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떠났다.

정들고 오랜 시간을 보냈던 고향을 떠나 새로운 땅으로 캐리어 가방 두개만 들고 떠난 새출발.

시작부터 삐걱거리던 그 여행은, 곧 알게 해주었다.

타지는 말그대로 지옥과 다를게 없었다.

나는 말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반강제로 시작해야만 했고, 사회라는 전장은 언뜻봐도 소년의 티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한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너는 날 기다렸다고 하더라.

하다못해 편지한통, 전화 한번을 해달라고 했다더라.

먼 훗날 늙어버린 나의 육신이 영혼없이 너의 자리에 찾아갔을때 내가 느낀 그 감정은 어땠을까.

너가 느낀 그 공허의 바다에 과연 닿기나 했을까.

미안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나는 너의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렇게나 싫어하던 담뱃불을 붙였다.

타들어가면서 오르는 연기가 제법 멋스럽다고 느껴지니, 내가 미쳤나 싶었지만.

이미 너의 자리를 떠나지 못하니 미친것이 맞구나 하며 나는 울며 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