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감시  -최윤

  우리 쪽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최근의 사진 한 장 동봉하지 않았거니와, 팥 알갱이보다도 작은데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찍은 가족사진 속의 아버지의 얼굴이나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말씀하시던 상세하고 인상적인 묘사를 수십 번도 넘게 되살리려 해보아야 어렴풋한 초상화마저 떠오르지 않았다. 행여나 나의 어딘가에 아버지의 모습이 있을까 해서, 일생에 걸쳐 거울 속의 내 몰골을 그렇게 자주, 그렇게 골똘히 쳐다본 것도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길이 오르막길이면, 그 길에 오른 사람들은 목을 축일 샘이 있는 내리막길이 나타나겠지 하는 기다림으로 걷는다. 그러나 가도 가도 내리막길은 없는 오르막길이 있다. 그것을 알고 길을 오르는 사람, 그걸 모르고 내리막길만을 찾는 사람, 되돌아 내려오는 사람, 억지로 길을 깍아 내리막을 만드는 사람, 화가 나서 남을 탓하는 사람... ... 수만 가지 사람이 같이 오르막길을 오른다. 너는 내가 어떤 사람인 것 같으냐?"

저무는 강  -강석경

  어머니는 조금도 웃지 않았다. 먼 친척에게 말하듯 하고 아버지 옆을 스쳐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때보다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나는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출장 갔다 오실 땐 항상 그랬다. 아버지는 어른이다. 우리에게 하듯 어른에게 입을 맞추며 야단스럽게 맞을 수도 없지 않은가.

  어머니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것이 아버지를 반기지 않는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어머니는 기쁠 때 오히려 표정을 감춘다. 지난겨울 내가 처음으로 수를 네 개 받아왔을 때도 그랬다. 나는 어머니가 나를 천장에 닿도록 번쩍 올려 안거나 숨겨놓은 양과자를 통째로 줄 줄 알았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어머니는 "더 잘해야지" 한마디만 했다. 나는 그때 어머니가 계모라고 생각했다. 그 의심이 풀린 것은 밤이 되어서다. 저녁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탕수육과 잡채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날 밤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도 선물로 받았다. 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생각했다. 어머니는 내가 거드름을 피울까봐 일부러 좋아하는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그렇다면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버지가 출장 갔다 돌아오신 날이면 밥상이 무너지게 반찬이 많다. 그걸 봐도 내 생각이 틀리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