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흠~ 즐점들은 하셨나요?'-'）

또 슬슬 졸리기 시작할 타이밍이기에

읽을 거리 하나 던져 드립니닷!（/^-^）/

즐거운 시간 보내시구요..

흠..준하님 작품들은 대부분 주제가 비슷하네요...

모정이나 생명에 관한...흠흠..

실제 주부셔서 그런지 그런 주제에 관한 심리묘사가 상당히 뛰어나십니다.

이번 이야기도 어뚼지 함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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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준하




그녀는 하염없이 거리를 걸었다.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것 마냥 비어버려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

그렇게 목적도 없이.... 머릿속에는 두가지 목소리만 울린다. ' 임신 3개월 입니다. ', ' 지워 '.

그녀는 잠시 멈춰서서 하늘을 본다. 잔뜩 검게 변한 하늘에선 금방 비가 쏟아질것 같다. 가만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자니 아니나 다를까 갑작스럽게 억수같이 쏟아져 내린다. 번쩍이는 번개

와 천둥까지 쳐가며... 그때서야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내리는 빗줄기처럼.

그 비를 다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몇

년전 세상을 떠나셨다. 자신을 홀로 키워오신 어머니는 돌아가실때 결혼은 못보아도 이제 성년이

된뒤라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는 말과 함께 세상과의 인연의 끈을 놓으셨다. 그때는 그녀의 옆에

민형씨도 있었는데... 아마 민형씨를 믿고 그래도 조금이나마 편히 가신거였다. 그녀는 잠시 그렇

게 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다 불을 켰다. 썰렁한 방. 눈물이 다시 흐른다. 믿었는데..... 임신

3개월이란 소릴 듣고 기쁜 마음에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던진 첫 말은 지워!라는 짧지만 단호한 말

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뒤로 이어지는 말은 더 믿기 어려웠지만.... 그는 그녀와 헤어지자

고 말하며 집안의 반대를 들먹거렸다. 그리고 집에서 정한 어느 부잣집 딸과 다음달 결혼 할 것이

라는 말과 함께 그녀가 문제가 되질 않길 바란다고 말하곤 그렇게 메몰차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

가 버렸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꿈이길 바랐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갑자기 구역

질이 올라 온다. 그녀는 화장실로 뛰어가 연신 헛구역질만 하다가 결국 방으로 돌아왔다. 손을

자신의 배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 초음파 화면속에서 자그맣게 움직이던 생명을 생각한다. 방금

의 구역질로 자신이 그곳에 있음을 다시한번 알리는 작은 생명... 자신이 없으면 살아갈수 없는

너무도 연약한 생명... 축복을 받고 자라야 하는... 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슬프게 말했다.

" 내가 어떻게 해야 하니... 넌 내안에 자라고 있는데. 넌 나 여깄어요, 나도 살고싶어요, 하는데

엄만 힘이 없구나... 좋은 집안에 생겨나지... 불쌍한 내아가...." 그렇게 울다 하루가 지나간다.




그가 찾아 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직 지우지 않았다는 것을 안 그가 거칠게 그녀를 차에 태웠다.

간곳은 산부인과. 그녀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억지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누운

수술대. 의외로 수술은 간단했다. 눈을 떳을때 그도 그녀의 아이도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

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순간 핑하니 도는 머리속. 눈앞이 어지러워오고 다리엔 힘이 하나도 없다.

휘청하는 그녀를 간호사가 붙잡아 준다. 측은하다는 표정. 알고 보니 그곳은 그의 친척이 하는 병

원이었다. 정말 철저한 남자. 사실 그녀가 4개월이 되도록 숨긴 이유는 그를 잡고 싶어서가 아니

다. 자신이 없이는 살아갈수 없는 생명. 그 자그마한 몸으로 초음파 화면속에서 열심히 움직이던

그녀의 아이.... 살고 싶다고 외치는 것 같던.... 차마 그 생명을 죽일수 없어서 였는데... 그녀

자신도 낳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지워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단 한달 만이라도

자신의 사랑을 주고싶었다. 죽기전 엄마의 사랑을 조금만이라도 더 받게 하고 싶었다. 그녀는 병

원을 나와 눈물때문에 보이지 않는 길을 그렇게 하염없이 걸어 갔다.




오늘은 너무 슬프다. 어떤 남자가 엄마를 끌고 어딘가 가나보다.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는 들린다.

엄마의 거친 숨소리. 커다랗게 울리는 두근거림. 엄마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가만히 있자.

나도 너무 슬프다. 아직 눈물이란 것은 나오지 않지만..... 갑자기 엄마의 숨소리와 심장소리가

안정을 찾은듯 고르게 들려 온다. 그와 반대로 왠지 작은 내 심장은 점점 크게 울린다. 그리고

약간 힘이 빠져 나간다. 무슨일인지 알것같다. 머리속으로 스쳐지나가는.... 죽음. 그 남자,

아빠라는 사람이 날 죽이려는구나.. 공포가 내 온 머리속을 차지한다. 죽기 싫다. 아프기 싫다.

무언가 내 아래쪽에서 올라 오는 느낌이 든다. 피해야 한다. 피해야.... 나를 찾고 있다. 나를

이곳 평온한 곳에서 빼내려 하고 있다. 엄마로부터 나를 떼어 놓으려한다. 떨어지면 끝이다. 난

필사적으로 피해본다. 하지만 더이상은 갈 곳이 없다. 곧 붙잡힐것 같다. 그럼 죽겠지? 이 사

실을 깨닫는 순간 엄마가 떠오른다. 힘이 빠진다. 그래.. 엄마 잘못이 아냐.... 엄마를 위해선

내가 죽어 주어야 하겠지... 엄마 미안해요.... 내가 없어져 줄께요.... 하지만 난 그 남자는 용서

할수 없다. 그남자. 어떻게 해서든 기억해야해. 죽는 순간까지. 어느덧 공포는 사라지고 내 마

음속에 증오가 자리 잡는다. 복수할꺼야. 아빠. 기억할꺼야. 기억할꺼야. 의식이 남아 있는한.

내 짧은 숨이 남아 있는한. 그리고 엄청난 고통과 함께 내 팔 다리가 사라져 가고 내 의식도 사라

져 간다. 그속에서도 아빠라는 남자의 목소리를 새겨두려고 노력한다. 그 남자의 목소리.....



민형은 자신의 딸 선영을 안고 어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울고 있었다. 집안이 떠나가

라 우는 아이를 달래다 자신의 아내에게 다시 안겨 준다. 선영이는 엄마품에서 곧장 안정을 되찾고

울음을 그쳤다. 딸아이는 왠지 자신에게만 오면 울음을 터트렸다. 항상 그것이 서운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그는 아이를 무척 사랑했다. 아내를 닮아 무척이나 예쁜 딸아이.... 뱃속에

있을때 그녀가 임신인줄 모르고 먹은 약때문에 혹여나 하고 걱정도 많이 하고 몸이 약한 아내덕에

병원에서 입원과 퇴원을 밥먹듯 한 후에야 낳은 딸이었다. 다행이 엄마완 다르게 건강한 아이.

아내의 핀잔섞인 잔소리에 문득 상념에서 깨어난다. 항상 늦게 들어오니 아이가 낯을 가린다는 아

내의 말에 미안하다고 하며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려 아내와 함께 아이를 어른다.



아이는 어느덧 자라 벌써 6살이 되었다. 너무 예쁜 딸이었다. 애교도 많고 이젠 아빠에게 잘 안

겨 왔다. 사랑스런 아이... 그가 퇴근하면 가장 먼저 달려나와 뽀뽀해주고 안겨오는 아이....

그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 이제 유치원에도 다니는 아이는 그의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였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오늘도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율동과 노래를 한다. 정말 예쁘다. 언제나

항상 그의 머리속을 차지 하고 있는것은 딸아이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민형은 요즘 알수

없는 불길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가끔 누군가 자신을 노려보는것 같은 기분에 뒤를 돌아보면 딸

인 선영이만 혼자 놀고 있었다. 아내는 부엌에 있거나 아니면 화장실을 가서 자리에 없다거나 했

다. 하지만 선영은 이제 6살. 그를 그렇게 섬찟한 기분이 돼도록 노려볼리 없다. 그는 다시 고

개를 젖는다. 그의 딸이 그럴리 없는 것이다. 그런 기분은 며칠을 갔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그날은 딸 선영이 방에 들어가 잘 준비를 할 때 그가 돌아왔다. 그는 딸아이의 잠든 모습이라도

보기 위해 딸아이의 방으로 갔다. 방문앞에 섰을 때, 희미한 대화 소리가 들려 왔다.


' 조금만 기다려... 기회를 보는 중이야...'

' .........................'

' 정말? 정말 괜찮은 거지? 그런데 그런걸 어떻게 알아? '

' .........................'

' 아~. 그런거구나. 정말 신기해. 그렇게 하면 너도 갈수 있는 거야? '

' ......................... '

' 응, 알았어. 그래. '

여기까지 듣자 갑자기 기분이 오싹해진 그는 딸아이의 방문을 열어 젖혔다. 놀란 딸아이가 동그란

눈을 뜨고 자신을 쳐다본다. 순간 무안해진 그. 그는 딸아이에게 묻는다.

" 지금 누구랑 얘기했니?"

" 참 아빤... 놀랐잖아. 누구랑 얘기하긴 누구랑 해? 그냥 인형하구 혼자 논거지..."

" 아 그래? 미안. 아빤 또 누가 방에 있는 줄 알고..... "

" 참. 아빠는... 아빠 이제 보니 겁 많구나? 처음알았네."

딸아이의 놀림을 들으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왠지 자기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얼른

그러한 기색을 감추며 아이에게 말한다.

" 자 아빠에게 뽀뽀. 우리 공주님 이제 주무셔야죠?"

" 응, 아빠. 아빠도 잘 자. "

그는 아이를 눕히고 방을 나와 문을 닫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가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늘은 아내가 외출을 했다. 그는 아이와 단둘이 집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놀까 고민중이었다.

딸아이가 사탕을 가져와 같이 먹자고 한다. 가루 사탕. 입안에 넣으면 톡톡튀는 톡톡캔디....

그는 딸아이가 자꾸 넣어주는 사탕을 받아 먹었다. 사탕이 입안에서 톡톡 튄다. 아이가 웃는다.

그는 아이와 함께 한봉지를 다 먹었다. 그러고 몇십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흐

른다. 배가 아프다. 못견딜 정도로.... 그의 이마에서 땀이 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결국 그는

쇼파에서 앞으로 배를 움켜쥐고 꼬꾸라진다. 딸아이의 미소.... 그리고 아까 먹은 사탕....왜?

" 아빠가 왜 아픈지 궁금하지? 복수야. 복수....8년전 죽은 그 아이의 복수.... 응? 아 내가 어

떻게 알고 있냐고?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때 엄마가 먹은 약때문에 아빠가 엄마보고 날 죽이자고

했었지? 난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소리 쳤어. 아니야 난 정상이야. 엄마, 아빠, 날 죽이지 말아

요, 제발..... 그러고 있는데 그애가 찾아 왔어.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아빠의 또다른 딸. 아빠

때문에 죽은 이름없는 아이. 그동안 병원안을 떠돌던 그아이가 내게 알려줬어. 자신이 어떻게 영

혼만이 남아 병원에 떠돌게 됐는지.... 그러면서 내게 말했어. 자신은 아빠를 만나 불쌍한 엄마와

자기자신의 복수를 할려고 하늘나라로 가지도 못했다고... 어 아직 자지마. 자면 안돼. 그애가 말했

어. 살아남아. 내가 도와줄께. 결국 그애는 엄마 꿈속까지 찾아가 내가 정상임을 알렸고, 나도

살수 있었어. 그러고는 약속했어. 그애의 복수를 도와주기로... 아빠에게도 죽음의 공포를 알려 주기

로.. 아 태아때의 기억은 그애가 도와줬어. 필사적으로 기억하면 잊지 않을 수 있다고...."

딸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저 눈물은 누굴 위한 걸까.... 날 위한걸까.... 아님 내가 억지

로 죽여버린 그아이를 위한 걸까.... 그 작은것도 생각이 있었구나.... 미안하다....그런 생각과 함

께 그는 의식을 잃었다.


그가 눈을 뜬 것은 병원이었다. 그는 죽은것이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그가 먹은것은 독약이 아닌

실리카겔이었다. 그것은 인체에 해는 돼지 않지만 먹으면 심한 복통에 시달려야 한다. 그는

아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는 것을 그냥 받아먹은 싱거운 어른이 돼었고, 그냥 어이없이 일어난

사고로 일단락 지어 졌다. 그일이 사실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태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1년후 그일이 잊혀져 갈 쯤 그에겐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아들이었다.



그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그가 어둠속에 있는데 아직 아기인 자신의 아들을 안고 있다.

그는 너무 행복한 기분에 쌓여 있는데 아기가 갑자기 말을 한다.

' 아빠 안녕? 나 잊지 않았지? 이제는 나 미워하지마...... 겨우 태어났는데... 이젠 나도 사랑

해 줄꺼지? 내 동생 선영이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