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왼손에는 꽃다발이 들어있었고, 남자의 심장 가까이에 있는 주머니에는 영원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반지 상자가 들어있었다.

오늘은, 그가 평생을 함께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날이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프로포즈는 부끄럽기 때문에 일부로 인적이 드물고, 주위의 경관이 아름다운 장소를 프로포즈 장소로 택하였다.
혹시나 그녀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와서, 나의 고백을 강제로 수락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일부로 혼자 오라고 말도 미리 해두었다.

쿵쾅쿵쾅…. 기분 좋은 두근 거림이 아닌, 몸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긴장거리는 심장박동이다.

긴장감을 풀 겸, 그는 자신의 앞에 펼쳐져 있는 화단을 보았다.
언젠가 초록색 자연을 보면 긴장감이 풀린다는 근거 없는 낭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화단에는 형형색의 꽃들과 나비, 벌들이 있었다.
나비와 벌은, 사뿐하게 아름다운 꽃 위에 앉아서 꽃잎에 발을 올리고 수술에 입을 대며 빨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자신이 차일까봐 걱정 하지 않고 저렇게 행동할 수 있어서 부럽다. 그런데 꽃의 의사도 듣지 않고 저렇게 행동해도 되는건가‘
평소에는 부드럽게 말려있는 주둥이를 펼쳐서 꿀만 빨고 다른 곳으로 간다… 하지만, 꽃은 자신의 종족 번식을 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곤충의 행위에 대해서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

처음에 자연물은 이지가 없는 유전적인 본능만 가지고 있는 존재로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불쌍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이제 남자는 모르겠다. 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어찌해야할지, 자꾸만 머릿속에서 둥둥 떠도는 그녀의 얼굴에 울렁거리는 머릿속을 어떡해야할지.
부유감에 금방이라도 토가 나올것만 같다.

남자는 다시, 프로포즈 용으로 챙겨온 물품들을 점검하였다.

꽃다발에 숨겨져있는 망치와, 가슴에 깊숙히 숨겨져있는 그녀와 자신을 영원히 이어줄, 하얀색 알약통도 무사히 있었다.

남자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감정도, 뭐어… 유전적인 본능 아니겠어?

苦 魄 고 백 （괴로운 혼백） 하러 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