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주말 아침. 지난 5일동안 잠도 푹 못자고 하고 싶은거 못하고 월급이라는 족쇄가 채워지내는 노예 생활 하는 사회인들이 기다리고 기대하던 날 일것이다. 어떤이들은 부족함잠을 억지로 이불을 끌어당겨 잠을 청했고. 누구는 평일에 하지 못하는 것을 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날. 이런 주말 아침 나는 내방 천장만 빤히 보고있었다. 분명 엊그제 지운 곰팡이 자국은 어느새 방 모서리에 원래 있었던 것 마냥 자리를 넓혀가고 있었다. 바로 자리에 일어나 뿌려주기만 하면 없어진다는 허위광고를 하는 세정제를 가지고 당장 저 검정 지워야 했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나는 언제든지 할수 있으니깐.
새마을 운동이 거의 끝나갈 때 쯤, 아마 박정희이가 총에 맞아 죽은 1979년에 새마을 운동 자원이 끊겨서 그랬는지 그시기에 지어진 빌라들은 인부들이 제작 비용을 아낄려고 콘크리트를 조금만 쓰고 나머지는 쓰래기 또는 이상한걸로 채웠던것 같았다. 벽을 치면 안이 텅텅 거리는 소리가 나고 집과 집사이는 조금만 소리를 내면 크기에 따라 옆옆집까지 들릴 정도로 방음 되지 않았다. 물론 층간방음도 마찬가지였다. 낡기도 많은 낡은 빌라는 사람 나이로 치면 노인 정도의 나이였다. 조금만 자신에게 얹짢은 말을 하면 ‘머리에 피도 안마른 싸가지 없는 놈이 말이야!’ 라고 말하는 고집 불통에 소리만 큰 노인. 내가 사는 빌라가 그랬다. 아파트에게 무엇을 바라거나 입주자로서 말을 해도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지금도 집에서도 앞꿈치를 들면서 걷고 있었다. 어쩌다 실수로 뒷꿈치가 닿는다면 아래층에 사는 아줌마에게 배려가 없다니 살수가 없다니 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렇게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사람이 자기집에 티비소리와 큰 웃음소리는 그다지 크게 들리지않냐고 반박하고 싶지만, 괜한 싸움을 크게 만들기 싫어 그저 예~예~ 거리며 기계적인 고개 끄덕임만 할 뿐이었다.

옆집의 헤어드라이가 세차게 모터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집 여자가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몇 주 전 만해도 평일에는 항상 새벽 다 되서 집에 들어오고 주말에는 죽은 듯이 조용히 잠만 자는 여자가 요즘 만나는 사람이 생겼는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덕분에 주말 아침 알람으로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 물 한잔 먹기 위해 간 부엌에는 반대편 옆집에서 어제 저녁부터 누군가 명령을 하는 소리와 욕을 하는 소리가 오늘 아침에도 들려왔다. 아마 반대편 옆집 남자는 게임을 어제부터 밤새하고 지금도 하는 소리었다. 그의 책상 앞에 카페인 덩어리인 에너지 드링크와 재떨이의 담배와 같이 수북히 쌓여있을 상상을 하니, 그는 정말 게임을 재미있어서 하는 것 일까 의문이 들었다.
냉장고를 물을 꺼내려는 내 손은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의 차가운 벽만 더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럴꺼면 코드를 뽑아 놓아야 했는데 하며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물과 그리고 최소한의 금액으로 영양분만 섭취 할 수 있는 제품을 사기위해 어쩔수 없이 밖을 나가야 했다. 떡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쓰고 기름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때 마침 중국 혹은 고등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쓸 핑계가 생겼다. 문을 닫고 나가자 문을 닫고 나가는 옆집 여자를 보였다. 서로에게 상투적이고 형식적인 고개 끄덕임으로 인사를 대신 했다. 층간소음을 항의하는 아줌마에게 하는 그 끄덕임이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옆집 여자의 얼굴이었다. 여기에 몇 년 동안 살면서 자주 보지 못한 옆집 여자의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기억은 했다. 몇시간 전 부터 준비해온 얼굴이라서 그런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빌라 양아치 인부들이 옆집 여자처럼 건물을 지었다면 층간소음따위는 없었다. 예쁘고 마술같은 화장이었지만 눈밑에 있는 다크써클은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하얀 피부를 뚫고 나오는 피로의 색은 어떤 화장품으로도 지워지지 않았다.

장을 보고 텅빈 냉장고를 채우고 다시 천장을 보았다. 잘려고 눈을 감았지만 자꾸만 눈꺼풀이 위로 올라갔다. 누구는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던데, 나는 너무 가벼워 올라가는 눈꺼플을 오히려 힘을 줘야했다. 어쩌다 힘이 풀린 눈은 깜장색인 곰팡이를 보았다. 누런 도배가 된 청장 그 모서리에 자리잡은 깜장색 곰팡이. 한참을 쳐다보다 갑자기 무슨 의욕이 생겼는지 이불를 박차고 일어났다. 한손에는 허위광고 세정제를 가지고 다른 한손은 걸레를 가지고, 천장은 손에 닿지 않아 의자에 올라가 닦아내기 시작했다. 역시 뿌리기만 하면 사라진다는 광고는 허위광고였다. 다른 한손으로 힘을 주며 벅벅 긁어냈다. 의자는 내 움직임에 맞춰 같이 움직였다. 의자는 쿵쿵소리를 내며, 밑에 층 아줌마를 불러내고 있었다. 곰팡이가 반쯤 사라졌을 때 현관문에서 신경질적인 노크소리가 들렸다. 그게 누군지는 뻔히 알고 있었다. 잠시 마음을 곰팡이와 같이있는 천장에 올려두고 숨을 크게 쉬고 문을 열었다. 역시나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아줌마의 잔소리이었다. 배려가 없다니, 살수가 없다니. 그런거 치고는 피부와 생기가 좋아보였다. 자기보다 10살 정도 어린 옆집 여자보다 더 좋아 보일 정도였다. 전업주부는 이렇게 잠을 많이 자는 건가? 조금은 부러웠었다.
“저기요 아줌마가 제일 시끄러워요.”
어느새 나와 밑에 층 아줌마사이에 온 반대편 옆집 남자가 말했다. 그는 방금까지 자다 일어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도 옆집 여자와 마차가지로 진한 다크서클을 가지고 있었다.
아줌마는 나에서 바로 반대편 옆집 남자에게 말을 쏘면 말했다.
“당신 뭐야, 갑자기 끼어들고 그래요! 요즘 젊은이들은 배려가 없어, 아저씨가 상관할게 아니니깐 저리 가. ”
젊으니에서 아저씨라는 호칭에 조금 기분이 상했는지, 졸림에 짜증이 났는지 반대편 남자는 반쯤 감긴 눈에 힘을 주었다.
“정작 배려가 없는건 아줌마잖아요. 지금 아줌마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몰라요? 내가 귀마개끼고 자다가 시끄러워서서 깼어요. 그리고 왜 밤 12시에 티비켜고 웃음 소리를 그렇게 크게내요 다들 자는 시간에. 아줌마 때문에 내가 잠을 설치잖아요!”
속사포 처럼 내 뱉는 남자의 말에 아줌마는 아무말도 안하다가 나에게 조금 조용히 해주세요 라며 쥐들어가는 목소리말하고 빠름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저기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벽을 건드시는 것 같은데 조금 살살해주세요 아니면 몇시간 뒤에 해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몇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해야 할께 있어서요. 지금은 자제해주세요.”
그가 나에게 알람을 부탁했다. 그가 한다는 일은 게임이 확실했다. 슬리퍼를 질질끌고 집에 들어가는 그를 보니 한편으로 씁쓸해보였다. 정말 재미 때문에 하는 것 일까. 아니면 평일에 못하니깐 주말에 몰아서 하는 것 일까. 어떠한 마음으로 하는 것 일까.
다시 방안에 들어와 반쯤 사라진 곰팡이가 있는 천장을 보며 누워있었다. 새까만 곰팡이는 조금 옅은 검정색이었다. 오늘 저색과 비슷한 색을 두번 보았다. 옆집 남녀의 눈밑에 있는 색이었다. 그들은 갖고 싶지도 않는 저 다크서클이 나는 부러웠다. 뭔가 인생을 충실하게 사는 듯한 모습. 사회라는 기계에 하나의 부속품으로 잘 돌아가는 모습.
누구는 나의 모습을 보고 이유있는 휴식, 여유 가지기 이라는 사탕 발림 소리로 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 두달인데 그게 넘어가면 낙오자 불량부품이라는 생각이들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부품속에 움직이지 않는 부품, 정상속에 비정상. 누런 천장 도배속에 검정 곰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