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

  양성 간의 노동 분업은 여성이 그 사회에서 가지는 지위와는 완전히 다른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을 여성이 해야만하는 종족의 경우는 종종 우리 유럽인보다 여성에 대해 훨씬 더 진정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겉으로는 커다란 존경을 받지만 실제로는 전혀 노동을 하지 않는 문명 시대의 귀부인은 힘든 노동을 하는 미개 시대 여성보다 사회적 지위가 매우 낮다.

  그러므로 부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 내에서 남편이 아내보다 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한편, 강화된 지위를 이용해 관습상의 상속 순위를 자식들에게 유리하게 완전히 바꾸려는 욕망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모권에 따른 혈통이 이어지는 한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모권제가 폐기되어야만 했고, 결국 폐기되었다.

  일부일처제는 결코 개인적인 성애의 결과가 아니었으며, 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왜냐하면 결혼은 언제나 정략 결혼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는 자연적 조건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에 기초한 것으로, 특히 자연적으로 성장한 원시적 공동 소유에 대한 사적 소유의 승리에 기반한 최초의 가족 형태였다.

  그러므로 단혼은 결코 남자와 여자의 화합으로서 역사에 등장한 것이 아니며, 화합의 최고 형태로 나타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단혼은 한 성에 의한 다른 성의 억압으로, 선사 시대 전체에 걸쳐 그때까지 나타난 적이 없던 양성 간의 충돌 선언이다. 1846년에 마르크스와 내가 작업한 미간행 원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최초의 노동 분업은 아이를 낳기 위한 남성과 여성의 분업이다." 이제 나는 다음을 덧붙일 수 있다. 즉 역사에 나타난 최초의 계급 대립은 단혼에서 남편과 아내의 적대의 발전과 일치하고, 최초의 계급 억압은 남성에 의한 여성 억압과 일치한다.

  난교는 현실적으로 허용되고 특히 지배 계급에 의해 능란하게 이용되며 말로만 비난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자들에게 이러한 비난을 하지 않고 오로지 여자들만 비난한다. 이는 그 여성을 배척하고 추방하면서, 다시금 여성에 대한 남성의 무조건적인 지배를 사회의 기본 법칙으로 선포하는 일이다.

  단혼과 더불어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두 명의 사회적 인물이 고정적으로 등장하는데, 아내의 상시적인 정부와 배신당한 남편이다. 남자는 여자에 대해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승리의 왕관을 쓰는 일은 대담하게도 패배자가 넘겨받았다. 단혼이나 난교와 함께 간통도 필수적인 사회제도가 되었다ㅡ이것은 금지하고 가혹하게 처벌하더라도 근절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의 확실한 아버지라는 것은 언제나 기껏해야 도덕적 믿음에 입각했으며, 이 해결되기 어려운 모순을 풀기 위해서 나폴레옹 법전 제312조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혼인 중에 수태된 아이의 아버지는 남편이다.

  인간이면 당연히 가지는 정열로서, 그리고 성적 충동의 최고 형태ㅡ이것이야말로 성애의 독특한 특성을 이룬다ㅡ로서 역사상 최초로 나타난 성애의 형태는 중세 기사의 사랑인데, 이것은 결코 결혼한 부부 간의 사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다. 이것의 고전적 형태인 프로방스인의 경우를 보면, 이 사랑은 철저히 간통의 면모를 보이고 연애시인들은 이런 간통을 찬미한다.

  많은 쌍의 부부와 그 자식들을 포괄하던 원시 공산주의적 세대에서 아내들이 가사를 돌보는 일은 남편들이 식량을 조달하는 일과 똑같이 공적인, 즉 사회적으로 필요한 산업이었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가족의 등장과 함께, 더욱이 일부일처제 개별 가족의 등장과 함께 상황은 변했다. 가사를 돌보는 일은 공적 성격을 잃어버렸다. 그것은 더 이상 사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되었고, <사적인 일>이 되었다. 아내는 사회적 생산에 대한 참여에서 배제된 우두머리 하녀가 되었다.

  현대의 대공업이 비로소 여성에게ㅡ그것도 오직 프롤레타리아트 여성에게만ㅡ사회적 생산으로의 길을 다시 열어주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녀가 가족에 대한 사적인 노동의 의무만을 한다면, 그녀는 공적 생산에서 배제되어 아무런 벌이도 하지 못하게 된다. 만일 그녀가 공적인 산업에 참여해 독립적인 벌이를 하고자 한다면, 그녀는 가정에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여성 해방의 전제 조건은 모든 여성이 공적 산업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경제적 단위라는 개별 가족의 성격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점이 명백해질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혼인에는 일반적으로 인류 발전의 세 가지 주요 단계에 상응하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야만 시대에는 군혼, 미개 시대에는 대우혼, 문명 시대에는 간통과 매춘으로 보완되는 일부일처제가 그러하다. 대우혼과 일부일처제 사이에 있는 미개의 높은 단계에서, 여자 노예에 대한 남자의 지배와 일부다처제가 끼어든다.

  대우혼의 경우에도 통상적으로 어머니가 자식들간의 결혼을 정했고, 새로운 친족 유대를 통해 젊은 부부의 지위가 씨족과 부족 내에서 좀 더 강화될 수 있는가가 결정적인 고려 사항이었다. 그리고 사적 소유가 공동 소유를 압도하게 되면서 상속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 부권제와 일부일처제가 지배하게 되었을 때, 결혼은 확실히 경제적인 요소에 좌우되었다. 매매혼의 형식은 사라지지만, 실제로는 더욱 강력하게 관철되어서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가격ㅡ인품이 아니라 재산에 따라서ㅡ을 갖게 된다. 당사자 간의 호감이 결혼의 기초가 되는 것은 지배 계급의 관행에서는 애당초 있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것들은 기껏해야 낭만주의 문학이나 하잘것없는 피억압 계급에나 존재했다.

  그런데 다른 모든 계약에서는 진정한 결정의 자유가 요구되었는데, 왜 결혼 계약에는 이것이 요구되지 않았는가?

  개인의 자유로운 권리가 교회와 종교의 영역으로도 거침없이 뚫고 들어가는 터에, 어떻게 젊은 세대의 육체와 영혼, 재산, 행운과 불행을 마음대로 하려는 구세대의 참을 수 없는 요구 앞에서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수 있었는가?

  지배 계급은 여전히 앞서 말한 경제적 영향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그저 예외적인 경우에나 자유로운 결혼을 하지만, 피지배 계급의 경우에는 이미 보았듯이 이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결혼의 완전한 자유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이를 통해 형성된 소유 관계, 예컨데 오늘날 아직도 배우자 선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부차적인 경제적 동기가 제거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보편적으로 실해될 수 있다. 그러면 상호간의 애정 외에 다른 어떤 동기도 남지 않게 된다.

  결혼에 있어서 남자의 지배는 경제적 지배의 결과일 뿐이며, 남자의 경제적 지배가 소멸되면 남자의 지배도 자연히 소멸된다.

  과연 무엇이 새로 나타날 것인가? 그것은 새로운 세대가 성장했을 때 결정될 것이다. 그 세대는 평생 돈이나 사회적인 권력 수단으로 여자의 몸을 사는 경우가 없을 남자들과, 진정한 사랑 이외의 다른 이유로 남자에게 몸을 맡기거나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거절하는 적이 평생 한 번도 없게 될 여자들의 세대다. 이런 사람들이 생겨났을 때, 이들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그들이 해야만 한다고 믿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행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실천을 스스로 만들 것이고, 이에 그거해 각 개인의 실천에 대한 여론을 스스로 만들 것이다ㅡ이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