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해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살짝 웃으면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놀라는 해희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슴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당황하는 해희가 앉아 있는 테이블 맞은 편에는 앳 되어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 어려보이는남자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실례지만 옆에 좀 앉을께요~"

"어?? 아..네.."


자리에 앉아 있으니 그 어린 남자는 맞은편에 앉은 해희를 보며 입모양으로 "누구?" 를

말하는 모습을 못 본체 하면서 해희에게 말했다.


"해희야 오래간만이네~"


해희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지 계속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테이블 위를 보니 내가 오기 전에 소주 한 병을 비웠는지 빈병 하나랑 반 정도 들어있는 소주병이 보였다.

테이블 위를 살피던 중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날 보던 해희가 말했다.


"정말 승훈이 오빠 맞어?"

"응..맞어..."

"목소리 들으니깐 맞는 거 같은데....어떻게 된거야?"


웃으면서 특유의 너스레로 말했다.


"뭐가 어떻게 돼? 지방에 출장을 다녀왔을 뿐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살이 왜이리 빠졌어?"

해희에게 그 동안 살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눈 웃음을 보이며 말을 했다.


"지방 출장을 걸어서 갔다 오니 살이 이렇게 빠졌더라구~"

"아..진짜 남자처럼 보이네.."


해희의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남자처럼 보인다는 말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럼 여태 가짜 남자였냐~~"

"아니 그게 아니라..."


간만에 봐서 그런지 아님 달라진 내 모습을 봐서 그런지 예전처럼 날 막대하는 그런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해희는 옆에 앉아 있는 남자 애랑 인사를 시켜주었다.

그 남자랑 간단하게 인사 한 후에 테이블에 양 손으로 턱을 괴며 빙긋 웃으며 해희를 보며 또 다시 웃었다.



"옆에 이 분이 새로운 남자 친구야?"

"아...니...그런..거..는 아니고.."

"아까 남자 친구라며.."

"그냥 아는 동생이야..."



그러자 내 옆에 있던 남자애가 벌떡 일어서더니 해희의 옆자리로 가서 해희의 손을 잡으며 나에게 말했다.


"누나랑 저 사귀는 사이 맞아요~~~"

"누나???"

"네~ 제가 누나보다 2살 어리거든요~~~"


-나 없는 사이에 역시나 아니 당연히 남자를 만나고 있었네..-

-혹시나 하고 만나는 남자가 없으면 약간이나마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던 내가 미친놈이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해희를 쳐다봤고, 그 씁쓸한 미소를 아는지 모르는지 해희는 처음 봤을 때 부터

내 얼굴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못 본 사이에 해희가 연하도 다 만나고 능력 좋네~"



이 말에 갑자기 해희가 당황을 했는지 남자 애의 손을 뿌리치며 큰소리로 말했다.



"아니라니깐~!!"


해희의 화들짝 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모르는 척을 하며 다시 물었다.


"?????? 그럼 둘 사이가 뭔데??"

"그냥 요즘 만나는 사람이긴 한데...아직 사귀는 건 아니고 그냥 알아 가는 아는 동생이야~"



이 말을 들은 옆의 남자가 말했다.



"누나~ 그게 사귀는 거예요~"


옆에 앉은 어린 남자가 말을하자 해희는 내 눈치를 살짝 살핀 후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냥 술이나 한잔 하..자"



그러고는 종업원을 불러 술 잔 하나를 더 시키고는 해희가 내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진짜 간만에 해희가 따라 주는 술을 마시네..."



해희와 나랑 이야기 하는 것이 못 마땅한지 그 남자애가 해희를 보고 말했다.


"아까 누나가 말한 돼지 새끼가 이 남자야??"



해희는 내 눈치를 살피며 언제 그런 말 했다는 듯이 깜짝 놀라며 나에게 손사레를 치며

그 남자애를 보고 말했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해희가 나를 보며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 나도 아까 다 들었는데...진짜 고작 내가 살 빠진 것 때문에 네가 이렇게 바뀐거야?-



아까는 전화기 너머로 들어도 상관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더니 이제는 아니라고 말하는 해희를

보니 너무나 가증스러웠다.


남자애는 뭐가 신경질이 났는지 집에 간다며 우리 둘을 남기고 인사도 하지 않고 술집에서 나갔다.


그 어린 남자가 술집을 나가자 해희의 모습은 약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에서 크게 틀어 놓은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해희와 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해희가 먼저 말했다.



"아직 그 때 그 여자애 만나?"

"누구??"

"니가..아니 오빠가 업고 집까지 바래다 줬던.."

"아..사귀는건 아닌데 오늘 만나긴했어.."

"사귀는건 아니라구?"

"응.."

"그러면 그 동안 뭐하고 지낸건데? 진짜 지방에 1년 가까이 동안 출장 간 거야?"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그날 오빠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말해 놓고 신경이 쓰여서 다음 날 전화 했더니 없는 번호라기에.."

"응?? 라기에..?"

"나에게 생각해보라고 그래 놓고선 완전히 끝나는 줄 알았어.."


- 응~!! 당연히 완전히 끝이지!!-


하지만 아직 해희에게 마음이 있다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며 해희에게 장난이 치고 싶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조용히 해희에게 물었다.


"그래 지금은 생각해 봤어?"

"뭘??"

"생각하는 시간 가지자고 말했었잖아.."

"오빠는?"

"예전에 날 막대하던 너라면 내 대답은 노야..."


해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내가 언제 막대했다고 그래.."

"서로 맞춰가며 다시 만날수 있겠어?"


처음 보는 듯 한 해희의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응..노력해 볼께.."


심각하게 말하는 해희를 보고 놀리 듯 말했다.


"응 노력해!! 내가 마음이 약간이나마 바뀔 수 있게~"

"??"



괜히 옛 생각이 나니 더 심술이 나서 멍하게 있는 해희에게 더욱더 얄밉게 말했다.


"너 나 많이 안 좋아하잖어~~~"

"쫌~!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줄래~!! 안 좋아하면 내가 왜 너를 만났겠냐~"

"봐 지금도 오빠가 아니고 너라잖어~ 1살차이도 오빠는 오빠 아니가~"

"몰라~!!"

"그건 그렇고 나 좋아하긴 했어~?"

"당연하지~!!"


괜히 해희를 더 많이 놀려 주고 싶었다.


"내가 사준 선물들이 좋았던 건 아니고?"

"야!!!!!!!"


이 말에 예전의 성격이 나오는듯 해희가 앞에 있는 술잔을 나에게 던졌다.

내 오른쪽 귀로 날라가는데 마치 매트릭스의 총알 피하 듯 고개를 뒷쪽으로 제껴서 피했다.


"됐다고!! 그냥 가라고!!"

"그냥 꺼지라고??"

"그래 그냥 꺼져라!! 다신 연락하지마!!"


해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오케바리~~!!"



해희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한 후 바로 대답하는 내 모습을 보고서는 화가 잔득 난 표정으로

술집문을 나서서 나갔다.


나가면서 내가 따라오기를 바랬는지 천천히 걸으면서 한 번 뒤돌아 봤다.

그러나 내가 잘가라는 뜻으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더니 끓어 오르는 분을 못이긴 듯 씩씩 거리며 나갔다.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보내기도 안타까웠지만, 방금 전 성격을 보아하니

다시 만나더라도 예전처럼 될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하며 술집 밖을 나서려는데

역시나 술값을 계산을 하지 않았다.


-역시나...-

-그래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지나가 버린 마지막 생일 선물이다~~-



나오면서 몇 시쯤 됐는가 시계를 봤더니 부재 중 전화 3통과 문자 한 통이 들어와 있었다.

해희랑 만난 술집이 너무 시끄러워서 전화 벨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친구에게 한 통의 전화와 시은이에게 두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아마도 친구가 시은이에게 내 전화번호를 가르켜 준 듯했다.


그리고 문자는 보람이의 문자였다.


『오늘 보람있네요^^ 곰인형도 받고..조심히 들어가요』



-그래.. 나한테 호감있어하는 보람이나 어떻게 해봐야겠다..-



보람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오늘은 작은 곰인형이지만 다음에는 보람씨 만한 곰인형 사 줄께요.（성시경버젼） 잘자요~ 』


이렇게 문자를 보냈더니 보람이에게 바로 문자가 왔다.


『성시경 ㅋㅋㅋㅋㅋㅋ 육성으로 터졌어요~ 』


- 보람이 생각보다 귀엽네.. 된장만 아니면 어떻게 잘 해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