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이와 병철이의 50일 파티*


일자 : 7월 2x일

장소 : 병철이네 빈 집

참가인원 : 병철이의 중요치 않은 몇몇 친구들, 나, 우현, 터빈, 히드라.










본인만 모른채 어설프고 화려했던 이벤트가 끝이났고 병철이는 이번에도 무릎꿇고 꽃다발을 건네며

앞으로도 이쁜 사랑하자 어쩌자 멘트를 쏟아냈고, 꽃을 받아든 민정이에게 반지를 건냈다.






50일만에 커플링.... 참내.

아직도 어이 없지만 내 생에 본 커플링중에 가장 빨랐다.

난 평생 커플링도 못해본? 안해본? 하여튼 그런 여자.







이른 오후에 시작한 파티는 대부분의 참가인원을 만취 상태에 이르게 했지만 해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와 우현이는 병철이와 민정이를 다음 이벤트로 모시고 가야 하기 때문에 술을 적당히 마셔 멀쩡.

쇼파에 앉아 우현이 품에 비스듬히 기댄 채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우현이가 나를 콕콕 찔렀다.



우현 - 누나야 저거 봐봐.



히드라가 오늘 날 잡았다. 터빈이 취한 틈을 타서 성추행을 하고 있었다.

터빈이는 반항 아닌 반항을 하다 이내 곧 지쳤는지 히드라가 하는대로 가만히 두었다.

히드라는 자꾸 터빈이의 손을 잡아서 만지작 거리더니 터빈이가 지치니 손에 깍지를 끼고 터빈이쪽으로 달라붙었다.

우현이와 나는 킥킥거리며 터빈이 불쌍하다면서 도와주지 않고 계속 구경하였다.

터빈이쪽으로 달라붙은 히드라는 어깨에 머리를 기대더니 눈을 감았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터빈이는 한 손으로 이마를 바치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는데 둘다 그 상태에서 더이상 움직이지 않아 죽은 줄 알았다.

둘다 잠이 들었나보다라며 나는 시선을 다시 티비로 향했고 내 배에 걸쳐져있던 우현이의 손이 꼬물거리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기절 상태이고 병철이와 민정이는 방으로 들어간지 오래였다.




우현 - 누나야. 저 둘이 방에서 뭐 하고 있을까?

나 - 궁금하면 가봐라.

우현 - 에이.....



라면서 꼬물거리던 손은 점점 올라왔다.




나 - 하지마라. 애들 본다.

우현 - 다 잔다. 그리고 보면 어떻노?

나 - 웃기지 말고 하지마라.



계속되는 우현이의 찝적거림에 열이 받아 좀 크게 싸웠고 떨어져 앉아 티비를 보았다.

좀 지나지 않아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고, 잘못 들었나 싶어 티비를 끄니 다시 소리가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터빈이가 고개를 숙인채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우현이와 나는 깜짝 놀라 터빈이쪽으로 갔고 히드라를 팽겨치고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터빈이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우현이가 터빈이를 베란다로 데리고 갔고 정말 한참동안 나오지 않았다.

나는 심심해져 애들을 모두 깨우고 병철이를 불러내 다음 장소로 이동 준비를 했다.






히드라 - 수연아. 내 이제 터빈이랑 사귄디 ㅋㅋㅋ

나 - 뭐? 진짜?

히드라 - 어, 아까 그러기로 했다. 졸라 좋다. ㅋㅋㅋ




그래서 아까 터빈이가 울었나 싶기도 했고, 아무튼,

히드라가 내 친구긴 했지만 터빈이의 선택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히드라는 정말 히드라 같이 생겼고 터빈이는 귀공자 타입의 미스터 빈이었기 때문에 정말 둘이 안어울렸다.

아무튼 희대의 커플이었지만 둘이 동의했다는데 뭐.



우리는 자리를 스머프로 옮겼고 병철이는 디제잉을 하며 민정이에게 세레나데를 믹스해서 틀어주었다.





그건 좀 멋졌다.

민정이도 이번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아 눈에 하트 뿅뿅.

하여튼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놀았고 이제 나도 술판을 벌였다.

병철이네에서 우현이랑 싸우고나서부터 계속 말도 하지 않았고 스머프에서도 떨어져 앉아 있자 병철이가

눈치를 채고 화해시키려 했지만 난 병철이가 사과를 할 때까지 말 할 마음이 없었다.

우현이를 빼고 모두 나가 춤을 추고 블루스 타임이 되어 나는 화장실로 갔다.




스머프에는 화장실이 출입구 가까이에 있었다.

가운데 통로를 통해 화장실로 가는데 저쪽 자리에서 어떤 여자 남자가 엉켜 붙어서 난리가 났다.

'미친것들...'

이라며 지나가는데 뒷통수가 왠지 낯이 익다.

지나치던 발걸음을 뒤로 돌려 보니 우현이가 어떤 년이랑 부둥켜 안고 쪽쪽거리고 지랄 난리 브루스.

난 가만히 손가락을 들어 우현이 옆 머리를 밀었고 아, 씨발 뭐꼬 라며 우현이가 돌아보았다.

손을 저으며 안녕 이라고 입모양을 하고 나는 화장실로 갔다.





오, 태어나서 이렇게 열받기는 일숙이 이후로 처음이었다.

손을 씻는데 손이 부르르 떨렸고 이 상황을 어떻게 콜드하게 정리해야 하나 하고 머리를 굴렸지만

술도 이미 많이 마신 상태에서 이성적인 머리가 돌아갈 리가 없었다. 감정이 앞서 너무 화가나 계속

씨발씨발거리고 있었다.




민정 - 뭐하노?

나 - 어, 아...졸라 열받는다.

민정 - 왜?




나는 상황을 설명했고, 민정이는 잠깐 기다리라며 담배를 들고 왔다.

민정이는 아무말 없이 내 옆에 있어줬고 어느정도 내 입에서 나오는 욕이 줄어들자 우리끼리 술 한잔

하자며 가방 가지고 올테니 나가 있으라고 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안 나와서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쪽에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뭔가 싶어서 가보니 민정이가 우현이를 끌고 나오고 있었고 병철이와 터빈이는 히드라 부축을 하고 이하 다른 아이들은 민정이를 말리고 있었다.

일단 쪽팔려서 밖으로 나와 기다리니 병철이와 터빈이가 히드라를 데리고 나왔고 뒤 이어 쪽팔리는 애들이 나왔다.




민정 - 씨발새끼 니가 쳐 돌았나.



민정이는 병철이를 만나고 죽인 성격을 마음껏 내 뿜었다.

난 별로 말릴 생각도 없었고 뻗어있는 히드라를 집에 먼저 보내자는 생각에 터빈이와 히드라를 택시에 태웠다.

둘을 보내고 병철이와 함께 서서 민정이가 우현이를 잡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병철 - 우와... 민정이 누나 장난 아니네. 양끗 무섭네.

나 - 점마 좀 그렇다.



어느 순간 우현이 일은 머리 속에서 사라졌고 나는 민정이가 길거리에서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우현이를

때리고 욕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 씨발 내 친구 맞네....



병철 - 누야. 일단 말리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민정이와 우현이를 떼어놓았고 민정이는 고래고래 발악을 했지만 이내 곧 내 말을 들었다.

우현이는 민정이를 떨어뜨리니 정신이 들었는지 아님 정신을 잃었는지 쌍욕을 내 뱉었다.

병철이는 우현이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고 다른 아이들이 말리다 우현이를 데리고 갔다.

우리 셋은 말 없이 잠시동안 서 있다가 병철이 집으로 향했다.





병철 - 누야. 한잔 하자.




라며 병철이가 술상을 차렸고 나는 말 없이 술잔을 받아들었다.




병철 - 누야. 맘 상하지 마라. 금마 원래 안저랬는데 중학교때 뭔 짓을 하고 다녔는지 저래 됐더라.

민정 - 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래서 좀 싸웠다고 금새 딴년이랑 엉겨붙는게 말이 되냐고,

병철 - 술 취했더라아이가,

민정 - 술 취하면 다 용서되나? 아, 그럼 니도 내가 못 건드리게 했으면 술먹고 그러겠네?

병철 - 그게 아니고 누나야...



가만히 있는 내 앞에서 둘은 싸우기 시작했고 나 때문에 둘이 좋은날 싸우는게 미안했다.



나 - 야야야. 싸우지 마라. 니네가 내 때문에 왜 싸우노

민정 - 이 새끼가 말을 웃기게 한다이가.

나 - 됐다. 그만해라. 성질 죽여라 가시아야. 병철이 니도 그만하고.

병철 - 아 근데 누야. 진짜 미안하다. 그래도 내 친구다이가.

나 - 니가 왜, 니는 접때 충고도 했었잖아. 괜찮다 신경쓰지마라. 어차피 시작한것도 좋아서 그런것도 아니고..



우리는 그렇게 수다를 떨며 술을 점점 비워나갔고 술이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졌고 술이 안취한다며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술이 다 떨어 질 때즈음 병철이에게 전화가 왔고 병철이는 술 사오라고 말을 하곤 끊었다.



민정 - 누군데? 콩알?

병철 - 아니. 터빈.

민정 - 히드라 잘 데려다 줬다나?

병철 - 어, 한참 잡혔다가 오는 갑드라.


10분정도 지나 터빈이 술을 사가지고 왔고, 나는 포카리 덕분에 술이 좀 취해 있었다.




나 - 오, 터빈 왔나. 일로 온나. 일로.




아마도 난 필살 눈웃음을 치며 말 했을 것이다.








내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필름 안끊기는 여자. 태어나서 2번 끊겨 봤는데 한번은 2년전 2시간 정도.

또 한 번은 몇달 전 15분. 치욕스러운 짓을 해버렸던 그 아픈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