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막 접어든 이등병 때였다.

자대배치 받은지 15일 정도 지나고 이제 좀 적응을 좀 할려는 시기였다

취침 전 점호 취하기 30분전에 같은 내무실 내 바로 위 4달 고참이 나를 창고로 데리고 갔다.

통신장비 뒤에 숨겨둔 초코파이를 주면서 나에게 물었다.


"니 제대 몇일 남았냐?"


엉뚱한 고참의 말에 십고 있던 쵸코파이의 마쉐멜로우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이 색히 미친거 아냐?? 이제 자대배치 받았는데...-



"...."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는데


" 왜 앞이 안 보이제?"


이러면서 혼자 막 웃는다.



-겨우 이 말을 할려고 그렇게 물었단 말인가..-

- 아...앞으로 내 군생활 우짜지......-



면담 1분만에 4달 고참의 성향을 다 파악했다.

그리고 고참이 갑자기 웃음이 싹 가시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점호 취할 때 말하거나 웃거나 하면 절대 안된다!"

"네 알겠습니다"


-이 색히 당연한 소리를...-



그리고 점호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 내무실은 6내무실이라서 점호를 좀 늦게 받았다.

나는 이등병 기본 자세인 양반다리에 허리를 펴서

주먹을 무릎위에 올리고 팔을 편 이등병 군기자세로 앉아 있었다.


이 때 약간 남는 시간에 깔깔이에 주황색 체육복 바지를 입은 고참 병장이 말했다.


"너희들 내가 영문과 나온 거 다 알지?"


4달고참부터 병장들까지 갈수록 태산이였다.



-내가 그걸 우예 아노..아!! 군대 잘못 왔나봐..-


이런 생각으로 의무적으로 병장 밑으로 나즈막히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여의주가 영어로 먼줄아나?"

"........."


-설마 드래곤 볼 이딴거면...내 군생활 진짜 갑갑하겠다..-


이런 생각할 때 영문과 고참의 동기가 말했다.


"드래곤볼이잖아~"


-아....탈영을 해야하나..-


나는 예상을 했던 답이였기에 덤덤했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코와 입이 막혀 새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풋"


혹시나 싶어 눈동자만 살짝 돌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4달 고참이였다.


점호 끝나고 상병들이 불러 일,이등병들은 창고로 불려갔다.

창고에서 머리 박기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내 군생활이 진짜 앞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날 점호시간


아니나 다를까 영문과 고참이 또 말했다.


"너희들 불알이 영어로 먼줄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후임들은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모르는데....과연 뭘까..-


그리고 고참이 말했다.


"파이어 에그 잖아"


이 때 좀 나도 웃겼다

그러나 웃으면 안되기에 퇴소식때 면회 온 부모님 생각과

슬픈 온갖 생각을 하며 웃음을 참아 넘기려는 순간 어디서 들려오는 입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또 4달 고참이였다.

점호 끝나니 상병들이 또 창고로 집합하라고 상병들이 말했다.


-아..아..아.. 이렇게 영어 때문에 언젠가는 전사를 하겠구나.. -

-국립 묘지에 묻힐 수는 있을란가..-

-묘비엔 고참이 웃겨서 전사 라고 쓰여지는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심각하게 했다.



그리고 다 다음날 점호시간..

이제는 나도 슬슬 포기하고 영어 이야기를 즐기게 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영문과 고참이 말한다.


"너희들 선박이 영어로 먼줄아나?"


이번에는 좀 쉬운듯 여기저기서 대답이 나온다.


"쉽입니다" "쉽아닙니까?"


어디선가 4달 고참의 목소리가 맑고 청아하게 들려왔다.



"보트 아닙니까?"


-허허허... 보트?? 오늘도 같이 죽자...허허허-


이렇게 이성을 조금씩 읽어 갈 때 다시 영문과 고참이 말한다.



"작은 선박은 영어로 뭔 줄 아나?"

"...."


우리들은 가만히 있었다.


그 때 고참이 웃는 얼굴을 씰룩 거리면서 말했다.


" 쉽 새끼잖아"


이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얼굴 안면 근육도 씰룩씰룩 거렸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주아주 크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킁풋"


역시나 그리고 당연히 4달 고참이였다.



점호가 끝나고


집합 시키기도 전에 알아서 나와 4달고참은 다정히 손잡고 창고로 달려갔다.







약 2년후） 내 병장 때 점호시간


그리고 내가 병장이 되고 영문과 출신이 되어 있었다.


"너희들 내가 영문과 출신인 거 알지?"


후임들이 대답을 한다


"네 그렇습니다!"


내가 영어 이야기를 했다


"스위스사람,영국사람,한국사람 중에 활을 제일 잘쏘는 사람 대표 한명씩 나와 대회를 했어"

"네"


"스위스사람이 100미터 앞의 사람 머리위에 사과 올려놓고 명중시키면서 아임 윌리엄텔 그랬어"

"네"


"영국사람이 100미터 앞의 사람 머리위에 자두 올려놓고 명중시키면서 아임 로빗훗 그랬어"

"네"

"한국사람이 100미터앞의 사람 머리위에 앵두 올려놓고 사람 머리 맞추면서 죽어가는


그 사람을 보고 뭐라 그랬는 줄 아나?"

"...."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아임 쏘리"


어디서 들려오는 바람 빠지는 소리


이등병 하나와 일병 2명 낚았다


제대한 4달 고참을 생각하며 흐믓하게 웃으면서 잤다.




진짜킹카의 2008년 9월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