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선 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한적한 풀밭.


밤하늘은 맑았다.


별가루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것처럼 아름답게 퍼져있었다.


은철은 하늘을 바라보며 옆에서 시니컬하게 앉아있는 미숙에게 말한다.


[봐바. 엄청 아름답다 그지? 하하하...]


[나보다 더 아름다워?]


[어......?]


미숙의 반응에 은철을 고개를 돌려 미숙을 바라보며 말한다.


[당연히 자기가 훨씬 아릅답지...]


말하며 은철은 미숙의 아담한 어깨를 살짝 끌어안으려고 한다.


그러자 미숙은 그런 은철을 밀쳐내며 묻는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하늘만큼 땅만큼... 죽을만큼 사랑하지... 하하하...]


그러자 미숙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그런 은철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럼 한 번... 죽어봐.]


섬칫할 정도로 차가운 말이었다.


[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은철은 얼어붙어서 어리둥절하게 있었다.


그러자 미숙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병신... 하지도 못할거면서 헛 소리는...]


혼잣말을 한것인지 들으라는 듯 일부러 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은철의 귓속을 송곳처럼 후벼팠다.


한달전에도 헤어지자는걸 자신이 애걸복걸 매달려서 이어져온 끈이었다.


은철은 순간 절망감과 분노, 오기가 발동했다.


[정말이다. 죽을만큼 사랑해... 보여줄까?]


라고 말하면서 은철은 이차선 도로를 향해 뛰어내려갔다.


마침 저쪽에서 커다란 덤프트럭이 한적한 길을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은철은 한숨을 한번 내쉰 후 덤프트럭이 근처를 지나가는 순간 쏜살같이 앞으로 몸을 내던졌다.


떵.


꺄아아아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은철은 몇미터를 날아간 후 떨어졌다.


눈 코 입 귀로 피를 쏟으며 은철은 새파랗게 질려있는 미숙을 돌아보며 [봤지...]라는 한마디를 남기며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










텅. 텅. 텅. 텅.


[여기가 어디야... 으...]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은철이 정신을 차렸을때 자신은 좁은 공간에 갇혀있었다.


텅. 텅. 텅. 텅.


몇번을 주먹으로 머리위를 내리쳤을 때였다. '푸석'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조각들이 부서져내리며


흙이 은철의 머리로 덮처들었다.


순식간에 흙더미에 얼굴이 뒤덮였지만 이상하게 답답하지 않았다.


우선 여기를 나가고 싶었다.


은철은 정신없이 흙은 파헤쳤다.


[이게 뭐야. 으아아아......]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어느 순간 바깥 공기가 들어오면서 하늘이 보였다.


[으으....]


은철은 비틀거리며 흙밖으로 기어나왔다.


그곳은 무덤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순간,


기억의 단면들이 떠올랐다.


미숙과 함께있던 모습...


덤프트럭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떠오르며...


[나, 왜 안죽었지?]


무덤에서 기어나온 은철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어두운 밤이었다.


미숙과 함께있던 그날과 마찬가지로...


은철은 갑자기 미숙의 얼굴이 미칠듯이 보고싶어졌다.


[미, 미숙아...]


은철은 미숙의 집을 향해 무작정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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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의 집앞.


가서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를 수없이 고민하면서 근처에 있던 은철의 시야에 승용차 한대가 들어왔다.


그리고 거기서, 꿈에 그리던 미숙이 내리는 것이었다.


[미숙이......]


반가운 마음에 앞으로 나서려는데 차안에서 한 남자도 같이 내렸다.


남자는 미숙을 벽쪽으로 밀어붙이며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미숙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순간 엄청난 분노가 은철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그리고 불빛에 비추는 그 남자의 얼굴.


그는 바로 은철의 친구인 기석이었다.


은철은 순간 엄청난 충격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이새끼들... 내가 죽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엄청난 살기가 은철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