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하고 왠지 모를 눅눅함이 느껴지는 방안에 한줄기 햇빛이 들어왔다. 그 빛줄기는 점점 길어져 방 안쪽에서 잠자고 있는 한남자의 눈을 때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매우 괴로운듯이 신음을 흘렸다.

"으.."

그 짧은 신음은 정적한 방안에 울려 퍼졌으나 그에 반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는 간신히 눈을 떴지만 몸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충격이 가해진 쥐며느리 처럼 몸을 웅크려 동그랗게 만들었다. 그 공 한가운데서 살려달라는 듯이 손이 뻣어져 나오지만 추위를 견뎌내지 못한것인지 이내 네모난 물체 하나를 집어 들고는 원위치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동그랗게 말려있는 이 괴물에 코인지 입인지는 모르겠는 곳에서 빛과 함께 소리가 세어 나왔다. 한 십분쯤 지났을때 이 괴물이 괴로운듯이 몸이 비틀면서 형태가 바뀌어 갔다. 소리가 세어 나온 괴물의 구멍에서 남자의 머리가 가까스로 탈출해서 나온다. 남자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자신을 둘러 싸고 있는 괴물에게서 탈출한다. 남자는 아직까지 소리가나고 있는 네모난 물체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눈썹을 찌뿌린다.

'또다시 갱신했네'

남자의 찌뿌린 눈썹은 깊게 파여 그대로 고정 되어 있을 것 같았지만 금새 풀려버린다. 이미 방안은 햇빛으로 가득차게 된지 오래, 남자는 네모난 물체를 몇번 만지더니 방금 전까지 자신을 삼키고 있던 이불이라는 괴물에게 대신이라는 듯이 가볍게 툭 던지지만 괴물은 관심이 없는지 반응이 없었다. 남자는 가볍게 눈만 씻어 내고는 돌아와 네모난 물체를 다시 집어 들고는 그자리에 그대로 엎드린다. 남자는 움직임이 전혀 없는 괴물에게 손을 뻗었다. 그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괴물은 남자의 손을타고 그대로 남자를 집어삼키듯이 몸을 감싸버렸다. 하지만 남자 그다지 관심없는지 엎드린자세로 네모난 물체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남자는 쳐다보는게 질렸는지 돌아 누워 천장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7평짜리 정사각형 모양의 방 이것이 남자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결코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남자는 이 공간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것도 3개월째... 남자의 나이는 벌써 26이지만 변변한 직장도 그렇다고 모아둔 돈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저 매일 같이 흘러가는대로 시간을 보내주고만 있었다.

'띵동'

적막함을 깨고 초인종소리가 울려퍼지고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고는 문밖의 비닐봉투에 담긴것들을 들고 들어왔다. 바로 책상에 앉아 봉투에 든 배달음식들을 까서 먹기 시작한다. 다 먹고는 음식들을 치우지도 않은 채 다시 네모난 물체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오늘도 변함이 없다.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이다. 남자가 방에 박히기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나도록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이남자에게 요일이라는 개념은 필요가 없다. 그정도로 매일이 똑같기 때문이다. 남자도 속으로는 이 일상을 탈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