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을 아깝게 허비했음..


아 열받음.....














나를 보고 그냥 나가는 두명을 따라 나갔다.


"오빠야"


아무렇지 않은듯 불러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다시 들어갔다.

아마도 적을 만들지 않으려는 습성이 이 때 부터 있었나보다.



들어가니 병윤이가 떡볶이를 먹지 않고 있었다.


나 - 왜 안먹노?

병윤 - 니 오면 같이 먹을려고.

나 - 싱겁기는...


병윤이는 식은 내 떡볶이를 다시 냄비에 넣고 따뜻한 떡볶이를 다시 떠 주었다.


병윤 - 누군데?

나 - 아, 그냥 아는 오빠들.

병윤 - 아....

나 - 먹자

병윤 - 어..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와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갔다.

폴라포 스포츠 맛. 먹고싶다...



은영이 집으로 간다는 나를 데려다주며 병윤이는 이런 저런 재밌는 얘기를 해 주었다.

그렇게 은영이 집에 도착하고 병윤이는 집으로 갔다.




은영이 집으로 들어가자 익룡, 은영이가 티비를 보고 있었다.


은영 - 왜 이렇게 늦었노, 뭐라하데?

나 - 아무것도 아니다.

은영 - 어.

나 - 선애는?

은영 - 니 기다리다가 오빠 만난다고 갔다.

나 - 어.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한참후에 옆에서 둘이서 뭐라 속닥거리길래 쳐다보니 익룡이 깜짝 놀랬다.


나 - 뭔데, 내한테 잘못한거 있나 니?

익룡 -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은영 - 수연아. 니 성민이 만나서 얘기 한번만 해라. 내가 니 친구지만 니 좀 너무한거 같다.

나 - 뭐가?

은영 - 왜 니만 열받고 참고 무시하고, 그런다고 니 맘 풀리는거 아니잖아.
만나서 확실하게 결정을 지어라.

나 - 뭐라하노, 다 끝난거다 그만해라.

은영 - 아 모르겠고, 나는 니가 그런식으로 애들한테 씹히는거 싫으니까 확실히 마무리 지어라.


순간 현관문 종이 울리며 성민이가 들어왔다.


깜짝 놀라 은영이를 쳐다보자



은영 - 원래 우리가 먼저 얘기하고 니 한테 전해 줄려고 했는데 차라리 잘 됐다.
둘이 얘기해라.



라며 방으로 성민이와 나를 들여보냈다.



은영 - 어쨌든간에 둘이 오늘 확실히 정리 하고, 화해하기 전까지 나오지 마라. 보는 사람 짜증난다.



쾅 닫히는 문을 보며 성민이와 나는 침묵을 지켰다.




사실, 벌써 몇 달이 된 얘기 할 필요도 없고 오해고 나발이고 얘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한숨을 쉬자 성민이가 먼저 입을 뗐다.



성민 - 황수연.

나 - 어, 할 말 있나? 난 없다.

성민 - 아.... 니는 내한테 할 말 없나?

나 - 어. 없다. 있었으면 얘기 했지. 없다 할 말.

성민 - 그럼 내가 얘기 할께. 유진이랑은....

나 - 됐다. 듣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 니 입에서 유진이 이름이 나온다는거는 적어도 내가
잘못 봤던건 아니네. 그만 해라.

성민 - 말 좀 들어봐라.

나 - 싫다고. 듣기 싫다고 했잖아.




왠지 모르겠지만 내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성민이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정리 된것이 아니었는지

성민이가 유진이 이름을 말하자 화가 났다.



나 - 나가라 나는 니랑 할 말 없다.

성민 - 니 진짜 이럴거가.



나는 말 없이 뒤돌아서 문을 열었다.

순간 성민이가 내 어깨를 잡아채 내 몸을 돌렸고 난 성민이를 발로 찼다.


나 - 할 말 없다고 했다. 건드리지 마라.



나는 문을 열고 나갔고 은영이와 익룡이를 째려보고는 가방을 챙겨 들고 집으로 갔다.

왠지 모르겠지만 가는 내내 눈물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민이에 대한 서운함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렇게 성민이와 나랑은 정말로 끝이 났고, 20살 때 우연히 다시 만났다.

당시의 운동부 아이들 중에서 두명은 아직도 친한 친구로 만나고 있고, 그 아이들은 성민이와도 친하게

지낸다.








그렇게 한참을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학원-집만 반복하였다.

방학이 반 쯤 지났을 무렵 방학숙제를 위해 과학관을 가자고 은영이가 집에 찾아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친구들은 이유 모를 내 잠수를 받아주었다. 그래서 난 내 친구들이 너무 좋다.


은영이와 선애와 함께 과학관으로 갔고 그곳에는 방학숙제를 하러 온 학교 아이들이 많았다.

이리 저리 신기한 것이 많아 둘러보며 감탄을 자아내며 꼭 과학자가 되어야지 라는 꿈을 키웠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것이 전화를 걸어 집에 전기 전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보일러도 끄고 전등도 끄고 심지어 가스까지 잠글 수 있는. 당시에는 설마 했는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 가능한 일이 되었다니 참, 과학자가 안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둘러보고 나가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돌아보니 병윤이였고 그 아이 역시 방학숙제를 하러 왔다고 한다.

다른 것이 어머니와 함께 왔는데 어머니가 일반적인 어머니랑 틀려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병윤이 아빠는 대학교 교수님이고 어머니는 음악을 하신다고 했다.



병윤이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어머니께 인사를 시켰고 어머니는 나를 좀 못마땅한 듯이 보셨던 것 같다.

병윤이는 자기도 다 보고 가는 길이라며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했다.

어머니께서도 그렇게 하자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갔지만 제대로 먹지 못했던것 같다.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니....




어쨌든 다 먹고 잘먹었습니다 라며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고 하자 병윤이는 우리와 놀다가 들어간다고

했고, 우리는 아무말 없이 서 있다 병윤이와 함께 은영이 집으로 향했다.


은영이와 선애는 병윤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셋은 쉴 틈 없이 조잘 거렸다.

오랜만에 애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내색 하지 않고 혼자 조금씩 떨어져 걸어

갔다. 아이들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되자 병윤이가 부르며 나를 잡았고,

이내 아이들에게 간식거리를 사 갖고 간다며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아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게 커브를 돌며 나는 병윤이의 손을 뿌리쳤다.

나 - 놔라.

병윤 - 아, 미안... 기분 나빴나.

나 - 됐다. 뭐 살 건데

병윤 - 아니... 생각은 안해봤는데, 그냥 니랑 말하고 싶어서.



나는 변함없이 쏘아대며 할 말 하라고 했고 병윤이는 주눅이 들어 계속 말을 더듬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병윤이를 보자 나도 모르게 미안한 감이 들어 웃었고 그에 병윤이 얼굴로 풀렸다.


나 - 저기 가서 군고구마나 사갖고 가자. 춥다 빨리 가자

병윤 - 어.


군고구마를 사서 은영이 집으로 가자 아니나 다를까 익룡이가 있었고, 한 참을 먹고 있자 선애 남친도

합류 하였다. 병윤이를 보는 오빠의 눈빛이 좋지 않았지만 별 다른 사고는 없었다.



병윤 - 회장 선거 어떻게 할건데?


병윤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미안한 기색 없이 입을 열었다.


나 - 아, 접때 종업식 때 담임쌤이 회장선거 나가라고 했었거든. 근데 안 할거다. 니네도 알잖아 내 그런거 안하는거.


익룡 - 니 그렇게 공부 잘했나?

나 - 아니다. 공부는 못하고 얼굴이 이뻐서 ㅋㅋㅋ


라며 우리는 그냥 웃어 넘겼고, 우리집 사정을 아는 은영이는 웃지 않았다.

병윤이도 눈치를 챘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우리는 주제를 바꾸고 한참을 떠들다 집으로 돌아갔다.


한 겨울이라 해가 빨리 졌고 저녁의 온도도 상당히 추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가을에 태어나서 그런지 추위를 상당히 많이 탄다.

오들오들 떨며 빨리 가자 라며 재촉하는 나와 반면에 병윤이는 상당히 느리게 걸었다.


나 - 얼어 죽겠다. 빨리 가자.

병윤 - 어... 많이 춥나?

나 - 어 죽을거 같다.


말이 끝나자 병윤이는 내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을 잡아 주었고, 손은 차가웠지만 빼지 않았다.

대신 손은 잡히어 주되, 손을 잡지는 않고. 무슨 말인지 아시죠?


이미 난 병윤이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병윤이한테 그다지 좋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성민이와는 다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자 병윤이가 내 손을 이끌어 자기쪽으로 당겼다.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자 쑥스러운듯이 웃었고 나도 살짝 웃으며 같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