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스친건
제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였습니다.
평소 공부와 담을 쌓은 저는 같이 쌓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녔죠
공부와는 담을 쌓아도 평소에 책을 좋아하던 저는 친구 두명과 도서관을 가게됩니다.
같은 공기 같은 햇살 같은 풍경 평소 다른 일상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책을 빌린후에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저쪽에서 걸어오는 여학생 그리고 제 친구가 서로 인사를 하더라구요
해가 산마루 턱에 걸친 터라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때 처음 그녀와 스쳤습니다.

제 친구중 집이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큰형은 군대를 가서
집이 늦은 저녁이 되지 않은 이상 집은 항상 비어있습니다.
늘 그 빈자리들을 저와 친구들이 채웠죠ㅋㅋㅋㅋ
남고를 다니는 저는 사춘기 시절이고 항상 여자사람에 대해서 궁금해 있었습니다.
평소 소심한 성격이라 길가는 여학생들 얼굴도 못처다보고
그저 인터넷 상에서 사진을 보면서 히히덕덕 거리는
일명 키보드 워리어 였습니다.
그러던중 친구의 아이디로 미니홈피를 뒤적 거리다가
어느 홈피에 멈춰서 사진을 보고 반하게 됩니다.

"야야야 누구냐?"
"저번에 도서관에서 인사했잖아"
"아 진짜? 난 본적 없는데"
"ㅋㅋㅋ 무용하는 애야"

무용을 한답니다.
헐.. 이 미모에 무용까지 한답니다.
어느 남자가 봐도 반할만 합니다.
미모에.. 몸매 까지 갖춘..
그저.. 개인적으로 소유 하고 싶은..
저는 무엇에 홀린냥 사진첩에 있는 사진을 다 찾아 보고
변태같이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습니다.
평소 자격지심으로 가득 차 있는 저는
마음속으로 '이런 애는 주위에 남자도 많겠지.. 나같은 놈은 봐주기나 할까.. 한번만 사귀고 싶다 으허헝..ㅜㅜ'
하지만 저는 친구들 앞에만 서면 아가리 파이터인지라
"야 얘는 내꺼야"
그렇죠.. 주어 담질 못할 말을 막합니다 심하게요
"이제 너희들 제수씨야 인사해"
당사자는 모르는데 그땐 괜히 나 혼자 신명나서 그렇게 진상,꼴깝을 떨었는지..ㅋㅋㅋ
항상 저는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렇게 수능이 지나가고 대학 실기 시험..
어떻게 보는 실기시험마다 다 떨어질까요
저는 작곡과를 준비하는 입시생이였습니다
평소 공부와 담을 쌓은 친구들은 대학교도 아닌 대학도 아닌
요리학교나 미용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사실 공부쪽 보다는 예체능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였죠
이젠 저 혼자 외로이 재수를 준비했어요
저는 긍적적인 마인드로 '이건 신께서 주신 첫번째 시련일 것 이다'라는 생각으로
아주 happy하게 재수를 준비합니다
고등학교는 졸업했어도
아직 어린티는 벗지 못 한 거죠
고등학교도 졸업했겠다 실기시험도 꽤 남았겠다
저는 실컷 놀 생각이 였습니다 （다시 언급 드리지만 재수를 happy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주위에 친구들은 평소 만나던 친구들 뿐이고
그 친구들 마저 학교에 입학하면서 그쪽 친구들과 노니까
남은건 저 혼자 뿐이더라구요

마음이 쎄~ 하더라고요
공허한 가을 하늘 아래 앙상한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마지막 낙엽이 인사도없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나뭇가지에 잎은 다시 자라지요
얼마 못가서 학교 생활에 질린 친구들은 다시 제곁에 돌아옵니다
제 평생 마인드는 '노는게 남는 것 이다'
술도 많이 먹고 새벽을 넘기는건 당연지사
그래도 가끔씩 친구들이 내가 아직 못 간 학교 얘기를 꺼낼때면
그냥 멀뚱멀뚱 얘기만 듣는 저였습니다
어느 순간 대학이라는 타이틀은 저에게 넘사벽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주 놀러가는 친구네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도중
무언가에 이끌려 다시 그녀의 미니홈피를 들어가게 됩니다.
뭐.. 이끌린건 저희 흑심이겠지요
그때는 무슨 깡이였는지（그게 무슨 깡까지 필요하나 싶은 분들도 계시겠는데 전.. 엄청 소심합니다）
냅다 일촌신청을 합니다.
일촌신청 내용에는
'무용을 하신다니.. 저도 같은 예체능에서 종사하는데.. 팬입니다..'
저는 어느 순간 팬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실은 갑작스러운 일촌 신청에 당황할껏 같은 그녀의 반응에
내 나름대로 계획한 대처였습니다
일촌명이 작성자（일촌） 그녀（팬） 이였나 *-_-*

그리고 다음날 고모가 운영하시는 펜션으로 가족들과 지방으로 여행을 갑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흐릿한 바깥풍경을 보며 '일촌 신청을 했을까.. 거절했으면 어떻게 하지'
머릿속도 흐릿해지며 마치 조증환자처럼 밝다가 흐리다가를 반복하다 펜션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때만해도 싸이월드에 획기적인 서비스가 있는데 그것이
방명록이나 일촌평 등등에 누군가 발자취를 남기면 핸드폰 문자로 알려주는 아주 센세이션한 방식이였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한 저는 핸드폰의 문자를 보고 금새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친구들에게 전체 문자로
"얘들아 나 걔（그녀）가 나 일촌 수락함ㅋㅋ"
사실은 별로 나아진건 없었습니다 그저 일촌만 됐을뿐
그녀가 친구인지알고 실수로 허락을 눌렀을지
'니가 먼데 나랑 일촌을해'라고 욕을 하려 눌렀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저는 그녀가 내 존재를 안다는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였습니다
그렇게 고모방에 있는 노트북으로 가족들도 모르게 은밀하고 치밀하게 미니홈피에 들어가 확인하게 됩니다.
마침 방명록 글 하나가 남겨져있어 확인합니다.
"누구세요? ㅜㅜ"
그녀는 제가 무서웠나 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에게 팬이라니..
잠시 눈을 감고 그녀의 입장에 서니 내가 봐도 내가 한 짓이 몹쓸 짓 이 였구나를 깨닫습니다.
"아.. 고3때 도서관에서 본 .."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괜스레 스처가는 기억으로부터 시작해서
번호까지 얻게 됩니다 *-_-*ㅋㅋ

알고보니 고3 동창인 친구의 친구였더라구요
에이씨.. 쪽팔려.. 내가 팬이라고 말한 것 까지 알고있습니다..
그 친구는 "야~ 나한테 말하지ㅋㅋ 내가 이어줄텐데"라고 말하지만
저는 제 인연이 다른 사람을 거쳐서 오는게 싫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날부터 그 친구에게 잘해주게 되죠 ㅋㅋㅋㅋ
그녀가 저에 대해서 궁금하긴 했나봅니다.. ㅋㅋㅋ
동창인 친구에게 저에 대해서 물어봤답니다
아 또 친구가 좋은 얘기만 했다는데.. ㅋㅋㅋㅋ
은근 고맙기도 하고 돈만 있으면 밥을 사줄텐데
저는 큰 기대를 안고 그녀와 만남을 제안합니다.

첫 만남인데 술자리고 친구 6명과 같이 봅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차마 단둘이 만나자는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않고 그냥 （걔 살던 동네 근처） 술집에서 술마실껀데
잠깐 볼까? 라는 식으로 돌리고 돌려서 말했습니다.
그녀도 제가 궁금했나 봅니다 *-_-*
친구들은 이미 이 상황을 알고있고 반응은 가지각색이였습니다
질투를 하는 친구와, 재미있어 하는 친구, 부러워 하는 친구 뭐 ..
친구의 반응 따윈 개나줘버려라는 식으로
저는 혼자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잔을 잡고 몇잔을 그냥 원샷때리는 도중
그녀가 내 앞에 편한 트레이닝 복장을 하고 가만히서 있었습니다..
술집 분위기는 어두웠던 터라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 그녀의 몸에 네온싸인을 달았는지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빛이나는 그녀 때문에
'아.. 이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다행이 내 친구6명 중에는 한명의 여자가 있어서 그녀는 그 친구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제 앞에 앉아있구요

연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왔다고 합니다.
저는 무슨말을 꺼내야 할지 도통 모르겠더라구요
이런 일도 처음인지라.. 항상 짝사랑만 오질나게 하던 저에게
평소 좋아하던 사람이랑 얘기를 한다는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였거든요
저는 딱딱하면서 성의껏 이야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녀는 그런 저를 맞춰줬고요
그런 그녀도 제가 싫지 않았는지
원래 약속은 얼굴만 잠깐보고 가는 것 이였지만
계속 술자리를 해도 되냐는 저의 물음에
괜찮다는 ok싸인이 왔습니다
oh my god~
신은 저에게 분명 대학과 맞바꿀 무언가를 주신 것이 확실했습니다.
마침 그날 신께서 비까지 내려 주셨습니다.
저는 그녀와 작은 우산하나에 사이좋게 둘이 우산을 쓰며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 줬습니다.
내 어깨에 닿던 그녀의 촉감, 그녀의 샴푸 냄새, 비오는 거리와 온도까지.. 평생을 잊을 수 없을 껍니다.

그녀는 항상 바빴습니다.
그녀는 원하지 않은 학교를 입학해 1학기도 다니다만채로 자퇴를 하고
반수를 준비중이였습니다.
그 일이 있던 후로 당연히 몇번을 더 만났습니다.
물론 그 후 부터는 단둘이 만났죠
그런데 그녀에겐 제가 너무 밋밋했던걸 까요
아니면 제가 너무 숫기가 없었던 것 일까요
좀 처럼 우리의 사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 그냥 친구일뿐..?
자연스럽게 서로가 연락을 드믄드믄 하다가 결국 어느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저는 그것이 일생을 살다가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여린 내 마음에 상처가 더 빨리 아물꺼라 생각했지요

몇개월이 지나고 어느날 그녀에게서 뜻밖에 연락이 오게 됩니다.
제 생일이지요 우연잖게도 내 생일 다음날이 그녀의 생일입니다.
생일이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그녀는 제 생일을 기억하고 또 생일을 챙기는 연락이 왔습니다.
잠재우지 얼마 안된 가슴이 다시금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날 생일을 맞은 그녀에게 정성껏 메세지를 보내고
우린 수능이 끝난 후에 다시 만나서 밥한끼 하자는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먼 훗날 같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우린 다시 만나 그간 있었던 얘기를 했고 이런 저런 얘기와 함께
또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그녀는 저에게 마음이 없다라는걸 알게 되었고
입시 시험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야릇한 감정과 맞물려 공부를 헛투로 하게 됩니다.
사실 입시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구요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명문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해주고 싶었지만
대학 입시시험에 또 낙방하게 된 저로써 예전 자격지심에 더한 자격지심을 낳아
이젠 더 이상 내가 쳐다볼수도 없는 레벨이 된 그녀를 그냥 멀리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주위에 관심과 혹은 부담감 그 모든것이 음악에 대한 고집으로 느꼈던 어리석은 어린아이는
다시 삼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그냥 모든 것 이 그렇게 물 흘르듯 흘러갔습니다.

어느덧 친구 한두명씩 나라에 필요한 군인이 되어가고
중학교때 부터 친한 친구가 입대 한다 길래 부랴부랴 아침부터 친구들이랑 모여
의정부로 향했습니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 덕에 먼저 나라를 지키로 가는 친구의 심정이 피부에 와닿기도 전에
지하철 바로 앞에 그녀의 뒷모습과 같은 한 여자가 줄 서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넋이 나간채로 말했습니다
"우와.. 걔（그녀）랑 뒷모습이 똑같네"
친구는 그저 웃고만 있었고 저는 그냥 넋이 나간 채로 뒷모습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저기 어둠속에서 반짝거리는 지하철이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함께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 그녀 였습니다.. 운명의 장난인가.. 신이 주신 기회인가..
저는 그 모든 것을 뒤로 한채 도망갔습니다 ㅋㅋㅋ
너무 놀란 나머지 그냥 친구들도 내팽개치고 도망갔습니다.
친구들은 나를 보면서 그녀와 함께 탔습니다.
저는 한칸 떨어진 곳에 타서 가만히 서있는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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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군대가기전 제가 느끼고 겪었던 소중한 추억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봤습니다.
읽다가 느끼실텐데 픽션은 전혀 없구요
재미있으면 2화 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