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필체로 다시 수정해서 완결까지 가려 합니다.

수정하는 것도 시간이 제법 걸리네요.




1부


정말 덥던 대학교 여름 방학 때였다.


군입대를 대기하던 대학교 여름 방학 때였는데, 연락하지도 않고 생사조차 모르지만


고등학교 때는 꽤 친했던 친구에게서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요즘 뭐하냐"


-이 새끼 불안하게 갑자기 전화가 오고 돈 빌려 달라는 건가? –


"뭐하긴 방학이라서 그냥 집구석에 박혀 있지.."


"그럴 줄 알고 전화 했지~ 야~! 승훈이 술 한 잔 하자~"





친구가 술 한잔 하자며 전화한 것 이였다.


날도 더운데 괜히 저렴한 술 마시러 나가는 것 보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괜히 나가기 싫을 때 하는 말을 했다.



" 나 돈 없다.."

“돈 없어도 나와~”


-이 새끼 진짜 불안한데 술까지 사주면서 돈을 빌리려는 건가?-


불길한 느낌으로 넌지시 말을 던졌다.


"어떤 술을 살 꺼야?"

"소주단란 어때?"


그렇게 일단 친구를 만나 보기 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간만에 본 친구의 얼굴은 2년 만에 상당히 늙어 보였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아 보이던 친구가 어색했지만 술이 몇 잔 들어가니

그렇게 다시 학창시절의 친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며 약간 취했을 때 친구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너 방학인데 아르바이트 하지 않을래?"

“알바?”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친구의 말 이였기에 조금은 당황을 했다.


그 때 내 눈치를 살피던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주유소에 가면 너 좋아하는 여지도 있고, 돈도 벌고, 그리고 비밀인데 부수입도 있어~”


친구의 말 중에서는 여자라는 말 밖에 들리지가 앉았다.


“콜!!”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이 새끼 여전하구나~ 그래도 예의 상 어떤 일인지는 물어봐야 할 거 아냐~”


친구의 말에 마지 못해 말했다.


"어떤 일인데??"

"주유소 아르바이트인데....돈이 제법 돼.."


-뭐?? 주유소 아르바이트?? 그런데 여자가 많아?? 이 새끼 거짓말 하네..”


이런 생각을 하며 친구에게 비꼬듯 말했다.



“주유소에 무슨 여자가 있냐!! 기름 넣으러 온 김여사가 많다는 거냐?”


친구는 가소롭다는 듯이 자초지종을 말하는 것 이였다.

일단 여자는 주유소와 같은 마당을 쓰는 사무실 건물이 있는데 거기에 경리가 2명이라는 말과

부수입은 아르바이트 할 주유소에 그 옆 사무실에서 회사 전용으로 전표를 끊어서

대형차 기사들이 전표를 끊을 때 200리터를 끊어주고

실제로는 100리터를 넣으라고 하는 것 이였다.

그럼 남는 100리터를 7대3으로 기사랑 알바랑 나누어 먹는 씩 이였다..



그러니깐 1리터에 경유가 300원이면

100리터면 3만원이고 기사에게 현금 장사 했던 것을

2만원을 주고 나는 만원을 가지는 것 이였다..



대형차가 하루에 많으면 10대 적으면 3대 정도인데

한달 월급보다 부수입이 더 많은 것 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옆 사무실 경리를 꼬시는 것은 친구가 던져 본 말 같았고,

친구의 말을 들어 보니 부수입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비록 한 달도 일하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친구의 부탁처럼 들리는 꼬임에 넘어갔다.



그렇게 해서 그 다음날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근무시간은 상당히 독특했는데 저녁 6시부터 저녁11시까지이고

11시 이후에는 주유소 사무실에서 스티로폼 깔고 잤다가 아침에 7시에 문을 열어

8시30분에 주간과 교대를 해주는 근무 형태였다.



친구가 설명한 버스를 타고 내려서 주유소로 찾아갔다.

첫 출근이라서 30분 일찍 오후 5시 30분에 출근을 했고, 낯설어서 그런지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괜히 긴장이 되었다.


주간 근무 반 아르바이트들이 일하고 있었기에 쑥스러워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로 들어서니 귀여운 여자아이가 커피잔을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아 화장실이 남 녀 공용이구나..그런데 저 여자는 누구지??-



주유소 아르바이트는 아닌 듯 보였고 위에 옷 입은 걸 보니 친구가 말한 주유소랑 붙어있는

그 회사의 경리로 보였고, 들어서면서 눈이 마주쳤다.


-간만에 작업 좀 들어가 볼까나??-


평소에 거울을 보며 늘 연습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 하세요"

"네?? 네...."

"저 오늘부터 여기에서 일해요 잘 부탁 드려요?"

“아..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수줍게 붉게 변하면서 살짝 미소 짓는 게 귀여웠다.


-오 귀엽다…이 아가씨..-


그 때 밖에서 친구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 녀를 한 번 살짝 보고 웃으며 밖으로 소리쳤다.


“나 여기 있어!”


내 목소리를 들은 친구가 화장실로 들어왔고, 친구도 그녀를 보며 인사를 했다.


그녀가 좁은 화장실에 남자 두 명과 같이 있으니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친구의 팔을 붙잡고 화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그 짧은 타이밍에 평소에 연습한 미소를 귀엽게 지으며 마무리 지었다.

그 모습을 친구가 보더니만 토악질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비꼬듯 말했다.


"아~! 뜸만 주면 느끼한 짓 여전하네 예나 지금이나 여전해... "


그리고 조금 전에 내가 지었던 그 표정을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면서 손을 오글거리며

몸서리를 치는 연기를 하며 나에게 장난을 걸었다


친구의 그 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장난치며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갔다.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가니 주간 근무자들이 퇴근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간 근무자들에게 오늘 첫 출근이라서 잘 부탁한다고 인사도 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는 나와 친구만 있고 다 퇴근했다.


그리고 잠시 후



주유하러 손님이 왔고, 친구가 시범을 보여 준다며 따라 오라고 말하기에 뒤따라 가는데

관우가 일기토를 하러 가는 뒷모습처럼 그 모습이 참으로 당당하게 보였고, 듬직하게 보였다.


청룡언월도를 양손으로 쥐 듯 주유기를 든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니깐 참 쉬워 보였다.

그 때 저 앞으로 아까 화장실에서 봤던 설거지 그녀가 퇴근하려고 가는 것이 보였다.


주유기를 들고 있는 친구를 못 본체 하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지금 퇴근 하시나 봐요?"

"네.."



그녀의 단답형 대답이 너무 순진해 보였고 얼굴도 청순해 보여서 좋았다.

부끄러워 하는 그녀에게 너무 자신 있게 말하면 바람둥이처럼 보일까 싶어

나도 조금 떠는 척을 하며 쑥스러운 척을 하며 말을 건 냈다.



"자..주 볼 것 같은데 앞으로 친하게 지내도 실례가 되진 않겠죠?^^"

"네...."

"그럼 조심히 들어 가세요 "


처음에는 그렇게 떨리지 않았지만 그렇게 몇 마디를 하다 보니 심장은 두근 반 세근 반 이였다.

친구에게 가시 다가가니 실눈을 뜨며 나를 쳐다 보았다.


" 너 때문에 조심히 못 들어 가겠다? 꼬셔보려고? "

"아니 그냥 귀여워서 ... 근데 쟤 이름은 뭐야?"

"몰라.."

" 누가 찍은 사람 있어?"


친구는 약간 생각을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글쎄 내가 알기론 없는 것 같은데.. 쟤가 원체 있는 둥 마는 둥 해서 .."




내가 일하는 주유소는 주유소 확장 때문에 작은 공사 중 이였고, 공사 현장 바로 뒤쪽에는

2층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이 아까 본 설거지 하는 여자애가 일하는 사무실인 듯 했다.

주유소사무실은 공사현장에서 옆으로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컨테이너를 임시로 쓰고 있었다.


공사 중이라서 영업을 하지 않게 보여서 손님이 거의 뜸했고, 나랑 친구는 일하는 중에

만화책도 빌려와서 보고 친구랑 동전 던지기도 하고

일한다기보다는 거의 노는 게 일 이였다.


저녁 8시가 되니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자장면 하 나 시켜먹고 소화 시킬 겸 주인이 누구 것인지 모를 자전거를 주유소 안을 빙빙 돌며 타는 중에

큰 차가 들어왔다.

그렇게 차가 띄엄띄엄 들어왔다.


기사 분은 주위를 살피며 나에게 다가왔고 조용히 내게 물었다.


"오늘 현금 좀 있나?"

"네.."

“그럼 200리터만 넣어~”


기사는 전표에다가 적기 시작하더니 나에게 넘겨주는 전표에는 400리터라고 적혀 있는 것 이였다.



- 아 ... 이 상황이 그 때 친구가 말한 그 상황이구나... -


2만 몇 천원 정도 기사 분에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만원가량 되는 돈을 빼서 내 주머니에 넣었다.

기사는 수고하라는 말을 건넨 후 차를 타고 나갔다.



친구가 2~3분 지나 나타났고, 그 때까지 돈이 들어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덜덜 떨었다.


"방금 400리터 끊어서 200리터 넣고 만 원정도 받았어"

"그럼 나한테 5천원 주면 돼"


그렇게 부수입은 친구와 내가 반반씩 나누어 같기로 했다.



저녁11시쯤 되어 금일 마무리하고

스티로폼 매트리스를 깔고 때가 더럽게 묻어있는 이불 가지를 덮고 빌려온 만화책을 몇 권 베고 잤다.

일한 것도 없지만 누우니깐 바로 잠이 왔다.


아침에 6시 가량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세수도 하고 치아도 닦고 새벽공기를

맡으며 주유소마당을 자전거를 타며 아침 운동으로 했다.


친구는 아직 여전히 자고 있었고, 2시간 정도 지나자 주간 반 아르바이트가 오고

우리는 마감하고 돈도 넘겨주고 교대를 했다.



8시 30분 조금 전에 나오는데 어제 봤던 설거지 그녀가 오는 것 이였다.



어제 봤을 때는 청초한 모습 이였는데 오늘 보니 약간 화장도 했는 듯하고 어깨까지 오는 생머리 뒤로

구불구불한 머리 끈도 했다.



입술도 분홍빛이 도는 게 입술이 반들거리는 무언가를 바른 듯 했다.

다시 그녀 앞으로 다가가서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네"

"어제 잘 들어 가셨어요?"

"집이 이 부근이라서.."

"잘 들어 갔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제가 이름도 모르고 삐삐 번호도 몰라서요"



이 당시에는 호출기가 지금의 휴대폰처럼 대중적이었고 일부 부유층만 무식하게 생긴 핸드폰을

가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녀가 웃는 내 얼굴을 조심스레 쳐다보며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근데요....혹시 관심을 주시는 건가요?"


이 말을 하는 설거지 하던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네.. 관심을 주는 거 맞아요. 어제 화장실에서 순간보고 질식 할 뻔 했어요..숨이 막혀서"


갑자기 얼굴에 웃음을 참는 듯한 얼굴을 한 그녀가 입술로 소리를 내었다.


"피..."


괜찮아진 그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바로 말했다.


"삐삐 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이름도 궁금하고요"


그러자 그녀는 오른쪽에 메고 있던 작은 백에서 메모지를 꺼내서 이름과 번호를 적었다.


『민지연 23세 015-123-4567』



-오호~ 이름 예쁘네...그런데 23살?? 헉.. 그럼 나보다 1살이 많네...”

-나이가 어리다고 말하면 무시하지 싶은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이를 속였다.


평소에 연습한 귀여운 표정과 장난처럼 보이는 그런 제스처를 하면서 약간 오버하며 말했다.


"이름 예쁘시네요.. 이름만 듣고도 감동 할 정도로 이름이 예술이네요. 그리고 저는 24살입니다.."

"아 오빠시구나..."


오른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설거지 그녀는 시계를 보면서 시간이 없는 것처럼 말했다.



"지금 출근이 늦었네요..먼저 들어가볼게요"



이 말을 듣고 유머감각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싶어서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퇴근이 늦었네요..먼저 들어가세요"


이렇게 말하자 그녀가 빙긋 웃으면 2층 사무실 쪽으로 뛰어갔다.

그 때 그 뒷모습을 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있다가 삐삐 쳐도 되죠?"



뛰어가다가 멈칫 하더니 뒤돌아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왜 이름이랑 삐삐 번호를 줬겠어요"



이 말을 남기고 사무실로 들어갔고, 그녀의 말에 발걸음이 떼기가 힘겨울 정도로 떨렸다.


오늘 첫 근무의 설렘보다 소개팅도 아니고 미팅도 아닌 스스로 인연을 만들었다는 것에 너무 가슴이 벅찼다.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괜히 웃음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집에 가자마자 그녀에게 호출을 하고 싶어 미칠 지경 이였다.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 벌써 삐삐를 친다면 가벼워 보인다고 비웃는 건 아닐까?? -

-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내 삐삐 번호도 가르쳐 주는 건데...-



이런 저런 여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서 욕실에서 세면을 하고 나왔다.

집에서 아침을 먹고 집 부근에 사는 동네친구를 불러서 목욕탕에 같이 갔다.


목욕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아르바이트 부수입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니깐

상당한 관심을 가지면서 나중에 자리가 생기면 자기를 넣어달라고 나에게 말했다.


"그럼 다음에 너 알바 시켜줄 테니 영화 하나 빌리자.."


나의 의뢰에 친구는 속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같이 단골로 가는 비디오방에 가서

최신 영화를 하나 빌렸고, 영화를 보기 전에 설거지 그녀가 생각나서 삐삐를 쳤다.


영화를 넋을 잃고 보던 중에 집 전화기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전화벨 소리에 맞춰 내 심장도 두근거렸다.

아마도 설거지 그녀인 것 같아서 약간의 뜸을 들이고 벨이 3번 정도 울렸을 때 목소리를 가다듬고 최대한

달콤한 목소리로 또박또박한 억양으로 말했다.



"여보세요?"


“엄마 있나?”



“아!!!! 엄마 없어요!!”


엄마 친구의 목소리에 허탈감과 실망감에 한숨을 쉴 때 친구가 말했다.


“뭐하노? 라면 끓여 먹게 물이나 빨랑 올려라~”


내 마음을 모른 체 친구는 물이나 올리라면서 역정을 냈다.


- 눈치 없는 놈...물이나 올려?? 너 알바 없다.. 진짜 넌 알바 없다..-


이렇게 속으로 다짐을 하고 나도 배가 고팠기에 라면을 3개 넣고 끓였다.

일단 영화는 중지 시켜놓고 친구랑 라면 먹는 중에 또 전화가 왔다.

조금 전에는 굉장히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엄마 친구 전화에 긴장이 풀렸는지

이제는 입에 라면을 넣고 오물오물 씹어 먹으면서 건성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쇼!"


내 목소리에 놀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삐삐가 와서 전화 드렸는데요..4567 삐삐 치신 분요"



설거지 그녀였고,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 어떡하지..라면 먹다가 말해서 바보처럼 들렸을 텐데... -

- 입에 아직도 라면이 가득 들어있는데...-

- 친구가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데..-



짧은 시간에 여러 생각을 하다가 일단 내가 아닌 척 했다..

여전히 입에 음식물이 남아 있는 체로 내가 아닌 듯 말했다.


"자암시만 기다리세요오"


그리고 휴지를 꺼내서 입에 들어있던 라면을 뱉고 다시 전화 받았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제게 호출 하신 분 같은데 누구시죠?"


의아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능청스럽게 말했다.


"에이 제 목소리 벌써 잊으셨어요?"


그녀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환한 표정이 보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오빠시구나~"

"첨에 어떤 분이 받으셨는데 첨 듣는 목소리라서 놀랐어요"

"제 동생이 받았는데 그 녀석이 편도선이 부어서 목소리가 듣기가 좀 그래요"


남동생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아 그렇게 둘러 댔다.

뒤에서 나를 노려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뒤통수가 따가워 옆으로 고개 돌려 친구를 봤더니

라면면발을 젓가락으로 집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날 지켜보고 있었다..


친구의 표정을 살펴 보니 어떤 뜻이 내포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지 금 저 통화 무조건 여자다. 없는 동생을 만드는 것을 보면 100%구나 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표정으로 얼굴에서 입 꼬리도 살짝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저 새끼 겁나 더럽네 손에 든 거 저거 입에서 나온 거 같은데 라는 그런 표정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 친구의 부담스러운 표정을 읽으면서 모른 척 다시 통화를 했다.


"전화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지연씨 얼굴이 머리에 그려지는 듯 한 목소리네요"


-캬.. 내가 말하고도 예술적인 멘트다..우후~-


전화기 너머에서 달콤하게 들리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저는 오빠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이 뭔가요?"


늘 소개팅에서 내 소개를 할 때 하던 평소에 입버릇처럼 말하는 소개 멘트를 했다.


"강승훈이예요..강수지랑 성이 같고 신승훈과 이름 같아요"



내 말을 들은 그녀가 소개가 재미 있었는지 전화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장난을 걸 듯 말했다.


"제 삐삐 번호 궁금하시죠?"



그녀는 내 말을 듣고 그녀도 장난치 듯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글쎄요~"

"제발~ 제 번호 좀 물어주세요"


내가 친구에게 장난을 치는 듯한 그런 말투가 그녀는 그리 재미가 있는지 계속 웃었다.


얼굴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상상이 되는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오빠 번호가 어떻게 되요?"


너무 잘 웃고 하니깐 기분이 좋아져 괜히 장난치고 싶어 삐친 말투로 말했다.


"안 가르쳐 줄래요~"


그 때 내 등뒤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만!! 제발 그만!! 라면 좀 먹자!!”


뒤를 돌아 보며 친구에게 웃으며 윙크를 했다.

그 모습에 친구는 손가락이 너무 오글거려서 젓가락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친구가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통화가 끝나면 너 라면 면발로 목 졸라 버릴 꺼야!”


친구의 말을 듣고 수화기를 막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지연에게 말했다.


"지연씨 적어봐요 015-123-XXXX"

"오빠도 015 쓰시네요"


보통 호출기는 012 아니면 015 였기에 당연히 똑같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연관을 지어보려 말했다.


"이런 인연이 다 있네요 ?"


또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그렇게 짧은 통화는 아니지만 짧은 듯 아쉬운 통화를 끝냈다.

가슴에 뭐가 뻥 뚫린 듯한 느낌에 여태껏 느껴보질 못한 그런 설렘을 느꼈다.

식탁으로 다시 돌아오니 친구가 무관심한 듯 라면을 먹으면서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승훈아 ~누군데?"


-이 새끼 여자인 거 알고 이름까지 붙여서 말하네..-


친구의 반응을 지켜보려 무관심한 척 말했다.


"응 있어"

"여자가?"

"네가 보기엔 남자하고 통화 하는 것 같더나?"


친구가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라면을 먹다 말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나는 뭐? 말을 제대로 해라~”

“나도 하나 해도~”


친구가 지연의 친구라던 지 아는 여자가 있으면 한 명 소개 시켜 달라는 말 이였다.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잘되면 하나 해줄께"


그 때 친구가 라면 먹는 손을 멈추더니 나에게 농담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승훈이 라면 먹고 되겠나? 자장면 시켜줄까??"


친구의 장난에 기분이 좋아져 말했다.


“아니 탕수육~”


친구와 이런 말장난에 서로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를 보내고 텔레비전 좀 보다가 낮잠 좀 자다 보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라면 먹고 잠을 자서 그런지 거울을 보니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아..안돼 오늘 지연이에게 예쁜 모습 보여야 하는데 이런 부은 얼굴…아..안돼..-


샤워하고 스킨을 듬뿍 손에 담아 뺨을 세게 짝짝 거릴 정도로 세게 치면서 발라보고,

양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젓가락으로 꾹꾹 눌러 보아도 얼굴은 여전히 커 보였다.


일단 가르마를 살짝 예쁘게 타서 빗으로 머리를 살살 넘겼고 사과 향이 나는 스프레이로 고정을 시켰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부어서 통통한데 머리칼로 커버하니 괜찮아 보였다.

거울을 보고 이렇게도 비춰보고 저렇게도 비춰보니 옆에서 가만히 구경하던 여동생이 한마디를 했다.


"오빠야~ 기름 꼬시러 가나? 왜 거울 보고 생지랄인데!!”


동생의 말에 귀여워 살짝 쳐다보며 말했다.


“진짜 생지랄 한 번 보여줘?”


집을 나서서 출근 시간보다 약간 일찍 주유소에 도착했다.

소변이 마렵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그 녀가 있을 것 같아서 화장실에 갔지만 오늘은 그녀가 없었다.


-오늘은 설거지 안 하나?”


그냥 손만 씻고 거울 보며 머리 살짝 만지고 나오는데 어제 보지 못한 처음 보는 여자애가

화장실 입구에 서 있었다.


내 생각엔 화장실 들어오려 했는데 공용 화장실에 남자가 있으니 나올 때까지 기다린 듯 했다.

설거지 그녀와 똑같은 회사 점퍼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아 같은 직원인 듯한데 쳐다 보는

내 눈길에 쑥스러운지 말 없이 눈을 아래로 피하면서 고개를 살짝 숙여 까딱거리며 인사를 했다.


지연이가 귀엽게 예쁜 얼굴이라면 지금 이 여자는 섹시하게 예쁜 그런 얼굴이였다.


그리고 설거지 그녀는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아 아담한 덩치라면 고개 까딱녀는

키는 나보다 조금 작을 정도의 키와 날씬하게 볼륨감이 조금 있는 그런 덩치였다.


-음..친구가 말한 그 두 명의 여자 중 한 명이 이 아가씨구나..-


인사를 하는 그녀를 보고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건냈다.


"지연씨는 사무실에 있는 모양이죠?"

"예?? 언니 아세요?"

"그럼요 삐삐 번호도 아는걸요~"


까딱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화장실 안에 들어 갈 테니 자리 좀 비켜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리를 살짝 피해주고 주유소 사무실로 갔더니 친구가 출근해 있었다.

친구의 눈빛에 질투가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조금 전 화장실 앞에 까딱녀와 같이 서 있는 것을 본 모양 이였다.


"여자면 환장을 하는구나!"

"무슨 환장까지야~ 그냥 처음이니깐 인사를 한 거지~"


친구가 종이컵에 1회용 커피를 타서 나에게 주면서 부탁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쟤는 안 된데이~ 여럿 쟤 찍었데이~"

"너도 찍었나?"

"당연하지~"


친구는 좀 겉 늙어 보이고 약간 반 곱슬머리에 여자에게는 전혀 관심 없어 보이는 인상이였기에

의외였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다.


"그럼 저 애 몇 살이고?"

"알아서 뭐하게."

"그냥 궁금해서~"

"21살이라고 들었는데 이름은 신 뭐라고 하던데 잘 몰라 ..그냥 우리는 미스 신이라고 불러"

"설마 말도 안 붙여봤나?"

".................."

"내가 삐삐 번호 따줄까?"


친구는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은 얻은 유비처럼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으로

갑자기 의자에서 번쩍 일어서더니 얼굴이 환해지는 것 이였다.


"정말? 승훈아 번호 좀 따주라.."

"번호 따주면 뭐 없나?? "

"저녁에 탕수육 쏠께"


주간 근무자들은 퇴근을 다했고 친구와 나랑 둘이 남았다.

손님이 뜸해진 시간에 중국집에 음식을 시켰고, 주유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친구는 번호를 따 준다는 말을 들은 그 이후부터 나에게 잘 보이려 그러는지

자기가 나간다며 음식 오면 받아 놓으라고 말했다.

가만히 있으니 지연이가 생각이 났고, 그녀가 언제 나오려나 마당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퇴근했을까??오늘 못 봤는데..-


그녀가 퇴근을 벌써 했는지 궁금해서 삐삐를 쳤다.

삐삐를 치는 중에 주유소 옆길로 까딱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나는 큰소리로 불렀다.


-저 까딱이에게 지연이 퇴근 했는지 물어봐야겠다..-.


"저기요~!"


저 앞에 있는 까딱녀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자기를 불렀는지 확인을 했다.


"네! 잠시만 이 쪽으로 와 보세요"


그녀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리더니 이 쪽으로 걸어왔다.

그 타이밍에 중국집에서 자장면 2개와 탕수육이 도착했고, 계산하고 탁자에 음식을 올려 놓았다.

배달원이 음식을 꺼내고 내가 계산할 때까지 살짝 기다린 그녀가 내게 물었다


"왜 불렀어요?"


이렇게 묻는 그 녀의 얼굴을 스치듯 보니 퇴근한다고 화장을 약간 했는 것 같았고,

그 얼굴이 사무실 안의 형광등 조명발에 그녀가 상당히 많이 예뻐 보였다.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음식을 보면서 말했다.


"음식이 왔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식사 전이면 좀 같이 드시자고 불렀어요"

"괜찮아요 "

"지연씨는 퇴근 했나요?"

"오늘 조퇴하고 갔어요"


지연이가 퇴근했다는 말에 순간 재치를 발휘해 말했다.


"아....지연씨도 퇴근하고 없고 탕수육은 2명이 먹기엔 많고 남으면 버려야 되는데....."


그 녀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약속이 있긴 하지만 그러면 시간이 좀 있으니깐 조금만 먹고 갈께요"


이 때 친구가 들어와 까딱이를 보고는 뜻 밖인지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음식의 랩을 다 벗기고 음식을 먹으면서 말했다.


당황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와 친구에게 눈치를 한 번 살짝 주고 까딱이에게 말했다.


"저 아주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저 한테요?”


호기심이 느껴지는 그런 표정의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도 제가 저기요 라고 불렀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말고 이름 부르고 싶은데..."


까딱이는 내 말을 듣고 흥미가 있는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 이름이 뭐냐고요? 많이 궁금하신가 봐요~"


미소를 띄는 그녀의 모습에 내 가슴이 갑자기 미친 듯 뛰었다. 그래서 살짝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네~너무너무너무 궁금해요~이름도 궁금하고 삐삐 번호도. 궁..금하고."


그냥 던진 말에 내가 적극적으로 반응을 하자 그녀가 좀 놀란 듯했고, 그 타이밍에 다시 내가 말했다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그냥 만나는 사람은 있는데 정식으로 만나는 사람은 없어요..근데 왜요?"

"아 그냥 제가 궁금해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드릴려구요.."


그녀가 깔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보통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더 관심 있어 하던데~~"


- 아닌데 진짜 소개 시켜 줄 사람이 옆에 자장면을 먹는 이 사람인데..-


목구멍까지 말이 나왔지만 나도 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다른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그녀를 보며 평소에 연습한 눈 웃음과 미소로 조용히 말했다.


"들켰나요?"


1부 끝 계속 수정하는데로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