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천아,뭐 하니?"
후다닥!
나는 쓰던 일기장을 재빨리 덮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노트인것이다
옥구슬이 굴러가듯 다정하게 내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은 22세의 상큼한 나이인 내 큰누님, 효경이다
흑단같은 생머리는 길게 묶어 찰랑거리고 갸름한 얼굴에 항상 미소 짓느 ㄴ입, 오뚝한 코와 반달 같은 눈 한마디로 눈에 확 띄는 미모의 소유자다. 더구나 화사한 피부까지 갖게된건 여자들만 배우는 옥화신공 덕분이다. 이걸 모르고 지금까지 큰누님의 저 찬란한 미모에 속아 통한의 눈물을 뿌린 남자가 몇이엇던가.
하긴 지금도 귓골목을 걸을 때면 누님에게 실연당한 남자들의 서러운통곡소리가 들리곤한다.
대채 누님의 어떤 점이 좋은 걸까
"어라? 뭘 숨기는 걸까?
눈치 빠른 누나는 등 뒤에 감춘 내 일기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노트"
"그냥노트라고? 그런데 왜 숨길까? 수상한 냄새가 나는걸?
누나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렷다
"험험! 남자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는 법이야"
"네가 남자라고? 호호 십 년은 이른 소리다. 허튼 소리 말고 그거 이리 줘바 뭔지 검사해보게 어? 안줘?
"누나 ! 내 몸에 손끝 하나 댔다간봐 그냥 콱 엎어져서 얼굴을 맨바닥에 갈아버릴꺼야!"
"흡!너..."
내 협박에 놀란 누나가 슬며시 손을 내렸다.
치사하다고?
치사하다 해도 어쩔수 없다. 맞지 않기 위해선 어쩔수 없으니까.
물론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앗다
워래 6살때까지는 누님들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엇다.
큰누나인 효경이 누나밑으로 줄줄이 연년생으로 네명이 있어서 내가 밖에서초등학생 형들에게 맞고들어오는날이면 누나들은 씩씩 어깨를 들썩이며 집을 나섰다 그렇게나간누나들은 속이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그 결과는 항상 저녘 무렵이면 확인되곤 했다.
탕!탕!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면 어김없ㅇ ㅣ나를 때렷던 6학년 형들의 눈에 싶런 멍이들어 대문앞에서잇곤햇다 그 형들은 부모들의 손에 이끌려서 우리 집까지 온것이다
"내 자식 얼굴을 이렇게 만든 놈이 누구요!나오라고하쇼!"
화가 무지하게 난 그부모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따지고 들엇다. 전후사정따지징낳고 오로지 자신의 자식이 맞앗다는것에 분노를 터뜨렷다.
그에 반해 어머니는 너무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우면 고개부터 숙이고 봣다. 죄송하다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럴수록 그들은 기고만장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모습이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엄마 아냐 저 형들이 먼저 날 때렷어 내가 맞앗단 말이야!"
그럴 때면 난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움켜잡고 엉엉 울었다. 채 철도 들지 않았을 나이건만 어머니가 다른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는건 정말 싫었다.
"당신들 뭐에요? 뭔데 남의 집에 와서 소란이에요!"
뒤늦게 큰 소리가 나는것을듣고 효경이 누나가 앞장서고 그 뒤로 나머지 누나들이 줄줄이 달려왔다.
"하?뭐야?당신들?요 조막만 한 게 어디다 대고 당신들이야?아직 어린것들이!허이구,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누굴노려봐? 하여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엄마라는 사람이 이러니 딸년도 저모양이지"
그들은 곱지 않은 눈으로 누나들을 위아래로 훑어보앗다. 하지만 누나들은 어른과 맞서면서도 당당함을 잃지않앗다 그리고 누나들 선두에 선 효경이 누나가 한마디로 쏘아붙엿다.
"그러는 당신들은 먼저 남의 지에서 목소리 안높였어요? 윗물 아랫물 따질 입장이 아닌것같은데요? 그리고 우리엄마가 무슨죄가잇다고 이러는거에요? 내가때렷어요 당신들의 잘난 자식들을 내가때렷단 말이에요. 그러니 나에게 따져요 우리엄마에게 소리치지 말고 나에게 따지란 말이에요!"
뭐라고?네가 때렷단 말이니?"
초등학교 4학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애가 6학년 남학생을 그꼴로 팼다는 사실에 부모님들은 순간 어리둥정해했다. 효경이 누나는 얼굴도 예쁜 데다가 어느 구석을 봐도 남자애들을 때릴것같이 생기지 않았엇다.
그들은 누나의 말이 의심스러운 듯 자신들의 자식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형들은 효경이 누나가 나타난 순간부터 고개도 들지못하고 있었다.
물어볼 필요도 없엇다.
"봣죠? 내가 때린것 맞아요. 하지만 쟤들이 유치원도 다니지 않는 내 동생을 대려 어쩔수 없이 혼을 내준거에요
"그런다고 눈을 저렇게 만들면 쓰니?"
"아저씨!남자가 일대일로 싸우면서 몽둥이를 들고 덤비는데 참아요?"
기가막힌 소리엿다.
여자애를 상대로 일대일로 싸우는게 힘들어서 몽둥이까지 들고 싸웟다는데 저꼴이 됐다니 창피해서라도 할말이 없었던 것이다.
"저 여자애 말이 정말이냐?"
"예'''''너무 싸움을 잘해요"
형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들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에게 맞앗다면 어떻게 해보겟지만 나이어린 여자애한테 맞앗다니 미치고 팔짝 뛸 표정이었다.
고작 저렇게 어린 여자애가 싸움을 잘하면 얼마나 잘하겟는가. 불알달린 남자가 자존심도 없어 얻어터지기나 했으니 말이다.
"가자! 집안 망신 다 시키는구나:.
사정을 알게 된 형들의 부모들은 가슴을 치며 돌아갓다. 어머니는 그들을 문밖까지 배웅햇다.
"치료는 하시고 가세요"
"아닙니다. 제 아들이 먼저 잘못한 거라는데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형들의 부모들은 그래도 양심과 지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막무가내로버티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가.
제 자식의 잘못은 아랑곳하징 ㅏㄶ고 무조건 잘했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부모들과는 격이다른사람들이었다.
"우리집에 타박상에 잘듣는 좋은 약이 잇어요 하루면 부기가 가라앉을것이에요 아무튼 아이들 싸움이지만 죄송하게 됫네요"
"아'''아닙니다"
어머니는 기어코 그들을 붙들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극구 가문의 비전치료약을 발라서 보냇다.
중요한건 그들이 돌아각 ㅗ나서엿다 어머니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얼굴이 경직되갓다.
"너희들은 내방으로 들어오너라"
"예"
그소리에 누나들은 비맞은 참새처럼 어깨가 축늘어져 어머니의 뒤를따라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