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에는 해희와 시은이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연락이 없으니 마음이 더 편해...앞으로 내 과거를 아는 너희들은 이젠 안녕이다..-


그리고 혹시나 후에라도 연락이 올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해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신호가 몇 번 가더니 전화 도중에 종료 버튼을 누르는 듯 그냥 끊기는 것 이였다.


-마지막이니깐 전화 좀 받아라..-


다시 전화를 했더니 또 그냥 꺼졌다.

또 전화했다.

계속적인 전화에 질렸는지 이제는 전화는 받았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느낌상 해희는 계속 휴대폰을 들고 있는 느낌이 들어 조용히 말했다.


"어제 내가 많이 예민해진 것 같아서 미안해.."


예전처럼 숙이고 들어가는 줄 알고 해희는 신경질적으로 대꾸를 했다.


"내가 전화 하지 말라고 그랬지!!"


해희의 짜증에 이제는 이런 모습에 해방 될 거란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당분간 전화 안할 거야~"


사과를 할 줄 알았던 내가 오히려 웃으면서 연락을 안 한다고 하니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듯 했지만

해희도 오기로 말하는 듯 큰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래 잘됐네!!"


이 말을 하고서는 또 전화를 끊었다.


-말도 안 끝났는데..전화를 끊네..이런 사가지..-


그리고 나도 오기가 생겨 다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자 말자 해희는 또 짜증을 내며 말했다.


"왜 자꾸 전화를 하는데!!"

"이제 전화 안 한다니깐..한마디만 할려고~~"


그녀는 이제는 내가 사과하는 줄 알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나 1년 동안 지방에 출장을 가기로 했어"


물론 지방 출장 그런 거는 없이 오직 다이어트만 할 것이었지만, 해희의 반응을 지켜보려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해희는 예상과 다른 사과가 아닌 출장을 간다는 말에 또 흥분을 됐는지 짜증을 냈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1년 동안 지방 출장에 가 있는 동안 우리 생각하는 시간 좀 가지자.."

"그러던지!!"

"그 동안 다른 남자 만나서 사귀고 있다면 어쩔 수 없고 생각을 가지는 동안 내가 싫어도 어쩔 수 없고"


그녀가 나의 말에 약간 피씩 거리며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뭐야?? 참 너그롭다 너그로워~ 이제 니 몸에서 사리 같은게 나오겠네~~~"


비아냥거리는 그녀의 말에 나도 비아냥 거렸다.


"그럼 그 동안 즐거웠고..다음 달 니 생일 잘 보내~ 생각나면 택배로 선물이나 하나 보내줄께~"


나의 퉁명스런 말에 그녀는 여전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랄하네~! 니가 얼마나 나 없이.."


그리고 이제는 내가 해희가 말하는 중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

가슴에서 왠지 통쾌한 전율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은이에게도 미안하지만 마무리를 지으려 전화를 했다.

내 번호를 보고 전화를 받았는지 밝은 시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너무 밝게 말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빤데.."


걱정이 되는 듯 한 목소리로 시은이는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아~ 오빠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응..."


그리고 시은이가 조심스레 나에게 물었다.



"어제 그 언니 저 보내고 만나셨어요?"

"아니..그냥 집에 들어갔어..."



내 대답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갑자기 밝아진 목소리 톤으로 시은이가 말했다



"정말여~~~~~?"

"응.."

"어제 그 언니 무섭던데...앞으로 만나지 마세요~"

"그래...안 만날 것 같애.."


만나지 않겠다는 말에 시은이는 아무 말도 없이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약간의 정적 후에 시은이가 말했다.



"그럼 저랑 만나시면 되겠네요~ 오빠~"



시은이가 용기를 내서 말한 듯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들려왔고, 시은이 나름대로 농담으로 말한 척 하는

진담인 것 같았다.


하지만 시은이를 계속 만나게 되면 다이어트는 영영 못할 것 같아 그냥 해희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했다.


"글쎄...오빤 당분간 출장 갈 것 같애.."


약간 이상하다는 투로 시은이가 말했다.


"출장 갔다 오면 만나면 되잖아요~"


시은이는 계속 나를 만나고 싶다는 그런 뉘앙스로 말했기에 너무 미안해 말을 조금 더듬었다.


"1년 동안 출..장을 가거든..거의 타..지역 발령이지.."


시은이의 힘없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어디로.. 가는데요..?"

"그냥 먼데로.."

"오빠 올 때까지 기다리면 저랑 만나시는 거예요?"

"그 때 보고..나에게 자신감이 생기면 다시 생각하게.."

"자신감?? 무슨 말이죠?"

"그런 게..있어.."

"자주 전화해도 되져?"

"그래..."



그렇게 아쉬워하고 속상해 하는 듯 한 시은이의 목소리를 뒤로 한 체 전화를 끊었다.


-그래 나도 이제 정말 살 빼고 신나게 놀아보자..-

- 남자들을 대표해 된장녀들은 내가 전부 다 내가 가지고 놀아줄께...-


그리고 바로 통신사에 찾아가서 전화번호를 바꾸었다.


부모님과 회사 동료 친한 친구 몇 명에게만 바뀐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를 악물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다.


평소에는 7시에 기상을 하던 내가 이제는 5시30분에 일어나서 1시간 30분을 유산소 운동을 했고,

그리고 퇴근하면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 전 1시간 정도 러닝머신을 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기를 매일 거르지 않고 했다.

그렇게 1달이 지나고 3달이 지났다.


살이 빠질수록 거울을 볼 때마다 예전에 꿈에 그리던 그 모습의 윤각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살 빼는 중에 출근과 퇴근을 할 때 누군가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살이 빠져 기가 약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중 우연찮게

시은이가 나를 멀리서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은이는 처음부터 내가 출장을 간다고 말했을 때부터 거짓말인 것을 알고 있었구나..-

-그래도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고 멀리서 나를 지켜봐 준 건가??-


그러나 아직까지 그 누구도 만날 생각이 없어 운동에만 전념을 했다.

예상보다 빨리 8개월 만에 37키로가 빠졌다.


허리 36인치가 30~32인치 입어도 될 만큼 빠졌고, 턱 주위의 살들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갸름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살을 빼던 중에 회사에서도 다이어트에 관심 있던 여직원들이 몰라보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예전에는 그렇게 날 동물 보듯 보더니..-


어느 날 회사 내에서 된장녀라고 남자들에게 소문이 자자한 총무 팀의 여직원이 점심시간에 내 옆에 앉았다.

고개를 돌려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할 때 그 여직원의 목에 있는 묵직한 금목걸이가 눈이 띄었다.


-어디서 된장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그 때 콧소리를 내며 그 여직원이 말을 걸었다.


"강대리님~"

"네?"

"요즘 다이어트 열심히 하시나 봐요?"

"그냥,,조금 해요."

"그냥 조금 하는데 이렇게 빠지셨데?? 예전에는 이렇게 멋진 분인 걸 몰랐는데~~"

"아 그래요?"


-그래 니가 나의 첫 번째 목표다..-


이렇게 목표를 혼자서 정하고 그녀를 쳐다보며 빙긋이 웃어 주었다.

내 의중은 전혀 모르는 그녀가 내 팔뚝을 은근슬쩍 스킨십을 하면서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살을 많이 빼셨어요? 비결이 뭐죠?"

"그냥..적게 먹고 달리면 빠져요~~"


이 말이 그리 재미있는지 그 여직원은 입을 막고 크게 웃었다.


-김지미 너 지금 나에게 꼬리치는 거 다 알거든..-


하지만 전혀 몰랐는 것처럼 그녀에게 이름을 물었다.


"저 총무 쪽에서 자주 뵌 것 같은데 이름이??"

"너무 하신 거 아녜요? 치~ 제 이름도 모르시고~"


-알지! 된장녀 김지미라는 거 울 회사 남자라면 다 널 알 걸??-


삐친척하는 그녀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제는 기억 할 테니 이름이??"

"치~ 김지미예요~ "

"아~~~~ 지미씨..맞다~~ 지미씨였지??"


이렇게 너스레를 떨고 다시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지미씨 저녁에 살 빼는 진짜 비법 가르쳐 드릴 테니 술이나 한 잔 할래요?"


지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강대리님이 술을 사셔야 해요~"

"당연하죠~ 이렇게 미인에게 술을 대접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긴장이 되네요~"


나의 농담이 재미있는지 지미는 아주 즐겁게 웃었다.


"좋아요~ 꼭 다이어트 비법 가르쳐 주셔야 해요~"


저녁에 퇴근 후에 회사 앞에 서 있으니 루이비똥 가방을 맨 지미가 나에게 다가오며 손을 흔들었다.

어색하게 웃어 보여주자 지미는 내 팔짱을 자연스레 끼었고, 회사 근처의 깔끔한 갈치 정식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 칭찬으로 그녀를 띄워 주었다.


식당에서 나와 분위기가 약간 어둠침침한 바에서 지미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녀에게 칭찬과 우스개 이야기로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지미가 나에게 물었다.


"강대리님 장가 안 가세요?"

"곧 가야죠~"

"애인은 있으세요?"


애인이 있냐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지미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곧 생기겠죠."


지미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 후 마른침을 삼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긴장을 하고 있는 그 녀의 턱을 손으로 살며시 잡고 내가 앉아 있는 방향으로 돌리고 키스를 하려는

그런 포즈로 말했다.


"바로 앞에 앉아있네요.."


내 말에 눈을 살며시 감은 지미가 갑자기 눈을 뜨며 내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손을 가볍게

내리게 하며 웃어 보였다.


"에이 농담도 잘하셔~"


지미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진짜..농담 이라 생각해요?"

"강대리..님.."


약간 올라온 취기와 나름 감미로운 분위기에 취한 듯 지미는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


- 외모만 달라졌을 뿐인데..왜 이렇게 여자들이 다른 시각으로 보는 거지..왜!왜!!-


나를 대하는 행동들이 달라지니 괜히 화가 났다. 그러나 화가 난 표정을 애써 감추며 지미의

왼쪽 귀에 살며시 입바람을 살짝 불어 넣으며 조용히 말했다.


"농담 이예요~~"


약간 당황해 하는 그녀의 표정은 아쉬운지 다행인지 모를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미소를 머금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참~! 낮에 다이어트 비법 가르쳐 준다면서요~"

"그럼 상세히 가르쳐 드릴 테니 날 잘 봐요~"



그러자 그 지미는 내 얼굴을 보고 긴장을 했는지 자기 옆에 있는 가방을 손으로 꼭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농담을 했다.


"저 그 가방 안 훔쳐 갈 테니 힘 푸세요~"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가방을 쥔 손을 놓으며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그 때 나는 그 여직원에게 몸을 밀착 시키며 귀에 다이어트 비법을 말하는 척 하면서

그녀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가 대었다.


흠칫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정면에서 볼 때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처음에는 눈을 찔끔 감은 채 입술에 힘을 주더니 집요하게 키스를 하자 그녀의 입술에 힘이 빠졌다.


1분정도 키스 후에 그녀에게 다시 귓속말로 말했다.


"키스 1분은 7칼로리 소비랍니다~^^ 시속 6km 걷는 거랑 같은 효과죠~~""

"네???"

"비법 가르쳐 달라면서요.."

"아 네..."



그녀는 나의 갑작스런 키스에 심하게 놀란 듯 심장의 두근거림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키스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게 있긴 한데.."

"네..? 뭐가여?"

"다이어트요.."

"아..네.."


그녀는 급작스런 키스에 정신을 못 차리는 듯 어리둥절해 있었고, 앞에 놓인 맥주를 들어 그녀에게

건네주며 건배를 청했다.

얼떨결에 그녀는 나와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셨고, 맥주잔을 내려놓을 때 다시 내가 말했다.


"더 효과 좋은 다이어트는 둘이서 같이 하는 건데~ 누워서 해야 되거든요~"

"네??"

"저랑 같이 지금 다이어트 하러 갈래요?"


이 말에 그녀는 알고 있다는 듯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미와 나는 같이 인근의 모텔로 향했다.


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