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모두 안녕
계속 옆구리가 시린게 미치겠어 ㅋㅋ
나는 모태 솔로 24년차 솔로부대 대대장이야
뭐 큰 이야기는 아니고 요새 날씨도 춥고 옆구리도 막시리고 그래서 내 과거 넔두리나 한번 하면서 올 겨울 넘겨 볼려구 해
굳이 읽지 않아도 되 나 필력이 그리 좋지 못해서 재미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냥 좀 속도 답답하고 해서 어딘가 풀어놓고 싶어 여기 적는 글이야 시작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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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개를 잠깐 하자면 난 24살동안 연애 한번 못해본 모태 솔로다
사람들은 내게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 묻기도 하고 멀쩡하게 생긴놈이 연애도 못하냐고 친구들한테 놀림도 받곤 한다
난 맨날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데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말도 안되는 소리지
사실 말 못할 사정이 있다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내가 17살이 되던 해였다
정든 중학교를 졸업하고 멀리 타지에 있는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다
나 말고도 14명정도 같은 학교에 걸려서 같은 반에 친구 한 두명 정돈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나 혼자만 반이 걸리고 말았다.
나 혼자라니 소심했던 나는 그저 모든게 낯설고 이 분위기가 싫었다

반에 남자가 나 포함 6명이였는데 5명이 모두 나랑 코드가 맞지 않았다
정신없이 3일정도 학교를 가다가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여자애를 보았다
그 애 이름은 A로 가명하겠다.
A는 약간 통통하면서 웃을 때 미소가 이쁜 아이였다
계속 눈길이 가는 수수하고 맑은 그 미소
이쁜 얼굴도 아닌데 모르겠어 그냥 웃는 모습에 반했던 것 같다
얼굴도 하얗고 속눈썹이 길었다
걔가 웃으면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 했고 난 그 얘를 천사라고 혼자 부르곤 했다

1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 난 점점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걔들은 그날 웃찾사에 나오는 개그 유행어들을 외워서 따라하며 노는데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난 점점 무리속에서 멀어졌고 계속 혼자가 되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왕따 경험이였는데 말로만 듣던 왕따를 경험해보니 미치는 줄 알았다 돌파구도 없고 누구에게 하소연 할때도 없다
그냥 A를 보며 하루하루 낙으로 살곤 했다

한달이 지나고 내가 등교를 하고 있는데 A를 만나게 되었다. A와 단짝 친구가 한명 있는데 둘이서 날보고 인사를 해주었다. 나도 모르게 얼어버고 말아서 ㅋㅋ
어어어어
거리면서 안면이 틔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일본어 수업시간때 자리를 바꾼다더니 A가 내 앞에 앉게 되었다.
속으로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다
그녀는 또 나에게 인사를 하며 작은 담소를 나누었고 우린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복도에서 만나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A는 아주 자연스럽게 숙제는 했니 이번 중간고사 평균이 몇점이니 오늘 점심 메뉴는 뭐니 등을 물어봤다.
A는 조금씩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온 머리속을 A로 가득 그려 넣고 있는 듯 했다.
난 웃으며 말을 건네는 A가 좋았다
그냥 수수하면서 하얀 이를 보이며 웃는 천사 같은 그녀가 너무 좋았다
난 말주변이 없어 용기도 없어서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했다
매번 뒷모습만 바라보고 그냥 말 걸어주길 기다리기만 했는데 좀 바보 같지만 그 순간은 뒷모습만 바라봐도 행복했다.

싸이월드에 있는 사랑 문구는 다 나한테 하는 소리 같고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사랑 노래는 앞으로의 나와 A를 보는 것 같아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힘들지만 사는 게 행복하다고 느껴본 건 아주 짧지만 그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하루하루 그녀가 보고싶어 미칠 노릇이였다.
싸이월드에 가끔 업데이트 되는 A의 모습을 보는 걸로 매일 위안 삼았다
폰번호를 알고 있지만 출석부에서 보고 적은 번호이기에 먼저 연락할 명분조차 없었다.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웃는 모습 보고 싶은데 그럴수 없다는게 한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이 내게는 1년처럼 길었다.

2학기가 시작되니 그녀는 짧은 머리가 풍성하게 길어졌다.
잘 어울렸다.
약간 갈색의 윤기나는 머리결을 쓰다듬고 싶었다.

수업시간엔 선생님보다 책보다 그녀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난 그녀를 간절히 원하고 또 원했다.
미칠 것 같았다.
성욕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보호해주고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내속에 그녀는 그런 존재가 되어 갔다.

성스러운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 들은 두루두루 친해지며 A에게 붙기 시작했다.
A는 누구에게나 그 미소를 보여주었고 친절했으며 바보 같았다.
그 미소 나만 갖고 싶은데
나는 사랑과 욕심이 섞인 집착이 조금씩 커져가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고백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그녀와 친한 친구에게 피자빵과 우유를 사주며 한번만 도와달라고 청했다.
그녀는 웃으며 알겠다고 흔쾌히 나를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그녀는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까지 데리고 나온 다음 사라지겠다고 말했다.
아침 내내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겨우 먹은 점심밥도 곧 구역질하며 모두 토해냈다.
긴장감은 느리게 가던 시간마저 움직였고 난 공포 속에 떨어야 했다.

만약 차이면 어떻하지?
아니야 잘될거야

마음속으로 수백 수천번을 되네이고 화장실에서 끝없이 연습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 난 1시간 전부터 정류장에 나와 그녀를 기다렸다.
모두가 마치고 집에가버린 그 쓸쓸한 정류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곳
이상하게 그날은 더욱 사람이 없었다.
바람 소리만 나를 새차게 때렸다.

5시 정각이 지나고 5분이 조금 넘어서 멀리 횡단보도에 서있는 단짝친구와 A가 모습을 들어냈다.

시발 시발
어뜩하지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발을 동동굴리며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화장실해서 연습했던 고백 멘트가 생각나질 않았다.

도망칠까?
아니야 일단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그녀가 날 보며 인사했다.
나도 인사를 건넸다.

그 날따라 추워서 그런지 몸이 부쩍 얼어버렸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단짝친구는 전화받는 척 하며 사라졌고 단둘이 남은 그녀와 나는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있었다.
그녀는 내게 집에 안가고 뭐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말도 안되는 대답인데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녀의 옆모습을 보았다.
입술이 떨어지질 않는다.
고백이란게 이렇게 어려운거구나

이를 악물고 눈을 감고 머리속에 미친듯이 외쳤다.
말하자 말하자 말하자 말하자 말하자

뭐가 막고 있는것처럼 내 입은 마법에 걸려버렸다.

그녀의 버스가 도착하고 있었다.
말해야 하는데
그녀가 내게 인사를 건네려 한다.

내일 보자고

웃는 그녀를

돌아서는 그녀를 잡아야 하는데
어금니를 깨물었다.

내 자신에게 미친듯이 욕을 퍼부으며 잡으라고 강요했다.
뇌와 몸이 따로 논다.
성질을 부리며 말을 듣질 않는 내 몸을 저주했다.

잠깐만!

나는 그녀를 큰소리로 붙잡았다.
A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나를 뒤돌아 봤고 나 역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응?
하..할말이 있어..

할 말?
…..

또 다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버스를 타지 않고 다시 내게로 걸어왔다.
그 새차게 부는 바람소리도 안들린다 심장소리만 쿵쾅거리며 고막을 찢어버리고 있었다.

이제 말할 타이밍이다. 말해야하는데
또 마법에 걸려버렸다.

그녀는 내게 이상하다는듯 쳐다 보고 있었다.

차비가 없어? 돈 빌려줄까?
…

나는 고개를 떨군채 눈을 감았다.
차분하게 말하자

있잖아..
응..
나..나랑 사귀지 않을래?

나 자신과의 싸움은 그렇게 길었던 것 같은데 내뱉고 나니 이리도 허무한가
단 몇 마디를 말하는 게 참 어렵다.

눈을 감은채
한참을 아래로 보았는데 그녀가 대답할 타이밍이 훨씬 지나버렸는데도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눈을 뜨고 천천히 그녀를 보기위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표정은
뭐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표정이었으나 그녀의 마음은 충분히 내게 전달이 되었다.

아.. 나 차였구나

그녀는 당황하듯 애써 웃더니 내게 말했다.

미안 그냥 친구로 지내자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 왜? 라고 대답 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짝친구는 상황이 안좋다는 걸 느꼈는지 나타나선 그녀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던 그녀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날개가 꺽인 걸까

한동안 그 자리를 벗어나질 못했다.

아 차인게 이런거구나

버스를 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집까지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울면서…

미친듯이 울었다.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 기억조차 안난다.

차라리 고백하지 말았더라면
학교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난 패배자

학교의 일상생활은 변함없이 흘러갔다.
허나 그녀는 이제 내게 웃어주지 않는다.
말도 걸어주지 않았고 내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욕심부리지 않았더라면

천사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나는

나는 그때가 되서야 거울앞에 내 진짜 모습이 보이게 되었다.

추한 나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