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소복이 쌓이는 눈을 보고 있으면 따스한 게 나를 감싸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질퍽해지는 길거리와 교통체증의 불편함, 얼어붙은 바닥의 미끄러움.
불편하게 만드는 것투성이지만, 그래도 눈은 뭔가 따스한 힘이 있다.
안 그래도 조용한 새벽이 더욱 고요해지게 해준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위에 조심스레 내 발자욱을 남긴다.
잠깐 남아있다 사라질 흔적이지만 남긴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내가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것. 사라질 것, 잊혀질 것이지만 흔적을 남겨두는 것.
눈이 내리는 것을 한 시간 동안 내리 바라보았다.
찰나의 아름다움에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포근하다. 이 포근함이 익숙하지 않다만,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다.
난로의 빠알간 불빛과 조용히 내리는 눈송이
어쩌면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순간
조금만 더 이런 느낌을 느끼고 싶다.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에게 그런 평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