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글-
술은 몸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먹어야 다음날 머리도 아프지 않고 속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 내가 이렇게 아프다는건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숙취 때문에 방바닥에 눈만 뜬채로 한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죽고싶다.’ 입버릇 처럼 하는 말, 진심 0퍼센트가 가미된 말이지만 오늘은 한 30% 정도가 들어있었다. 지난 달만 해도 10퍼센트 정도만 들어있었는데, 점점 많이 담기고 있었다. 이렇게 되다가는 내년에는 아마 죽지 않을까 싶다.
우울한 생각이 뜰때 배가 고파졌다. 뭐라도 먹으면 기분이 좋아 질까 하며, 냄비에 물을 올려 라면을 끓였다. 누군가 말했던 ‘해장에는 라면이지!’ 라는 말,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처럼 라면으로 해장하는 곳은 몇 안됐다. 근거 없는 낭설이지만 신호등은 초록불에 건널 수 있다고 교육 받은 것 처럼 오늘도 착하게 실천하고 있다.
라면을 다먹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어디 부터 잘못된 건가.’ 라고 말하며 전날 기억을 되짚는다. 결국 오는건 내 잘못이라는 답과 함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자는 최면을 건다. 머리가 꽉 막힌 느낌이 분명 저번달 보다 무거워졌다. 생각을 하면 뒷목까지 생각이 전해졌는데 이제는 생각을 하면 정수리도 못가 다시 되돌아 왔다. 내 몸이 나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기분 또한 생각처럼 이마 쪽을 맴 돌 고 있었다. 벽을 1센치 앞에 두고 생활 하는 것 처럼 답답함이 몸을 지배했다.
기분과 생각은 정수리를 넘지 못하고 이마와 눈에 맴돌기만 하니 울기만 했다. 글을 쓰면 좋을까 하고 글을 적지만 그 글마저 불쌍해 적지 못했다. 어릴때 보았던 빈곤 포르노 그걸 보는 것 처럼 불쌍해 라는 감정이 들지만 그게 나라는 걸 아니 손이 멈추고 생각을 멈췄다. 그럼 눈물도 멈춘다. 감정이 멈춘다. 차라니 로봇이었으면, 싸가지 없는 사람, 싸이코 패쓰라면 얼마나 좋을까.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 나를 피해주는 성격이라 드는 생각.
멈춰진 기분, 생각, 마음. 멈춰진 공장에도 마지막 생산물은 있었다. 작고 검은 구슬 처럼 생긴 생각.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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