 여자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잘 보이려 꾸미는 것도, 남에게 원하는 바를 말에 숨겨 전달하려는 것도, 특유의 분위기에 스며드는 것도, 너무나 다른 생각의 메커니즘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나는 결혼은 할 것같다.
첫 번째 이유는 나는 아직 사람이 덜 됐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만 공동체나 조직, 또는 어떤 집단이라고 해도 나는 잘 스며들지 못한다. 그렇다고 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색으로 바뀌지 않고, 내 색을 유지하고 유지하려 한다. 나는 갓스물에 （소속이 아닌） 소속감에 유치함과 거부감을 느꼈었다. 그 이후로 어디에 소속되어 나를 나타내는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될 것같다. 연인과 소통을 통해 고립되어 썩어가는 나를 고치고 싶다. 사람 인（人）자는 서로 지탱하는 나뭇가지 두 개의 형상이란다. 나의 사람 인은 작은 바람에도 위태위태한 얇은 나뭇가지 하나가 아닐까. 우는 것밖에 하지 못한 짐승으로 태어났지만 사람으로 죽는 데 인생은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가?

두 번째 이유는 혼자에 대한 두려움이다. 물론 지금 나의 혼자는 전혀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결핍을 메꿔줄 수단이 （슬슬 지겹지만） 넘쳐나기 때문이다. 내가 두려운 것은 장년부터의 혼자이다.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듣던 노래, 보던 영화, 읽던 책 등 했던 것만 다시 해서 안정감을 찾고, 뒤쳐진다는 생각이 피부로 와닿는다면, 나는 밖에서 한걸음도 떼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다가오는 세상에 영원한 내편이 있다면 그것만한 삶의 안식처가 있을까. 내가 명백한 잘못을 하여도 내편이 되어줄 사람이 늙고 있는 나의 주변에 누가 남아 줄까. 너무 큰 가치이다. 젊을 때는 깡이라도 있었지만 늙어서 배우자가 없다면 나는 흘러가는 시간 뒤에 홀로 남겨지는 것도 인생의 미덕이라고 중얼대며 어느 구석에서 표정없이 조용히 살아갈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사랑이란 것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짧게 불타오르고 꺼지는 성냥같은 사랑이 아닌 인생의 새벽 내내 은은히 내 시야를 지켜주는 촛불같은 사랑을 알고 싶다. 하지만 사랑의 완성을 결혼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개 결혼을 하여 오래 지내는 것은 이성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의 관계로 지낸다고 한다.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를 의미한다. 이것이 사랑의 완성인가? 아니면 애초에 완성은 없고 함께하는 조각에 의미가 있는 것인가? 모르니까 물음표만 쌓여간다.

경제적인 이유, 동거인으로서 행동거지 등을 이유로 많이들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한다. 그들 이유에 굳이 반박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다만 사랑을 알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내 새파란 생각보다 진지하고 단순하지 않음을 어느정도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무시할 수가 없다. 또한 나의 솔직한 이유를 세간에 떠돌아 다니는 다른 이유로 덮어 애초에 없었던 척, 합리적인 척하며 무시하고 싶지 않다. 여자에 미숙하였던 과거의 나 또한 나였기에 솔직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