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해가저물다니... 시간이 이리 빨리 지나가던가?"

대혁은 연월과 함께있는 시간이 너무도 빨리가는 시간이 아쉬웠다.

"대혁님.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니. 갑자기 무슨 말이냐?"

"제가 온종일 대혁님의 손을 잡고있지 않았습니까. 힘들고 귀찮으셨을텐데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을 꽉 잡고있지않느냐?"

"마음은 이제 그만 놓아야하는걸 알고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대혁은 웃었다.

"허면 내 허락할터이니 더잡고있거라."

"감사합니다."

어느덧 하늘이 어두워지고 대혁과 연월은 집으로 향해 걷고있었다.

"서방님도 참. 보는눈이 있습니다."

"어디. 어디보는눈이 있단말이냐? 내눈에는 너의 사슴같은 눈밖에는 보이지 않구나."

"아니되어요."

틈틈히 보이는 으쓱한 골목안에서 왠 부부하나가 서로를 꽉 끌어안고있었다. 연월은 그것을 보더니 대혁을 한번 바라보았다.

"대혁님..."

"오늘은 저길로 한번 가보는게 어떻겠느냐?"

대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연월의 눈길을 피해 다른길로 향해 걸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입으로 표현한댔어."

"그래? 어떻게 하는건데?"

"이렇게 입술을 쭉 내밀고..."

왠 담벼락 밑에서는 꼬마 두명이서 서로 뽀뽀를 하고있었다. 연월은 아이들이 뽀뽀하는 것을 부러운듯이 바라보았다. 연월은 입술울 쭉 내밀더니 대혁을 바라보았다.

"대혁님..."

"무... 무엇을 하는것이냐."

이미 대혁이 연월을 바라보았을때는 연월의 입술이 대혁의 코앞에 있었다. 연월은 자신의 입술에 무언가 닿았음을 느꼈다. 그것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유과였다. 대혁이 유과를 연월의 입에 넣었다. 연월은 아쉬워 발을 굴렸다.

잠시후, 대혁과 연월은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도 집앞에는 두 남자가 서있었다.

"태범님. 안녕하십니까?"

"뭐야... 당신들 아직도 안돌아갔어?"

"연월을 데려가기 위해 왔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연월은 당신들을 따라갈 생각이 없을텐데."

"나도 싫다는 아이는 억지로 데려가지 않을샘이다. 오늘은 윤대혁. 너와 할 얘기가있어 찾아왔다."

대혁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한번 확인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연월은 태범의 분위기를 살피더니 스스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나를 찾아왔느냐?"

"좌의정이 연월을 붙잡으라한 이유를 알고있느냐?"

대혁은 태범이 좌의정을 알고있자 깜짝놀랐다.

"그 이유는 모른다."

"좌의정이란 놈은 이나라에 반란을 꾀하고있다. 헌데, 놈은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때문에 어디선가힘을 빌려주지 않는다면 반란은 꿈도 못꿀 일이다. 하지만 이놈이 어디선가 들었는지, 연월의 존재를 알아버렸다. 우리 도께비들에게 있어 연월은 소중한 존재다. 놈은 연월을 통해 도께비들을 이용해먹을 생각이다."

태범의 말이 끝나고 대혁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좌의정을... 도울것이냐?"

"연월을 지킬수만 있다면 그리 할것이다."

"연월은... 이 사실을 알고있느냐?"

"그 아이는 모른다."

"그럼 어째서 내게만 이 사실을 말하는 것이냐?"

"연월은 네가 다치는것을 싫어한다. 때문에 우리를 따라가지 아니하고 끌려가는것이다. 네가 연월을 숨기거나 좌의정에게 주지않으려 한다면 너는 큰해를 입을것이다. 그러니 내일 좌의정이 온다면 얌전히 연월을 넘겨주거라."

"싫다면?"

"그렇다면... 그뒤는 네가 더 잘알것이다."

얘기를 마친 태범과 동섭은 돌아갔다. 대혁은 한참을 문밖에 서있었다. 만약 좌의정의 명을 거스른다면 극형에 처해질 것이다. 하지만 연월을 내준다면 연월또한 어찌될지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대혁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서는 연월이 마루에 앉아 하늘을 보고있었다.

"무엇을 하는것이냐?"

연월은 그제서야 대혁이 들어온것을 보았다.

"유성우가 내렸으면 해서 하늘을 보고있었습니다."

대혁은 연월과 함께 유성우를 보던일이 떠올랐다. 그때 연월의 소원은 유성우를 한번더 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대혁은 연월의 옆에 앉았다.

"제 얘기를 하신것입니까?"

"그럼, 네 얘기를 하러 왔겠지 내 얼굴을 보러왔겠느냐?"

연월은 대혁을 바라보았다. 대혁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대혁님... 제 걱정을 하십니까?"

"거... 걱정은 무슨 걱정. 다... 당연히 일어날 일이아니냐."

대혁은 자신의 마음을 꿰뚫는 연월의 질문에 당황스러워 말을 더듬었다.

"다행입니다."

"너는 네 걱정을 안하는것이 다행이라 생각되느냐?"

"제가 걱정이란것을 할때에는 항상 마음이 타들어가고 답답한것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때문에 대혁님께서는 제걱정을 해주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연월이 얘기할수록 대혁의 마음은 더욱더 타들어가고 더욱더 답답해졌다. 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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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범과 동섭은 대혁과 얘기를 나눈후 주막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태범님. 윤대혁이란 자가 아가씨를 보낼까요?"

"틀림없이 보낼것이다. 놈이 거역하기엔 좌의정이 놈에게 맡긴일이 너무도 크다. 연월이 없다면 좌의정의 계획은 시작도 하지못하고 물거품이 되는셈이다.
그리되면 좌의정이 놈을 어찌하겠는가? 윤대혁이란자도 인간이니 이미 그 결과는 알고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리되면 아가씨가 좌의정에게 끌려가지 않습니까?"

"걱정말거라. 좌의정이 연월을 데리고 마을을 나서는순간 우리가 좌의정을 습격하여 연월을 되찾을것이다."

"아가씨가 다시 윤대혁에게 가면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그럴일은 없다. 연월이 윤대혁의 주변에 있는것이 발각이라도 되는순간 윤대혁은 반역죄로 죽을것이니 돌아갈수 없을것이다."

태범은 확신에 가득차 말했지만 동섭은 어디선가 불안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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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대혁이 문을열고 나왔다. 마루에는 이미 연월이 앉아있었다.

"일찍 일어났구나."

"잘 주무셨습니까?"

대혁이 연월의 옆에 앉았다. 연월은 방울노리개를 만지고 있었다.

"대혁님. 부탁이 있습니다."

"너는 매일 부탁만하더니 마지막날도 부탁을 하는구나. 어디 어떤 부탁이냐?"

"만약, 어느날 밤. 잠이 오지 않아 마루에 앉아 저녘하늘을 보고계실때에 우연히 유성우가 내린다면 이 방울노리개를 흔들어 주십시요."

"방울노리개를?"

"예. 멀리 있어도 제가 이 방울소리를 듣고 하늘을 보겠습니다."

"그 소원을 이루고싶은것이구나... 알겠다. 그리하마."

대혁은 연월의 방울노리개를 받았다.

"너는 ... 너는 내가 밉지도 않느냐? 너를 떠나보내야 하는 내가 밉지도 않느냐?"

"밉지 않습니다. 대혁님 께서도 어쩔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나는 내가 밉다. 너를 그리워 할것이 뻔한데 붙잡지 못하는 내가 너무도 밉다."

"대혁님. 모두 잊으십시요. 저를 처음만난 날도, 함께 밤하늘을 보던날도, 같이 탈극을 보던 날도 모두 잊으시면 그리워하실 일이 없을것입니다."

"너를... 잊어달란 말이냐?"

"예. 대신 제가 기억하겠습니다. 처음만난 날도, 밤하늘도, 탈극도 전부 제가 기억하겠습니다. 대혁님의 몫까지 제가 그리워 하겠습니다. 그러니
모두 잊어주십시요."

대혁은 차마 대답을 하지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 문이 열리고 좌의정과 포졸들이 들어왔다. 좌의정은 묶여있는 연월을 보았다.

"뭐하고 있느냐. 어서 저 요괴를 끌어내거라."

"예. 대감."

포졸들이 대혁에게서 밧줄을 뺏더니 연월을 끌고갔다.

"윤대혁. 너는 명을 지켰으므로 큰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필요없소."

"여봐라. 이자에게 비단 5필과 3개의 금거북을 주거라."

"연월은 어찌되는 것이오?"

"너는 알것없다."

좌의정과 포졸들은 연월을 데리고 문을 나섰다. 대혁은 끌려가는 연월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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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 이상합니다."

"무엇이 말인가?"

"대감께서는 이 여인을 도께비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무슨 문제될게 있느냐?"

"이 여인에게서는 박하향이 나질 않습니다."

"뭐라?"

좌의정은 깜짝놀랐다.

"잠깐 멈추어라!"

좌의정의 말에 연월을 끌고가던 포졸들이 멈추었다. 좌의정은 품안에서 종이하나를 꺼냈다. 종이에는 연월이 그려져 있었다.

"네가 냄세를 잘못맡은것이 아니냐? 보거라. 이 그림과 똑같지 않느냐?"

"제 코는 아주 적은량의 독의 냄세도 맡을수있습니다. 확신하건데 이 여인은 도께비가 아닙니다."

"그럼, 도께비가 아니면 무슨 요괴란 말이냐? 귀신이냐? 아니면 구미호냐?"

"대감. 이 여인은 요괴의 냄세가 나지 않습니다."

"무슨말이냐? 요괴에게서 냄세가 안나다니 이해할수 없구나."

"사람이란 말입니다. 대감."

좌의정의 눈은 휘둥그레졌다.