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때부터 유독 똥에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뭔 엿같은 더러운소리냐고 할테지만.. 가끔 친구들끼리 술마실때 그것에 대한 얘기를 하곤한다
나의 기억 한켠에 잘 보관되있는.. 더럽지만 그것에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볼까 한다
눈의 피로를 덜기위해서 글자색은 그린으로..



때는 2002년 월드컵시즌
나는 유년체（초등학생）에서 성장체（중학생）로 진화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초딩때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다시한번 같은반이 되길 바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정된 반으로 향했다

아마 내 기억으론 중1때 난 4반인걸로 기억하는데
누가 일부러 나만 떼놓은것인지
그 많은 교실중에 하필 내가있던 4반 교실에는 나랑 친한교우는 한명도없고
그나마 볼때마다 인사만하던 애들이 몇명, 그외에는 모두 모르는애들이었다
나의 친구들은 적어도 두명이상 짝이지어져서 같은반인데 나홀로 외국에 나앉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반에서 새롭게 친구들 사귀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주변을 탐색했다
반 구성원들중에는 몇몇 당시 유명인사들이 많았다
과학상자에 능통한자, 성에 조숙한자, 입담이 뛰어난자, 집안이 부유한자, 잘 나가는자..
등등 초딩때 내로라 하는 소위 네임드 들이었다

나도 초교시절 그렇게 빠지는 스펙은 아니었으나
그것은 학반클래스였을 뿐이고, 그들은 교내 클래스급인 네임드중 네임드였다
이러한 고급네임드들 사이에서 저급네임드 따위가 먹힐리 만무했다

불안해하고있을 무렵, 선생님의 등장과함께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가라앉고
학기초 정식절차인 PR시간이 찾아왔다

네임드들은 스펙에맞게 자신을 PR하기시작했고
그 화려한 언변에 쫄깃해져버린 내 염통은 그만 긴장되있던 항문을 자극해서 그만 실수를 해버렸다

똥을 지린게아니라 그냥 가스만 배출했다
벌써부터 똥이 아냐

지독한 그 향기는 마치 누군가 똥을 지렸다는 명확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담이지만
그때 우리집개 용식이는 내 방귀냄새를맡더니 몇일간 사료를 거부하다가 결국 병원가서 링겔을 맞았다
그게 내 방귀때문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수의사형 말로는 개가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거같았다

무튼, 초딩때부터 소리없이 강한 소나타로 유명했던 나의 가스는 교실 구석구석까지 퍼져갔고
똥을 지린 불쌍한 급우를 감싸야할 중재자로 남아야했던 선생님마저
"누가 똥쌌니" 라며 정색을 하시고는 범인을 색출해나가기 시작했다

"똥싼거 부끄러운거 아니니까 선생님한테만 말해 어서 선생님만 알고있을게"

선생님, 학기초에 똥지린게 부끄러운게 아니라고요
그럼 3년내내 똥싸개 찐따칭호를 달고살아야하는데 부끄러운게 아니라고요
지역 똥싸개로 남아서 고딩때도 똥싸개로 불릴지도 모르는데 부끄러운게 아니라고요

어찌됬든간에 난 똥을 지린게 아니라 가스를 살포했을 뿐이므로 당당했었던걸로 기억한다
또 여담이지만 당시의 나는 낯짝이 상당히 두꺼워서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사기를 잘쳤다
당시 도둑사냥꾼 문방구할매캅이던 모아문구아줌마까지 속일정도여서, 일대에선 유명했다
그렇게 이름을 날리다 결국 그 '유명세'에 덜미가 붙잡혀서
반까지 찾아온 할매캅에게 머리털을 쥐뜯긴적이 있을정도였다
일약하자면 그때의 난 루팡이었다

도둑의 주특기는 포커페이스
나의 주특기는 그 상황에서 여념없이 발휘됬고
주변인들을 속이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가도 냄새가 사그라들지않는것이었다

보통 나의 가스는 2분남짓으로 가장 강력했을때가 전날 옥수수계란고구마감자 등등
대장활동을 활발하게하는 식품을 섭취하고 생성된 숙성가스였는데 그게 최대 5분가량이었다

그런데 나의 최대치를 넘어서서 아침 홈룸시간 내내 그 냄새가 사라지지않는것이었다
홈룸시간이 끝나고 결국은 범인을 찾지못하고 홈룸시간을 끝냈다

홈룸이 끝나고 1교시 2교시 3교시 내내 그 똥냄새가 사라지지않았다
이건 필시 나말고 누군가의 소행이었다

나의 작은 흥미가 냄새의 주인을 찾으라고 명령했고
나는 충실히 본능에 따라 개인적으로 범인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급우들의 표정하나하나 행동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봤다
대부분 냄새에 적응한듯 가끔 '아 냄새..' '토나온다' 등등 감탄사만 연발했고
범인을 찾으려는 의지는 없어보였다
그렇게 4교시까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됬다

범인색출에 몰두하고있던 나를, 나의 패밀리들이 찾아왔다
나의 패밀리들또한 반에 퍼져있는 그 냄새에
'니 또 방귀꼈나' '똥찔갓제! 아 냄새봐라' '아 존1나.. 똥지리고 안닦았나'
등등 나를 질타했고 그 소리에 반 학우들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다급해진 나는 강력히 부인했고 끝내 바지를 벗어서 나의 팬티까지 확인시킨 후에야 누명을 벗을수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우리반놈들이 나를 웃긴놈이라고 생각하고 거리낌없이 대했던거같다

참고로 말하건대 우리는 남녀공학이긴한데 반은 남자반 여자반 건물이 따로있다


절친들과 맛있게 점심을 즐기고 교내 벤치에 앉아서 봄볕을 쬐면서 담소를 나눈뒤 교실로 돌아왔다
역시나 냄새는 아직까지 교실에 짙게 남아있었다
그런데 아직 점심시간이 한참 남아있을텐데 누군가 먼저 교실에 돌아와 앉아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넉살좋게 벌써 밥먹고왔냐고 물어보려고 말을 걸었는데
별 말도 안했는데 리액션이 과하다싶을만큼 오바였고 일부러 대화를 피하려는게 눈에 보였다

날 별로 안좋아하나보다 하고 그냥 돌아서려고 했다

근데


그놈 의자 엉덩이 부분에서

뭔가 갈색에 가까운 노오란 물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치 looks like 눈물처럼

의자 다리를 따라

흘러내려서

고여있었다

많이

웅덩이와 같이



이새끼다
이새끼가 나에게 똥지림을 덮어씌우려했다

솔직히 덮어씌우고 자시고 내가 방귀를 뀐건 사실인데말이다


모함됬었다는 출처없는 분노와 괘씸함에 그놈을 질책하려고 어깨를 잡아챘는데

그 솜털도 다 안간 엣된 두 뺨으로
두줄기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순간 질책하려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몰려드는 측은함

원래 난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 불쌍한 학우를 못본체할수없었다
그 촉촉한 눈망울에 급기야.. 이 불쌍한 중생을 구원해주고자하는 정의감에 불타올랐다

먼저 섣불리 일어서다간 똥이 바지사이로 폭포와같이 흘러내릴수도있으므로
한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옛날에 내가 아주 어릴때
딱 한번 놀이공원갔다가 유령의집에서 너무 놀란 나머지 똥오줌을 지린적이있었는데
그때 기발하게도 오줌은 음료수를 엎었다고 둘러대면 됬다고 생각했고
똥은 흘러내리지않게 팬티의 다리나오는부분을 최대한 꽉 묶어서 흐름방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에는 차에서 냄새때문에 들켜서 엄마한테 뒤지게 맞았지만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팬티를 매우 꽉 묶어주고
교사화장실로 향했다
다행히도 점심시간대의 3층 교사화장실은 텅 비어있었다

그놈을 화장실 대변기칸에 집어넣고 청소용 호스로 빨리 씻으라고 하고
나는 그날 28000원 주고 산 새삥 봄체육복을 그놈한테 빌려줘야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물었을때 내가 라면먹다가 그놈 바지에 엎었다고 너스레를떨어 위기를 모면했다

다행히 아무런 사건사고없이 그날은 마무리가됬고
똥지린놈과는 지금 부랄친구가 됬다

나중에 똥지린 사연을 들었는데
처음에 너무 긴장해서 그날 똥을 못쌌다고 했다
그러다가 홈룸시간에 배가 너무아픈데
'선생님! 저 똥이 너무마려워서 똥좀싸고 오겠습니다'라고할 용기가 없었다고했다

그래서 결국 그냥 꾹 참고있었는데 어디선가 배출의욕구를 촉진하는 냄새가 났다고했다
그래서 자기도모르게 긴장이 풀린나머지 처음에 조금 지렸다는데
그 다음에 '이미 지렸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똥을 거나하게 지렸단다

지금에와서 뭐 할말이냐만
그때 그 냄새는 내가 배출한 가스냄새라고 아직도 말을 못해주고있다
미안해 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