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 잠들기는 글렀다.
마른 새벽은 회색빛으로 야위어가는 나의 마음을 대변했다.
오랜만에 담배를 물고 문을 열었다.
뭐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듯
라이터는 튀기는 불빛만을 보이고 죽어버린다.
주저앉아 담배를 구겨 던져버렸다.

내 마음의 빗장을 열어보려 노력하는 게 나의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듯했다.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자 쓸쓸히 죽어갈 게 두려워
하루에 수십번도 더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했다.
언제나 그랬다. 내가 입 밖으로 꺼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떠나간 친구가 하나둘 늘었을 때
납골당의 내 가슴팍 즈음에 오는 곳에 놓인 친구의 흔적에 마음이 요동쳤다.
네가 떠나면서 나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는데
네 소식을 듣기 전날, 술에 취한 채 나를 찾아왔던 순간을 몇 년째 후회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웃으며 다음에 보자고 하던 너
살아있음이 지옥과 같이 느꼈을 네 마음을 이제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네가 무너져 내렸던 그 날의 마음을 조금은 나도 알 것 같다.
네 생각에 내가 조금은 더 버텨 살아내는 것 같다.
네 덕에 나는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보고 싶다. 날 계속 살게 해주는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