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아오려고 했다

착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몸이 힘들고 갖고 싶은걸 말하지 않고 주기 싫은걸 주며 살아왔다

오로지 착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그 칭찬이 내가 들을 수 있는, 내 의지로 만들어 낸 유일한 칭찬거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대하려고 최소한 나쁘다는 말은 듣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살다보니

아주 좋은 인연과 연애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착하게 살아오려해서 사귄건 아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인연을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지금 난 다시 생각한다. 대체 난 왜이렇게 착하게 살려고 노력을 한걸까

그냥 착한 사람이 되지는 못하는걸까? 거의 30년을 그렇게 살아왔다면 이젠 내 스스로가 착한 사람이 될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게 이렇게 힘든건가



겉이 아닌 속은 악으로 가득차있다. 모든게 불만이고 못마땅하다. 그 모든 것엔 '나'란 존재도 포함되어있다

얼마 전 아주 오랜 연인과 헤어졌다. 그녀가 날 뿌리치고 떠나갈 때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나쁜 생각이 떠나가질 않는다. 엄마한테 가고싶다는 그런 생각.

평생을 날 위해 희생하신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난 엄마에게 좋은 아들이었을까?

엄마 곁으로 가서 묻고싶다. 엄마, 난 좋은 아들이었어요? 내 생각에 난 엄마 아들이 아니었어야 해요.

엄마같은 천사 밑에서 이런 악마같은 아들이 나왔다는게 믿기지 않아요.

엄마가 희생으로 빚어놓은 내 몸뚱아리를 난 이제 더이상 소중히 여길 수 없는 지경까지 온거같아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저는 겁쟁이라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못해요. 죽는게 죽기보다 싫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살다보면 살다보면.... 살아질거에요 너무 걱정마세요 날 걱정 마세요

더이상 걱정이 되기 싫어요. 더이상은 걱정이 되기 싫어요. 난 걱정이었어요. 항상걱정이었어요. 내 존재가 모두에게 걱정이었어요.

난 왜이렇게 살았을까요 엄마?



조금만 힘들어도 금새 모든걸 포기해버리는 내가 너무 싫다

모든 걸 잘 포기해도 난 그녀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는데 평생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내가 가장 끈기있이 한게 그녀를 사랑한 것이었는데

그녀는 그런 내가 더이상 걱정되지도 궁금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내 노력과 사랑은 그럼 어디로 가야할까?

방향이 보이질 않는다

갈래길을 마주한 기분

아니다

내가 움직이고있는지 아닌지도 파악되지 않는 아주 캄캄한 공간에 둥둥 떠있는 기분이다

내 몸을 끌어당기는 땅바닥도 없는, 너무 까매서 넓은지 좁은지도 구분이 안가는 그런 공간에

홀로 둥둥

그냥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내 스스로 움직일 순 있을것이다 추측을 할 순 있지만 그게 과연 사실일까는 모르겠다

이대로 둥둥 떠다니다 사라지고싶다

전엔 죽음이라는 것이 너무너무 두려웠지만

이젠 그게 자연스럽게 찾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고난 후 환생을 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지만

그렇게 하기 싫다. 난 여기가 지옥이다. 환생이란 곧 지옥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난 그냥 끝나고싶다

무로 돌아가고싶다. 기쁨을 느끼지 않아도 좋으니 슬픔을 느끼고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